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스피돔에서 경륜 특선급 선수들이 결승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보통 특선급 경주는 우승 후보를 중심으로 2위 선수만 찾으면 돼서 팬들이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2위 다툼을 벌이던 선수들의 기량 차가 크지 않고, 여차하면 강력한 우승후보인 기존 경륜의 간판급 선수들을 따돌리는 이변 아닌 이변이 속출하고 있어서 주목받는다. 이른바 특선 2진급으로 불리는 선수들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8월 22일(광명 34회 3일차) 일요 특선 결승에선 만년 도전 세력으로 꼽히던 김관희가 한 바퀴 선행으로 나서면서 강력한 우승 후보인 황인혁 정하늘을 따돌리며 우승했다. 폭발적 관심을 불러 모았다. 쌍승 96배는 덤이다.

 

김관회는 지난 2019년 7월 낙차로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큰 부상을(고관절 골절) 입었다. 이후 예정된 결혼까지 미루면서 혹독한 재활과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고, 결국 재기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롤모델인 같은 팀(세종) 수장 황인혁을 꺾어 더 화제였다. 경기 후 그는 "너무 감격스럽다"면서 최근 지구력을 보완해 뒷심이 붙은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100% 자력으로 이룬 우승으로 내용 면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승리다.

 

2주 전 토요일은 정해민과 김희준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광명 5경주에 출전한 정해민은 ss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황승호를 추주하다 가볍게 역전에 성공했다. 뒤이은 6경주 김희준이 역시 ss반인 신은섭을 반 바퀴 이단 젖히기로 제압해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김희준은 경륜계 변방으로 불리는 금정팀 선수다. 대부분 연대 세력이 없는 열악하고 불리한 대진의 연속일 수밖에 없어서 이날 값진 승리는 경기 후에도 팬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관해 "임채빈이 가세하며 기존의 경륜 판도를 바꾼 것이 원인이다"고 분석했다. 정종진과 이른바 투톱 체제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기존 강자들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다. 두 명 빼고는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 위기를 크게 경험한 선수들에게 한 경기 성적과 상금의 의미가 이전과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선수들의 순위욕심이 커지고 또 절실해졌다.

마지막으론 이맘때 등장하는 세대 교체론이다. 그간 경륜계를 주름잡던 1987년생들은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운동선수로는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는 나이다.

 

반면 '젊은피' 1990년대생들은 이제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호쾌한 자력 승부로 중무장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시작됐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제 특선에서 믿을 만한 선수는 임채빈과 정종진뿐이라는 전망도 꽤 설득력이 있다.

 

박창현 최강경륜 발행인은 "철옹성 같은 SS반도 이젠 서열 정리가 되다 보니,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고 그동안 2착에 만족했던 선수들이 호시탐탐 자리를 넘보고 있다"면서 "이런 경주들이 하나둘 늘어나다 보면 갑자기 불이 붙는 상황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데뷔 3~4년 차 이상에 접어든 1990년대생 전후, 특히 자력 승부 능력을 가진 선수들을 주목해 볼 시점이다"고 설명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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