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팬들이 백승호와 전북 현대 비판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21시즌 프로축구 K리그가 개막한 지 어느덧 한 달이 훌쩍 지난 가운데 경기장 관중석 곳곳에서 아쉬운 모습들이 나타나 눈살이 찌푸려진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 사례가 나왔다. 4일 오후 수원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K리그1(1부) 경기가 열린 수원종합운동장. 홈팀 수원FC가 2-1 승리를 거뒀다. 경기 내용이 압권이었다. 경기 중 비디오 판독(VAR)이 수시로 진행될 만큼 박진감이 넘쳤다. 전반 34분과 전반전 종료 직전, 후반전 종료 직전에 VAR이 실시됐다. 판정이 나올 때마다 경기장 관중석 곳곳에서 커다란 육성 응원이 들렸다.

취재진이 있는 기자석 인근의 일부 관중도 소리를 질렀다. “육성 응원은 자제 부탁 드립니다”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우려 섞인 방송이 수 차례 반복됐지만, 흥분한 일부 관중의 육성 응원은 틈틈이 계속됐다. 현재 특정 경기장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비슷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는 게 K리그 현장을 찾는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K리그1 경기에서는 더욱 몰상식한 응원이 펼쳐졌다. 최근 ‘백승호(24)가 K리그로 오면 수원 삼성에 입단한다’는 과거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채 전북행을 결정한 것을 두고 수원 팬들이 커다란 분노를 표출했다.

수원 구단 팬들은 경기 전 관중석에서 '앗 뒤통수! 14억보다 싸다!', '까치도 은혜는 갚는다'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어 올렸다. 전북 구단과 관련해서도 '정의도 없고', '선도 없고', '지성도 없고', '상식도 없다'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보였다. 전북 모기업의 정의선(51) 현대차그룹 회장과 박지성(40) 전북 어드바이저, 김상식(45) 전북 감독을 겨냥한 비판이다.

물론 단순히 비판 수준의 문구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경기장 한 곳에선 욕설이 들어간 문구의 응원 도구가 노출돼 논란이 일었다.

K리그1 FC서울의 홈 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부터 ‘시즌 완주’를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 구성원들의 코로나19 감염으로 시즌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일이 없도록 세부 사항이 적힌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했다. 관중 수익이 크게 감소한 K리그 구단들도 코로나19가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관중이 방역 수칙을 위반하며 K리그 전체를 위험에 내몰고 있다. 또한 도 넘는 비방으로 K리그의 품격마저 떨어뜨렸다.

올 시즌 K리그는 국내 선수들의 활약과 명문 구단들의 부활 분위기로 재미를 더하고 있다. 6일 오전 기준 K리그 득점 상위 10명 가운데 70%에 달하는 7명은 국내 선수다. 팀 순위에선 전북과 울산 현대를 비롯해 지난해 부진했던 FC서울(4승 3패ㆍ승점 12)과 수원 삼성(3승 2무 2패ㆍ승점 11)까지 모두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K리그의 봄’이 지속되려면 응원 문화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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