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핀 대한민국 술테마박물관 전경. /이하 박대웅 기자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두꺼비가 아니라 원숭이라고?'

전라북도 완주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술테마 박물관'(이하 술테마 박물관) 관계자의 설명에 의아해 했다. 그가 가리킨 곳에 얼핏 양주병처럼 보이는 초록병이 있었다. 그곳에 진로(眞露)라는 한자와 함께 두꺼비가 그러져 있었다. 
 

1965년 제작된 진로 소주병. 

'진로'의 트레이드 마크가 애초에 두꺼비가 아니라 원숭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진로소주는 1924년 평남 용강군의 '진천양조상회'가 모체다. 이 때 소주 도수는 35도였고, 상징하는 동물은 원숭이였다. 
 
서북지방에서 원숭이는 영물이다. 사람 모습을 하고, 사람 말을 알아들으며 술을 만들어 마실 줄 알기에 복을 주는 동물로 여긴다. 그런데 한국전쟁이 끝나고 남하한 진로는 더 이상 원숭이를 심벌로 사용할 수 없었다. 남한에서 원숭이는 치사하고 교활한 사기꾼 이미지가 강했다. 대신 '떡 두꺼비 같은 아들', '은혜 갚은 두꺼비'라는 표현을 낳으며 남한에서 영물로 여기는 두꺼비가 진로의 상징이 됐다. 두꺼비는 1955년부터 원숭이의 빈자리를 채웠다. 

시선을 들어 주위를 둘러 봤다. 온통 초록병들이 전시실을 가득 채운다. '이곳이 천국이구나'라는 우스갯소리가 새어 나왔다. '술테마 박물관, 기발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술테마 박물관 곳곳에는 매일같이 함께하면서도 정작 모르고 지냈던 술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소주만 있는 건 아니다. 이곳에서는 1969년 생산된 우리나라 최초의 와인을 만날 수 있다. 국내 최초 와인은 포도주가 아니다. 사과로 만든 애플파인 와인 '파라다이스'이다. 포도로 만든 와인은 1973년 동양맥주에서 생산한 마주앙이다. 마주 앉아 즐긴다는 뜻이다. 
 
마주앙은 지금도 생산되고 있는 국내 최장수 와인 브랜드다. 또한 마주앙은 처음 판매될 때부터 로마교황청의 승인을 받아 지금까지 한국천주교의 미사주로 사용되고 있다. 미주사는 마주앙 중에서도 가장 좋은 품질의 포도주로 만들어 진다. 재배부터 관리와 수확, 제조 과정은 물론 숙성까지 천주교전례위원회의 관리를 받는다. 
 

술테마 박물관이라고 해서 아이들과 함께 가길 꺼려할 필요는 없다. 전시장 곳곳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과거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며 어릴 적 추억을 나눌 수 있다. 부모를 넘어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손주들과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세대를 뛰어 넘는 소통의 장이 펼쳐지는 곳이 바로 술테마 박물관이다. 근처에 가족들이 모두 함께 즐길 거리도 꽤 있다. 술테마 박물관을 찾는다면 근처 구이 저수지 산책길과 모악산 도립공원, 모악산 도립미술관 그리고 경각산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해 보길 권한다.

술테마박물관(완주)=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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