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존리, 'ESG와 기업에서의 성평등' 컨퍼런서스서 OECD 보고서 인용 
"여성임원 비율 15% 이상 기업, 10% 미만에 비해 수익률 50%↑" 
"한국, 여성노동력·여성 이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태될 수도"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정치권과 기업이 여성 노동력 이슈에 적극 대응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는 해외에서 투자를 받기 어렵다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왔다. 성평등 분야 등에서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국내 기업 내 성격차(남여 고용·임원·복지 등)가 해소되면 연평균 GDP 1%p(포인트)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는 보고서도 주목된다.

존리(John Lee)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사단법인 '올'과 법무법인 '원'의 ESG센터가 공동 개최한 'ESG와 기업에서의 성평등' 컨퍼런스에서 '한국의 현실과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라는 주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존리 대표는 "국내에서 여성 노동력 이슈를 적당히 지나가는 이슈로 생각한다면 희망이 없다고 본다"며 "기업에 여성 임원이 없으면 이제부터는 외국의 투자를 받기가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지만, 한국은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여성 임원을 채용하려고 해도 마땅한 인재를 찾기 힘들다'는 일부 기업의 주장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존리 대표는 "2012년 기준 대학진학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73%였으나, 여성 노동인구의 활용도는 그에 비해 떨어졌다"며 "(오히려) 남성의 직업을 여성이 가져간다는 이상한 논리로 남녀가 싸우게되는 희한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관련 교육을 받지 않으니, 왜 여성인력이 중요한지 모르고 (남성들이)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존리 대표는 "성 격차가 해소되면 한국의 GDP(국내총생산)가 2030년까지, 앞으로 10년 동안 1%포인트씩 추가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OECD의 전망이 있었다"며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도 2025년까지 28조달러의 추가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보고서(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존리(John Lee)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13일 사단법인 '올'과 법무법인 '원'의 ESG센터가 공동 개최한 'ESG와 기업에서의 성평등' 컨퍼런스에 참석해 '한국의 현실과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 온라인 방송화면 캡쳐
존리(John Lee)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13일 사단법인 '올'과 법무법인 '원'의 ESG센터가 공동 개최한 'ESG와 기업에서의 성평등' 컨퍼런스에 참석해 '한국의 현실과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 온라인 방송화면 캡쳐

실제 지난 2013년 OECD는 '성별 격차 해소 보고서'를 발간하고 "한국 노동시장에서 남녀 참여 격차를 현재 상태로 유지하면 2030년까지 1인당 GDP 성장률이 연평균 2.5%지만, 격차를 50% 줄이면 성장률 3%, 격차를 완전해 없애면 3.4%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 격차를 100% 줄일 경우 기존의 상태를 유지했을 때보다 GDP가 연평균 0.9%포인트, 약 1%포인트 가량 추가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서 여성임원의 비율은 5.2%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8월 올해 1분기 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법인 2246곳의 성별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임원 3만2005명 중 여성은 5.2%(166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발표된 이코노미스트 '유리천장지수' 내 '여성 이사회 비율'의 OECD 평균(25.6%)에 훨씬 못 미친다. 

여성 임원 선임 기업은 상장법인 2246곳 중 36.3%(815곳)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33.5%보다 2.8%포인트 올랐다. 임원 형태별로 보면 전체 등기임원 1만3368명 중 여성은 4.8%(648명), 미등기임원 1만8637명 중 여성은 5.5%(1020명)였다. 등기임원을 사내·외이사로 구분하면 전체 사내이사 7564명 중 여성은 4.6%(348명), 사외이사 5804명 중에서는 5.2%(300명)였다.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의 성별 임원 현황을 보면 152곳의 전체 임원 8677명 중 여성은 5.7%(491명)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증가했다. 여성 임원을 1명 이상 선임한 2조원 이상 기업은 전체 152곳 중 118곳(77.6%)으로, 전년보다 10.9%포인트 늘었다. 

임원 형태별로는 2조원 이상 기업의 전체 등기임원 1173명 중 여성은 8.3%(97명)로 전년 대비 3.5%포인트 증가했고, 전체 미등기임원 7504명 중 여성은 5.3%(394명)였다. 등기임원을 사내·외이사로 구분할 경우에는 2조원 이상 기업의 전체 사내이사 421명 중 여성은 1.2%(5명)였으며, 전체 사외이사 752명 중에서는 12.2%(92명)로 전년 대비 5.2%포인트 늘어났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원'의 이유정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는 기업의 여성 임원이 증가한 것은 상장기업들이 여성임원을 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지표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사내이사 비율이 굉장히 낮고 사외이사가 높은 것은 여성을 내부에서 승진시키지 않고 (주로) 외부에서 모셔와 여성임원 비율이 전체적으로 증가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존리 대표에 이어 '성평등 관점에서 본 ESG경영'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법무법인 '원'의 이유정 변호사가 13일 사단법인 '올'과 법무법인 '원'의 ESG센터가 온라인 형식으로 주최한 'ESG와 기업에서의 성평등' 컨퍼런스에 참석해  '성평등 관점에서 본 ESG경영'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 온라인 방송화면 캡쳐
법무법인 '원'의 이유정 변호사가 13일 사단법인 '올'과 법무법인 '원'의 ESG센터가 온라인 형식으로 주최한 'ESG와 기업에서의 성평등' 컨퍼런스에 참석해 '성평등 관점에서 본 ESG경영'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 온라인 방송화면 캡쳐

이 변호사는 유엔(UN)글로벌컴팩트와 유엔여성기구가 공동 발표한 '여성역량강화원칙'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해당 원칙에는 △양성평등 고위급 기업 리더십 구축 △남녀 인권 존중 및 차별 철폐 △남여 모두에게 보건·안전·복지 보장 △여성을 위한 교육·직업훈련 및 전문인력 개발 장려 △여성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개발·공급망 및 마케팅 활용 △지역사회 차원의 계획과 정책을 통한 양성평등 추진 △양성평등 달성을 위한 과정 측정 및 공개 등이 담겼다. 

또한, 이 변호사는 기업 내 성희롱·성추행 문제는 △시스템 미비·전문인력 부족 △자체 진상조사의 어려움 △객관성·중립성의 문제 △비밀유지의 어려움 △2차 피해 △조직 구성원의 갈등·대립 등으로 인해 내부적 처리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중립적 외부 기관에 위탁해 신고를 접수하고, 전문적으로 진상조사를 하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에서는 유웅환 SK텔레콤 부사장과 박선영 한국젠더법학회의 회장이 각자의 의견을 공유했다. 

유웅환 부사장은 "사람 중심의 사회로 바꾸고 1명의 개인을 소중이 여기는 사내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시간과 성과로 직원을 압박하기 보다는 제도적으로 출산휴가 등을 지원하는 법적 제도의 정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선영 회장은 "이사회 성별 비율 조정이 필요하지만, 기업의 자율적 노력에 맡기기는 한계가 있어 지속적인 법 개정 운동이 필요하다"며 "또한 공적연기금을 ESG에 투자하는 내용을 법적으로 명문화하면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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