현역 시절과 마찬가지로 등번호 12번을 달고 투구 중인 임창용.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국외 원정도박, 고액체납, 사기 등에 연루되며 논란을 빚었던 '창용불패' 임창용(45)이 마운드에 다시 올랐다. 트레이드 마크인 가공할 만한 뱀직구를 뿌린 곳은 프로 무대가 아니다. <한국스포츠경제> 취재 결과, 임창용은 최근 경기도 소재 A 사회인야구단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봄기운이 자리잡은 3월 중순 주말. 경기도 한 사회인리그 경기 출전 명단에 낯익은 이름이 눈에 띄었다. 임창용. 한국, 일본, 미국 프로 무대를 주름잡은 전설의 마무리투수 임창용이 야구공을 다시 잡았다. 
 
임창용은 A 사회인야구단 소속으로 14일 경기에 출전했다.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그는 프로 무대에서와 다르게 타석에 섰다. 프로 선수 출신답게 방망이 실력을 발휘했다. 1회 삼진, 3회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으나, 4회 찬스에서 1타점 좌전안타를 터뜨렸다. 이날 타격 성적은 3타수 1안타 1타점. 
 
소속팀이 승기를 잡자 임창용은 자신의 본업인 마무리 투수로 투구판을 밟았다. 5회 등판해 상대 타선을 봉쇄하며 A 팀의 10-3 승리를 매조지었다. 현역 시절 사용했던 등번호 12를 달고 힘차게 공을 뿌렸다. 전성기 역동적인 투구 폼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공 끝이 여전히 살아 있었고, 동료뿐만 아니라 상대 팀 선수들의 감탄사까지 이끌어냈다. 투구 공식 기록은 7타자 상대 17구 1피안타 2탈삼진. '미스터 제로(0)'라는 별명을 얻은 현역 시절처럼 경기를 실점 없이 완벽하게 끝냈다. 

사이드암으로 투구 중인 임창용.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임창용이 사회인야구 무대에 등장한 점에 대해 야구팬들은 반가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은퇴 이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가 야구로 오랜만에 소식을 전했지만, 아직 깔끔하게 해결하지 못한 여러 문제에 얽혀 있어 비판 여론도 고개를 들었다. 
 
임창용은 은퇴 후 야구보다 사회 뉴스에 더 자주 이름을 올렸다. 투자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된 유명 유튜버와 스포츠 브랜드 사업을 함께 한 사실이 알려져 홍역을 앓았다. 명의만 빌려 준 것으로 드러났지만 슈퍼스타 이미지에 흠집이 났다. 지난해 말에는 국세청이 발표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포함되어 체면을 구겼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임창용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방출과 은퇴 시기가 겹치면서 세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돈을 빌린 뒤 일부를 갚지 않아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을 전해졌다. 경찰은 "임창용이 지난해 7월쯤 알고 지내던 여성에게 2500만 원을 빌린 뒤 1500만 원을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소인 조사 후 임창용에게 출석 통보를 했으나, 임창용이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졌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구 투구 중인 임창용. /연합뉴스

사이드암 투수로 광주 진흥고를 거쳐 1995년 해태(현 KIA) 타이거즈에서 프로 데뷔한 임창용은 1999년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 됐다. 이적 첫 해 '애니콜'로 불리며 평균자책점 1위, 구원 2위, 승률 3위에 올랐다. 2007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해 2012년까지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뒷문을 책임졌고, 이후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려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2013년 빅리그 데뷔까지 이뤘다. 2014년 다시 삼성으로 복귀해 2015년 정규리그 세이브 1위까지 올랐으나 국외 원정 도박으로 그 해 말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KBO는 임창용에게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임창용은 40대가 된 2016년 친정팀인 KIA로 복귀했지만, 2018시즌 뒤 방출됐다. 국내 리그 통산 성적은 130승 86패 258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 3.45다. 통산 세이브 부문에서 오승환(삼성), 손승락(은퇴)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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