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이인영 통일부 장관. / 연합뉴스

[한스경제=우승준 기자] 이른바 ‘통일부 폐지론’을 놓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이인영 통일부 장관간 설전이 최근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청년’ 이 대표는 통일부 폐지론뿐 아니라, 여가부 폐지론 등을 주장하며 대선정국에서 ‘작은정부’ 및 ‘선명한 야당’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통일부-여가부 존재 여부에 의구심 제기한 野대표

 

우선 이 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가족부라는 부처를 둔다고 젠더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것처럼, 통일부를 둔다고 통일에 특별히 다가가지도 않는다”며 “오히려 여가부가 존재하는 동안 젠더갈등은 심해졌고, 이번 정부 들어서 통일부가 무엇을 적극적으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통일부가 관리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폭파됐다”고 부각시켰다.

 

이 대표는 재차 “저는 업무분장이 불확실한 부처이기 때문에 일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차기 정부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 장관께서는 ‘필요한 부처’라고 생각하신다면 ‘필요한 부처에서 장관이 제대로 일을 안 하고 있는 것’이고 장관을 바꿔야 된다. 성과와 업무영역이 없는 조직이 관성에 의해서 수십년간 유지되어야 하는 게 공공과 정부의 방만이고 혈세의 낭비”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농담이지만 심지어 통일부는 유튜브 채널도 재미없다”며 “장관이 직원에게 꽃주는 영상 편집할 돈 이거 다 국민의 세금”이라고도 했다.

 

이에 이 장관은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대표의 말에 장관이 이러저러한 얘기를 한다는 게 좀 조심스럽다”면서도 “그러나 이 대표의 페북 글에 대해 아무 말도 안하는 게 오히려 무시하는 것 같아 짤막히 응답하고자 한다. 저도 남북관계 개선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통일부 장관의 일을 더 열심히 하겠지만, 이 대표도 통일부를 폐지하라는 부족한 역사의식과 사회인식에 대한 과시를 멈추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재차 “(지난) 3·8 여성의날에 통일부 여성들과 꽃을 나눈 게 재미없다는 건지, 무의미하다는 건지, 여전히 이 대표의 젠더감수성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전하고 건강한 병영생활을 위한 국민제안’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준석-이인영, 北여성인권 실태를 北여성이 챙긴 점 놓고도 충돌

 

이 대표는 이 장관이 밝힌 ‘이상한 젠더감수성’에 대해 “통일부 장관은 젠더 감수성 운운하기 전에 인권 감수성을 키우셔야 한다”며 “통일부 장관이 세계 여성의 날에 자기 부처 여성 공무원에게 꽃을 선물하고 유튜브 찍는 사이 오히려 북한의 여성인권 실태를 챙긴 것은 탈북 여성이고 UN이었다”고 맞섰다. 

 

이 대표는 계속해서 “북한 여성들은 할당제 같은 제도로 다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신매매등의 가장 근본적인 인권 탄압을 받고 있다”며 “이런 게 세금 받는 공무원들이 다뤄야 할 문제이고, 그걸 안하고 유튜브나 찍고 있기에 부끄러운 것”이라고 비판을 더했다.

 

이 장관도 지지 않고 맞섰다. 이 장관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는 처음부터 통일부 폐지를 얘기했을 뿐이지 북한인권을 얘기하지 않았고, 통일부여성에게 꽃을 나눈 것을 시비걸었지 북한인권을 위해 힘쓰라고 한 게 아니었다”며 “그리고 한마디만 보탠다. 인권감성은 상대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한다. 부디 자중하시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자중하길 바란다’는 이 장관 발언에 “저에게는 어떤 형식으로도 져주셔도 되지만 민주주의와 인권 앞에서는 절대 지지 않는 통일부 장관이 되시길 야당 입장에서 부탁한다”며 “누가 우리 건물을 부수면 책임을 물어야 되고, 누군가가 우리 국민을 살해하고 시신을 소각하면 강하게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재비판했다.

 

이 대표는 재차 “많은 국민들이 통일부에 바라는 것은 부당한 것에 대한 당당함, 그리고 항상 대한민국과 국민 편에 서서 통일 문제를 바라본다는 신뢰일 것”이라며 “그리고 작은정부론은 앞으로 보수진영 내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주요하게 다뤄질 과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직기강 부패방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통일부 폐지론에 앞서 ‘여가부 폐지론’ 공약으로 부각시킨 野

 

이 대표는 통일부 폐지론에 앞서, 여가부 폐지론을 대선공약으로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여성들을 적대시 하겠다’ 이런 것으로 받아들이면 그것은 굉장히 정치를 낮게 인식하는 것”이라며 “여가부 폐지가 처음에는 선동적으로 들리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작은 정부론이라든지, 정부 효율화 측면에서 특임부처들을 없애자는 취지로 간다면 광범위한 국민들의 지지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계속해서 “큰 틀에서 볼 때 방만한 공무원 조직이나 정부 조직을 효율화하자는 것에서 이제 조금 있으면 대선 공약으로 방점이 찍힐 것”이라며 “원래 어떤 정부든지 집권하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한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차원에서 5개 부처를 원래 감축하겠다는 얘기를 했다. 당시 MB는 작은 정부론에 가까운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작은 정부론에 대해선 “저는 그래서 우리 당의 대선 후보들 중에서도 아니, 저희 당은 비빔밥 정당 하겠다고 했는데 어느 누군가는 작은 정부론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MB 때 생각해보면 여성부나 통일부 같은 것들은 부처 규모가 굉장히 작고 특수 목적형 부처이기 때문에 오히려 힘이 약해서 그 업무들을 잘 추진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가 7일 경기도 파주시 연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PT) 면접 '정책 언팩쇼'에서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준석 ‘여가부 폐지론’에 제동 건 與잠룡 이낙연

 

이 대표가 군불을 지핀 여가부 폐지론에 대해서는 여권 잠룡인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가 나섰다.

 

이 전 대표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1야당이 불안하다”며 “그들은 여가부에 이어 통일부도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어리석고 무책임한 주장이다. 국가적 과제를 안다면, 결코 내놓을 수 없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는 “저는 여가부 폐지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며 “여가부는 그 업무를 부분조정할 필요는 있지만, 성평등 사회 구현 등 본질적 업무는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가 통일부 폐지론을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통일부 폐지를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국내외의 의문을 야기하고, 남북관계와 대외관계에 불편을 초래한다. 통일부는 오히려 그 업무를 확대하고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며 “남북관계는 그 기복에 일희일비하며 오락가락해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기복이 있더라도 인내와 지혜로 대처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저는 1980년대 초반 신문기자로서 남북관계를 취재하던 때부터 통일부 직원들의 순수한 열정과 전문성을 알고 있다. 그분들께는 좌절이 아니라 격려를 드려야 옳다”며 “제1야당은 통일부와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하루빨리 철회하기 바란다”고도 했다.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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