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강성 지지층 비하하는 '대깨문' 표현 후폭풍…특정 주자 '편들기' 논란까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강성 지지층을 비하하는 뜻이 담긴 '대깨문'이라는 용어를 공식 석상에서 사용해 '친문' 지지층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견제하고 있는 '친문계'가 송 대표의 발언을 명분으로 본격 결집·공세를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토론회에서 "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소위 '대깨문'이라는 사람들이 '누구가 되면 차라리 야당을 찍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없고 성공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문 지지층이 이재명 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를 찍으려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송 대표는 "누구라도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원팀'으로 만드는 것이 당대표의 의무"라며 "누가 되면 안 된다. 차라리 야당을 찍겠다는 극단적 의견은 소수"라고 치부했다. 

 

송 대표는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동영 후보가 맞붙었던 지난 17대 대선을 상기했다. 송 대표는 "노무현 정권 말기 정동영 후보를 두고 당시 일부 민주당 내에서 차라리 이명박 후보를 찍겠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500만표의 압도적 차이로 이명박 정권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 대표는 "그 결과 철저한 검찰 보복으로 노무현 대통령께서 돌아가시는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소위 '대깨문'이라는 사람들이 '친문' 후보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자신을 '친이재명' 성향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맞지 않다"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이재명·안희정 후보가 경선할 때 경선 단계부터 문재인캠프에 있었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과반 넘게 당내 경선에서 이길 수 있게 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송 대표는 "이재명 후보를 배척하지 말아야 한다"며 "누가 후보가 되든 그 사람을 중심으로 단결하는 것이 민주당의 '원팀' 정신이다. 누구를 배제하는 논리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친문' 여부를 기준으로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하거나 배제해선 안 된다는 송 대표의 원론적 견해 자체는 문제삼기 어렵다. 하지만 '대깨문'이라는 표현은 당대표로서 사용하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6일 <한스경제>와 통화에서 "보수정당도 '태극기부대' 등 강성 지지층을 비하하는 표현이 있지만, 국민의힘 인사들 가운데 자당의 강성 지지층을 비하하는 표현을 쓴 정치인이 있었느냐"며 "하물며 일반 정치인도 아니고 (민주)당의 대표가 당 지지층을 비하하는 표현을 쓴 것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전체 민주당 당원들 중 많게는 20% 가량이 친문 성향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 민주당 당원이 크게 증가했을 때 친문 성향 지지층의 가입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지방선거 패배 직후에도 홍영표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서 2위를 차지한 것만 봐도 친문 성향 지지층의 수를 짐작할 수 있다. 송 대표에 대한 당내 비판적 여론이 한동안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송 대표의 '대깨문' 발언을 겨냥해 "당대표가 당 최대 리스크(위험부담)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최 전 수석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몇번 직접 소환한 것으로 모자라 김경률 회계사를 통해 조국 소환의 정점을 찍었다. 이번에는 문 대통령 지지자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언급했다"며 "송영길 대표는 노 대통령의 어려움과 위기, 특히 퇴임 후 절대절명의 시간까지 무엇을 했느냐"고 날을 세웠다. 

 

최 전 수석은 "그때 노 대통령이 입맛에 썼던지 뱉어냈던 송 대표다. 그런 당원들이면 문 대통령을 못 지킨다는 송 대표의 얘기는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라며 "송 대표의 감탄고토 습성을 걱정하게 된다"고 직격했다. 

 

최 전 수석은 특히 "당대표가 원팀을 얘기하면서 이미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밝힌 셈이 됐다"며 "당대표는 자기 생각만을 얘기해선 안 된다. 안으로 갈라치기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송영길 대표가 공적인 자리에서 당지지자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악용되고 있는 '대깨문' 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며 "친노가 안 찍어서 과거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황당한 논리를 펼치고, 나아가 막 경선이 시작된 판에 아예 특정 후보가 다 확정된 것처럼 사실상 지원하는 편파적 발언을 했다니 눈과 귀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공정과 정체성·신중함은 당 운영의 생명이다. 심히 걱정스럽다"며 "당의 통합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당의 통합을 해쳐서야 되겠느냐. 이유 불문하고 즉각 사과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송 대표는 전날 한국노총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을 만나 "발언 취지는 전체적으로 우리가 다 하나가 되자는 뜻이다. 특정인을 배제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누가 되든 나는 중립이고 후보된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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