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팬들이 백승호와 전북 현대 비판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프로축구 K리그1(1부)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이 ‘백승호 논란’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7라운드 전북과 수원의 경기 현장에는 백승호(24)와 함께 소속팀 전북을 비난하는 현수막들이 등장했다. 최근 백승호가 K리그 이적 시 수원에 입단한다는 과거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채 전북에 입단한 것에 대한 수원 팬들의 분노 표출이었다.

수원 팬들은 경기 전 관중석에서 '앗 뒤통수! 14억보다 싸다!', '까치도 은혜는 갚는다'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어 올렸다. 전북 구단과 관련해선 '정의도 없고', '선도 없고', '지성도 없고', '상식도 없다'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보였다. 이는 전북 모기업의 정의선(51) 현대차그룹 회장과 박지성(40) 전북 어드바이저, 김상식(45) 전북 감독을 겨냥한 비판이었다.

백승호의 소속사 브리온컴퍼니는 앞서 2일 “수원 구단을 완전히 배제하고 K리그 이적을 준비하지 않았다”며 “문제가 법정 공방으로 확대되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무분별한 비방을 멈춰 주시길 부탁 드린다. 허위 사실로 인한 선수의 명예 훼손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논란의 당사자인 백승호가 결장하고 비난만 오간 어수선한 상황 속에 승리는 전북이 챙겼다. 전북은 원정 경기에서 최보경(33)과 일류첸코(31), 모두 바로우(29)의 연속 골을 앞세워 3-1로 승리했다.

전북은 개막 후 7경기 무패(5승 2무)를 달리며 승점 17로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수원과 상대 전적에서도 2017년 11월 19일(2-3 패) 이후 무패를 질주했다. 전북은 최근 수원과 정규리그 10경기에서 8승 2무를 올렸다.

전북은 경기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수원 팬들의 비난에 응수했다. 구단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선수들의 사진과 함께 '이기는 게 상식', '눼에 이겨서 지성', '앗 톨비가 승점보다 싸네' 등 글이 적혔다. 반면 연패에 빠진 수원은 3승 2무 2패 승점 11에 머물렀다.

김상식 전북 현대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두 팀 분위기가 ‘백승호 논란’으로 과열되자 김상식(45) 전북 감독은 경기 후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취재진과 기자회견에서 "수원과 백승호 측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3자로서 제가 진실 공방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면서도 "제가 한 달 반 가량 지켜보기로는 진실도 있고, 오해도 있다. 백승호가 전북 선수이기 때문에 혹시나 도울 일이 있다면 도와서 오해를 잘 풀고 K리그에서 뛰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리그의 일원으로서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국내로 복귀해 뛰면 좋다고 생각한다. 이청용(33ㆍ울산 현대)과 기성용(32ㆍFC서울)도 돌아와 K리그 발전에 힘을 쓰고 있다고 본다"며 "손흥민(29ㆍ토트넘 홋스퍼)도 10년 내에 K리그로 돌아와 마무리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논란의 백승호를 합류시켰지만, 어디까지나 선수의 미래와 K리그의 발전을 염두에 둔 영입이라 일이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양 팀의 다음 맞대결은 5월 9일 오후 4시 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