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SSG 랜더스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인천 잠수함’ 박종훈(30ㆍSSG 랜더스)은 지난해 SK 와이번스 선발진의 대들보 노릇을 했다. 팀이 9위로 추락한 가운데서도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켰다. 29경기에 등판해 157.2이닝을 책임지고 13승을 거뒀다. 2018년 14승을 거둔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승수를 올렸다. 소형준(20ㆍKT 위즈)과 함께 토종 투수 최다승을 차지했고, 이닝 역시 국내 투수 중 양현종(33ㆍ미국 텍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탈삼진율 역시 2015시즌 이후 가장 높은 9이닝당 7.67개를 기록했다. 그는 “개인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팀 성적이 좋지 않아서 만족스럽지 않은 시즌이었다”며 “우승을 했을 때도 아쉬움이 남았는데 9위를 했으니 오죽했겠나. 제가 아무리 혼자 잘해봤자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돌아봤다.

박종훈은 새 시즌에도 변함없이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이제는 ‘SSG의 잠수함’이 되어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재출항을 준비했다. 올 시즌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투구 패턴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지난해 박종훈의 주 구종은 커브(평균 구사율 40%)였다. 포심 패스트볼 구사율은 28.5%로 높지 않았다. 올 시즌에는 커브 구사율을 줄이고 커브와 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 투심 패스트볼의 비율을 비슷하게 맞출 계획이다. “새로 부임하신 조웅천 투수코치님이 투심과 체인지업을 워낙 잘 아셔서 많이 배웠다. 그립부터 바꿨다. 지난해까지는 빠른공과 커브의 비율 차이가 컸는데 이제는 거의 비슷해질 것 같다”고 변화를 예고했다.

약점인 슬라이드 스텝(주자가 있을 때 투구 자세)을 보완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언더핸드 투수 로서 슬라이드 스텝이 빠른 편이 아니다. 지난해 박종훈이 허용한 도루는 44개다. 상대의 도루 시도율은 22.0%에 달했고, 도루 허용률도 75.9%나 됐다. 조웅천(50) 투수코치는 “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지난 시즌보다 슬라이드 스텝이 빨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종훈은 “지난 시즌엔 도루 허용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 슬라이드 스텝에 지나치게 신경 쓰다가 투구 밸런스가 무너진 적도 있었다”면서 “그래도 지난 시즌 막판에 슬라이드 스텝 수정 효과를 봤다. 지금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주자를 내보내도 홈 베이스만 안 밟게 하면 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SSG는 이번 겨울 추신수(39), 최주환(33)이 가세하면서 리그 정상급 타선을 구축했다. 상대 팀 투수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지만, SSG 투수들에겐 든든한 아군이다. 박종훈은 “(최)주환이 형이 합류하면서 짜임새가 좋아졌는데 (추)신수형까지 오면서 팀 타선이 더 강해졌다. 팀이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올해는 ‘상남자’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는 160이닝과 15승 그리고 3점대 평균자책점이다. “15승을 해 보고 싶다. 12승(2017시즌), 13승(2020시즌) 14승(2018시즌)을 했는데, 이제 15승을 할 차례인 듯하다. 160이닝 이상을 던지면 승수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또 지난해 KIA 타이거즈, NC 다이노스, KT 위즈에 많이 약했는데, 올해는 그 팀들을 잡아 보겠다. 3점대 평균자책점을 꼭 달성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박종훈. /SSG 랜더스 제공

박종훈은 지난해 김원형(49) 감독 취임식에서 "감독님이 '어린왕자'라는 별명도 있는데 (흰 머리를) 염색을 했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했다. 김 감독은 “박종훈이 내년에 10승을 하면 염색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박종훈은 “감독님은 선수 시절부터 존경했던 분이다. 감독님이 우리 팀으로 다시 돌아오셔서 정말 좋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꼭 10승 이상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적’ 김하성(26ㆍ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은 박종훈에게 호재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까지 박종훈을 상대로 통산 타율 0.472(36타수 17안타) 4홈런, 11타점, 장타율 0.972, OPS 1.484로 매우 강했다. 박종훈은 “(김)하성이가 KBO리그를 떠나서 좋다. 메이저리그에서 20-20도 하고, 잘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지난 시즌 (김)하성이만 없었어도 키움전에서 반타작은 했을 것이다. 천적이 떠났으니 올해는 3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올해도 문승원(32)과 함께 SSG의 국내 선발 원투펀치 노릇을 해줘야 한다. SSG는 원투펀치가 중심을 잡아주면 새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 여하에 따라 ‘선발왕국’ 재건을 기대해볼 수 있다. 박종훈은 “(문)승원이 형도 에이스, 저도 에이스라고 생각하고 제 위치에서 잘해야 한다. 모든 선수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팀 성적은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다”고 힘주었다. 이어 “어느덧 중고참의 나이가 됐다. 이제 팀의 중심이 돼야 할 위치다. 올 시즌에는 개인보다 팀을 위한 야구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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