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민주당 내 보수주의자 때문에 법안 축소”vs"미국인 혜택없고 환경운동가만 승리“
미 하원에서 바이든표 사회복지 예산안이 통과되는 장면. 왼쪽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연합뉴스
미 하원에서 바이든표 사회복지 예산안이 통과되는 장면. 왼쪽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연합뉴스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2조2000억달러(약 2380조원) 규모 사회복지·기후변화 예산 법안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하원을 통과했다. 이번 법안은 공화당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으며 민주당은 제러드 골든 의원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져 찬성 220, 반대 213으로 아슬아슬하게 가결됐다. 향후 상원 문턱을 넘기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한 이 ‘더 나은 재건 법안(Build Back Better Act)’은 보육·교육·의료·주거 등 사회복지 지원확대 및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이 법안은 당초 3조5000억달러 규모의 법안이었지만 1조7500억달러 규모로 축소됐고 유급 가족휴가, 이민 관련 예산을 추가해 2조2000억 달러로 확정됐다. 

법안 처리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미국의 중추인 노동자와 중산층을 재건함으로써 이전보다 더 나은 경제를 건설할 수 있는 길로 가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은 대기업에 대한 새로운 최저한세, 주식 매입에 대한 과세 등 고소득자와 기업에 대한 미국의 세금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태양열 패널, 배터리, 반도체 및 기타 에너지 기술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기 위한 새로운 세금 공제가 포함돼 있다. 게다가 보편적인 유치원, 중산층까지 확대되는 보육에 대한 보조금, 대학 재정 지원 확대, 주거 지원, 노인들을 위한 가정과 지역사회 돌봄, 의료보험 등 내용도 포함했다. 

무엇보다 이번 예산에는 5500억달러 규모의 기후 프로그램 예산이 포함됐다. 재생 에너지와 관련해 빌딩, 교통, 산업, 전력, 농업 등 분야에 투자하고 풍력, 태양광, 원자력 등 저탄소 에너지원에 대해 세제혜택을 통해 이들 산업 투자 확대를 꾀한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전기차를 구매하거나 청정에너지로 전환한 경우 소비자에게 세금공제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기후예산 중 500억 달러는 강우량을 견디기 위한 도로 교체, 산불을 막기 위한 산림 처리, 저수지 강화에 쓰일 예정이다. 이 비용으로 산불 예방을 위해 처리되고 있는 약 300만~400만 에이커의 나무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법안이 하원에서 가결되자 미국 내 진보와 보수 언론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진보언론인 뉴욕타임스는 법안에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 내 중도파 상원의원인 존 맨친 의원과 키어스틴 시네마 의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조 맨친 의원은 기업인 기부자들을 끌어 모으는 기금 모금을 위해 댈러스에 있는 호화저택을 방문했고, 키어스틴 시네마 의원은 개인 및 법인 소득세율 인상에 반대한 후 월가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맨친 의원과 시네마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회복지·기후변화 법안 규모를 축소하고 사회복지 요소를 제한하기 위해 민주당과 싸웠기 때문에 공화당 성향의 기부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이라며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는 또 “공화당과 민주당이 50 대 50으로 양분돼 한표가 법안 가결과 부결에 연관을 미치는 중요한 상황에서 맨친 의원과 시네마 의원이 받고 있는 재정적인 지원의 영향은 지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가결된 사회복지·기후변화 대응 법안도 원래는 3조5000억 달러로 시작됐으나 2조달러로 축소된 데에는 조 맨친 의원의 영향력이 컸다”며 “맨친 의원에 의해 앞으로 이 법안이 더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보수적 정치주간지 내셔널리뷰는 이번 법안으로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입을 혜택은 거의 없으며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내셔널리뷰는 “이번 법안의 가장 큰 승자는 환경 운동가들과 그들의 강력한 로비 세력”이라며 “이들은 한 에너지원에서 다른 에너지원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550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받게 될 것이지만 환경운동가들과 로비세력을 제외하고는 다른 미국인들의 삶의 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부유한 미국인들은 자동차 한 대당 최대 1만2500달러의 연방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원받아 더 비싼 자동차를 더 많이 타게 될 것이고, 유치원에 대한 보조금도 혜택도 아이들이 아니라 교원노조에게 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셔널리뷰는 “이번 법안은 좌파들이 자신들의 녹색 의제를 영속시키기 위한 목적일 뿐이며 기후 정의 전사들을 만들기 위해 아까운 돈을 낭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내홍 속에서 법안이 하원을 가까스로 통화했지만 앞으로도 법안이 갈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존 맨친 의원과 키어스틴 시네마 의원 등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국가 부채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이유로 예산 규모와 세부 사업을 놓고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50 대 50으로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자력으로 법안을 가결할 수 있는 예산조정 절차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찬성한 가운데 의장인 부통령의 캐스팅보트를 활용하면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상원에서 법안이 부결되면 하원에서 다시 수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이번 법안이 상원에서 가결되기 위해서는 민주당 지도부의 중재 및 설득 능력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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