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충청권, 역대 대선마다 '캐스팅보트'로 꼽혀…내년 대선도 주요 지역
'충청대망론' 띄운 윤석열, 대전·충청 지지율은 기대 이하
양승조 컷오프한 민주당, 내달 전국순회경선 대전·충청부터 시작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대전 유성구 라도무스아트센터에서 충청ㆍ대전 지역 언론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윤석열캠프 제공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내년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충청대망론이 등장했다. 충청 출신 대선주자가 대통령에 당선되길 바라는 염원이 담긴 충청대망론은 역대 대선에서 한 번도 실현되지 못했다. 충청 출신 유력인사들이 대선에서 고배를 마시거나 정치적·개인적 논란에 휩싸여 정치권을 떠났기 때문이다. 

 

충청대망론을 가장 먼저 띄운 대선주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애초에 일부 언론은 윤 전 총장의 사퇴설이 돌았던 지난해 말부터 윤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를 가정해 충청대망론과 윤 전 총장을 연결시키는 기사를 꾸준히 내보냈다. 

 

지난달 29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윤 전 총장이 이달 6일 '윤석열이 듣습니다'라는 민생행보의 출발지로 선택한 지역도 대전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저는 서울에서 교육 받았지만 500년 전부터 저희 부친·사촌들까지 뿌리는 충남에 있다"며 충청 지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충청대망론에 대해서도 "옳다, 그르다 비판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지역민의 하나의 정서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윤 전 총장이 충청대망론의 대표주자격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가장 먼저 공략해서만은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범야권에서 윤 전 총장 외에 충청 출신 유력 대권주자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의힘에서 대선출마가 예상되는 유력인사들의 출신 지역을 살펴보면 영남 출신이 대부분이다. 부산·울산·경남(PK) 출신으로는 홍준표·하태경·김태호 의원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등이 있다. 대구·경북(TK) 출신은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가 유력하다. 최근 국민의힘 입당설이 돌고 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영남(경남 김해) 출신이다. 

 

그 외 황교안 전 대표와 윤희숙 의원은 서울 출신이고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 출신이다. 충청 출신 잠룡은 안상수 의원(충남 태안)이 유일하다. 

 

다만 윤 전 총장은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청지역 출신일 뿐 정작 본인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출신이다. 때문에 민주당 잠룡 중 충청 출신인 양승조 충남지사(충남 천안)가 윤 전 총장을 향해 "충청대망론의 '충'자도 꺼내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충청대망론을 차치하더라도 충청은 대선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서 '충청은 될 사람만 뽑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캐스팅보트' 성향이 강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과거 대선에서는 '중원을 차지하는 자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공식이 정론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실제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당시 전남 신안 출신인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가 충남 부여 출신인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DJP 연합'을 성사시켜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다. 영·호남 출신 대선주자들이 충청 지역 표심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례는 호남 출신의 대선주자가 충청 지역과 힘을 합쳤을 뿐 '충청 출신 대선주자가 대선에서 승리' 하는 충청대망론과는 거리가 있다. 충청을 기반으로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은 크지 않다는 반증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대망론이 실현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복합적 요소가 영향을 미쳤겠지만, 과거 대선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충청 지역에서 '충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표심이 몰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1987년 치러진 13대 대선에서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후보는 충청 출신이었지만 '대전·충청' 권역에서 경북 대구 출신인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32.3%)보다 낮은 득표율(30.6%)을 기록했다. 영남 출신인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20.7%)와 호남 출신인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16.0%)도 예상보다 적지 않은 득표율로 집계됐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충청 출신인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와 겨뤘지만 총 득표율 19.2%로 고배를 마셨다. 심지어 이인제 후보는 '대전·충청' 권역에서 28.8% 득표율을 기록해 이회창 후보(30.2%)와 김대중 후보(39.0) 후보에게 모두 밀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충청대망론을 내세운 윤 전 총장의 충청 지지율도 다른 지역과 비교해 높지 않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9~10일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1014명 /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6.4% /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에서 윤 전 총장은 29.9%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대전·충청·세종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9.1%포인트 하락한 27.2%로 나타났다. 오히려 대구·경북(40.1%) 지역보다 낮았으며, 수도권 출신인 이재명 경기지사(24.7%)와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충청대망론이 실체가 없다고 하더라도 충청이 대선에서 중요한 지역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충청은 역대 선거마다 특정 이념·정당에 쏠리지 않고 상당히 표심이 유동적인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충청 표심의 중요성을 의식한 듯 창당 이래 처음으로 내달 전국 순회 경선 출발지를 대전·충남으로 결정했다. 통상 호남이나 제주에서 전국 순회 경선을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당 내 유일하게 충청 출신 잠룡이었던 양승조 지사가 컷오프 된데다 충청대망론을 내세운 윤석열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경선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오른쪽부터),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김두관 후보가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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