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화 김동관, GS 허세홍, 현대중공업 정기선, 코오롱 이규호 전면 나서
수소사업으로 차세대 오너들 경영권 승계 작업 속도
현대차그룹과 SK그룹, 롯데그룹, 포스코그룹, 한화그룹 등 국내 10대 그룹이 참여하는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이 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가운데 내빈들이 총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사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허세홍 GS그룹 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구동휘 E1 대표,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 차세대 총수로 유력한 젊은 오너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끈다. 기업이 주최하는 비즈니스 행사에 대기업 총수와 후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보기 드문 풍경이다. 여기에 그룹 후계자들이 공식 석상에서 전면에 나선 것은 처음이며 수소경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8일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H2 비즈니스 서밋에는 미래를 이끌 차세대 오너 경영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등이 각 그룹사 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수소 원팀에 합류했다. 수소사업을 시작으로 차세대 그룹 경영인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그간 태양광과 수소 등 그룹 미래 사업에 주력하며 성과를 보여왔다. 재계는 김 사장이 이번 기회를 바탕으로 수소경영에 기반한 한화그룹의 유력한 후계자임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김승연 회장은 등기임원은 맡지 않고 (주)한화, 한화솔루션, 한화걸설에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장남 김 사장이 맡고 있는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는 임원으로 등재하지 않았다. 이는 김 회장이 김 사장 중심의 후계 구도로 경영권 승계를 확정지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한화그룹 행보로 보아 그룹 핵심 미래 성장동력인 우주사업과 에너지 사업이 향후 김 사장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후계자 자리를 견고히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허세홍 사장이 이끄는 GS칼텍스는 친환경 신사업인 수소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GS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게다가 GS칼텍스는 그룹 전체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날 H2 서밋 행사에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아닌 허 사장이 GS그룹을 대표해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은 허 사장의 후계자 입성이 머지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허 사장은 아버지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이 일찌감치 퇴진하면서 2017년부터 GS칼텍스 대표이사로 취임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수소사업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정유사업을 주도하는 허 사장은 GS그룹 수소사업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GS칼텍스는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2024년 준공을 목표로 액화수소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2025년에는 약 1만톤 규모의 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액화수소 생산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수도권과 중부권에 액화수소 충전소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 밖에 한국동서발전과 함께 1000억원을 투자해 15㎿ 규모의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도 2023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도 수소사업으로 차기 총수 자리 입지를 강화한다. 정 부사장은 현재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등 그룹 중책을 맡고 있다. 특히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 부사장이 대표에 취임한 이후 실적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2017년 매출 2400억원에서 2019년에는 약 4배 증가한 809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그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미래위원회의 신사업(바이오, 인공지능(AI), 수소에너지 등)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면서 경영 승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그는 신사업 성과, 인수합병(대우조선해양, 두산인프라코어), IPO를 마무리한 뒤 사장 자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정 부사장이 수소 사업을 발판으로 30여년 이어온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다시 오너경영 체제로 전환할 적임자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다. 

 

정 부사장은 정주영 회장의 손자이자 정 이사장의 장남이다. 정 부사장은 2013년 입사 1년 만에 상무로 승진, 재계 오너가에서 가장 빠른 임원 승진을 기록했고, 부사장까지는 3년이 걸렸다. 정 이사장이 정계로 일찍 진출하면서 비어 있던 총수 자리를 이어받기 위해 경영수업을 빠르게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사장의 형제로는 정남이, 정선이, 정예선 4남매가 있으나, 장녀 정남이 이사만 아산나눔재단을 맡고 있을 뿐 다른 형제들은 경제계에 진출하지 않은 상태다.  

 

코오롱그룹 오너 4세 이규호 부사장은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코오롱 대표로 모습을 드러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전 회장이 2018년 말 은퇴한 지 3년 만이다. 

 

이 부사장은 그룹 차원에서 미래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소사업에 전력을 쏟으면서 추가 경영성과를 확보해 경영 승계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그룹은 2023년까지 수소연료탱크와 막전극접합체 등 수소차 핵심부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2030년까지 수소사업에서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2018년 이웅열 명예회장이 돌연 은퇴를 선언한 뒤 3년째 총수 공백인 상황이다.

 

이 부사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해 10년째 경영수업 중이다. 2015년 상무로 승진해 1년 만에 전무, 다시 2년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 부사장은 임원 승진 후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 부문을 맡아 뚜렷한 경영성과를 올리지 못했으나, 새로 맡은 코오롱글로벌의 자동차부문에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으며, 이규호 부사장을 제외한 두 딸은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코오롱그룹은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이 명예회장의 후계자는 이규호 부사장으로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고(故) 이원만 창업주부터 고 이동찬 전 회장, 이웅열 전 회장에 이르기까지 3대째 장자 승계 원칙은 이어지고 있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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