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으로 진행된 경마 / 한국마사회 제공

 

[한스경제=이수현 기자] 한국 말 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해결책으로 제시된 온라인 경마마저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고민이 더 깊어진다. 

 

한국 경마는 오프라인 발매 의존이 높았다. 코로나19로 인해 관중 입장이 제한되고 장외발매소 또한 제한적으로 운영되면서 관중 입장 수익은 급감했다. 입장 수익이 부족한 만큼 내부 유보금을 사용해 경마를 운영해왔으나, 이제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대면 경마를 홍보하는 영국 로열애스콧 광고 / 로열애스콧 홍보 영상 캡처

 

온라인 경마를 허용한 외국은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2020년 총 매출 2조9928억엔(한화 약30조7215억 원)으로 2019년 대비 3.4% 상승했다. 그리고 그 중 매출 70.5%를 온라인으로 창출하면서 위기에 대처했다. 이미 2019년 온라인 경마 비중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활성화돼 코로나19 충격을 최소화했다.

 

홍콩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발매와 연계한 무관중 경마로 위기를 넘겼다. 2020년 홍콩은 2019년 9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진행된 시즌에서 역대 시즌 매출 3위 기록했다. 온라인 발매 비중은 69%에 육박한다. 또한 121.1억 홍콩달러(한화 1조 8,503억 원)을 납부하면서 세수 확대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두 국가의 사례는 온라인 경마가 코로나19 위기를 넘기는 데 큰 구실을 했음을 잘 보여준다. 말 산업 종사자들 또한 위기 해결 방안으로 온라인 경마 허용을 촉구하고 있다. 8월 30일 발표된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축경비대위)는 성명문에 "이미 한국마사회가 온라인 발매를 시행한 경험이 있고,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 개인정보보호, 청소년 접근 차단, 경주 영상 불법 활용 차단 등 기술적 준비를 마쳤다"며 "하루속히 경마 온라인 발매 재개를 통해 농식품부가 말 산업 육성과 발전을 위한 본연의 임무를 책임감 있게 실천해 달라"고 언급했다.

 

국회에서 한국마사회법을 개정하기 위한 움직임은 꾸준히 있었다. 2019년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9명이 온라인 경마 발매를 골자로 한 한국마사회법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이어 2020년에는 총 4건의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법안심사 소위원회(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발매 허용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로는 실시 근거 부족과 사행성 우려가 뽑힌다. 실제로 1996년 한국 마사회는 전화, 모바일, PC 등을 활용한 온라인 발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2006년 감사원에서 온라인발매 시행 법적 근거에 대한 문제 제기 후 2009년 실시 근거 부족을 이유로 온라인 발매가 중단된 바 있다.

 

농림부 규탄 마사회 노조 집회 / 한국마사회 제공

 

하지만 경마와 시행 형태가 비슷한 경륜과 경정 대상 온라인 발매가 허가되자 형평성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경륜과 경정은 지난 5월 온라인 발매 법제화 이후 8월부터 온라인 발매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복권과 스포츠 베팅은 2010년대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행해 국가 차원에서 관리 중이다. 경마에만 온라인 판매를 막을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2020년 기준 말 산업 사업체 수는 2513명에 달한다. 그리고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말 산업 사업체 전체가 생존의 위기에 몰려 있다. 여전히 코로나 위기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눈앞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오프라인에 의존한 기존 틀에서 벗어나 온라인 발매를 비롯한 새로운 시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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