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객 경마 출발장면. /한국마사회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가을을 알리는 바람처럼 한국마사회 경마공원에는 '신마(新馬)'의 바람이 불고 있다. 7~8월은 후기육성을 마친 2세 경주마가 경마장에 들어와 삶을 시작하는 시기다. 신예 경주마들은 이제 막 2~3경기를 치르며 자질을 뽐내고 있다. 5일 서울경마공원에서는 ‘될성부른’ 2세마들을 위한 특별경주 ‘루키 스테이크스(국OPEN·1200m·2세)’가 열린다. 지난해 어두웠던 경주마 시장 속에서 살아남아 ‘루키 스테이크스’까지 당도한 2세마 대표 실력자들을 살펴본다.

 

◆ 승부사(수, 2세, 정호익 조교사, 국5, R32, 1전 1승)

 

510kg에 달하는 거구에 스피드까지 갖췄다. 데뷔전에서 초반 선행능력과 막판 지구력까지 보여주며 경마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1000m의 최단거리지만 근성 있는 추입까지 보여줬다. 3마신 차 승리였다. 주파 기록은 59초6. 좋은 기록으로 단숨에 레이팅 32를 부여 받으며 국산 5등급으로 올라섰다.

 

부마(父馬)와 모마(母馬) 모두 경주마로 활약하지는 못했으나 혈통 자체는 좋은 편이다. 조부마 ‘인디언찰리(INDIAN CHARLE)’는 ‘산타아니타더비(G1·1800m)’에서 우승, ‘켄터키더비(G1·2000m)’에서 3위의 성적을 거뒀다. 외조부마 ‘플레터(FLATTER)’ 역시 ‘에이피인디(A.P INDY)’의 자마로 6전 4승, 3위 1회의 성적을 올렸다. 

 

◆ 유쾌한날들(수, 2세, 박재우 조교사, 국5, R32, 2전 1승·3위 1회)

 

튀어나가듯 나서는 출발능력이 인상적이다. 같은 2세마들과 겨룬 데뷔전에서 역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했다. 2위였던 ‘벤칼프린세스’와는 4마신 차, 경주 기록은 1분0초대였다. 두 번째 경기는 유일한 2세마로 출전해 경주를 선두로 전개했다. 4코너까지 1위를 유지했으나, 막판 추입을 허용하면 3위에 머물렀다. 

 

뛰어난 순발력이 증명하듯 부마는 지난해 리딩 사이어 ‘한센’이다. 모마 ‘유성제일’ 역시 현역시절 1등급까지 승군하며 활약했다. 부마와 자마(子馬)에 이어받은 순발력과 선행능력이 출중해 2세마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 벤칼프린세스(암, 2세, 서인석 조교사, 국5, R32, 2전 1승·2위 1회)

 

이번 경주 출전마 중 가장 많은 상금을 획득했다. 데뷔전에선 출발 후 150m 지점에서 약간의 주행방해를 받았다. 4코너를 5위로 진입했으나 결선 200m 직전부터 치고 나오는 추입력으로 2위를 거머쥐었다. 우승은 놓쳤으나 추입력과 근성으로 경마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두 번째 경주(Rookie1)에서도 2위로 경주를 전개하다 막판 직선주로에서 2위마와 거리를 벌리며 6마신의 낙승을 거뒀다. 2세마 사이에서는 충분히 능력을 검증한 셈이다. 

 

부마 ‘카우보이칼’은 씨수말 전환 후 한국 경마에서 12두의 1등급 경주마를 배출했다. 자마들의 좋은 성적으로 2016년 국내 도입됐다. 모마 ‘인디글로리’ 역시 ‘에이피인디(A.P. INDY)’의 자마로 좋은 혈통을 가졌다.

 

◆ 경주마관계자들의 희망 담은 2세마들

 

이들은 내년이면 경주마로 첫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3세마가 된다. 한국 경마를 이끌어갈 경주마들이라 할 수 있다. 최고의 경주마로 낳기 위해 생산자들이 정성을 다했고, 그 바톤을 마주와 조교사, 말관리사, 기수들이 이어받아 기르고 있다.

 

그러나 내년 한국경마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한국마사회는 한국경마의 지속성 유지와 경마 관계자 생계유지를 위해 사내 유보금으로 무고객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무고객 경마는 내년이면 벌써 3년 차에 들어선다. 정상경마가 멈춘 지도 3년 차다. 꾸준한 경주 출전으로 능력을 배양해야 할 ‘신입 경주마’들이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맞게 될지도 불투명하다. 지금처럼 무고객 경마가 지속될 시 삼관 경주 역시 시행이 어려운 현실이다. 삼관 경주는 최고의 3세마를 가려 국산마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 한국경마의 미래 주춧돌을 놓기 위해서라도 경마 정상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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