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야말-유럽 가스관 공급 중단... 유럽 천연가스값 최고치
서방 국가용 압박카드vs상업적 이유일 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연합뉴스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유럽연합(EU)의 겨울철 에너지대란이 현실화 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가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독일까지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야말~유럽 가스관은 러시아산 가스가 유럽으로 공급되는 주요 수송로 중 하나다. 이 여파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폭등하고 있다.

로이터는 21일(현지시간) 독일 가스 수송관 운영업체 ‘가스케이드’를 인용해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지난 18일부터 줄었으며 이날 오전 완전히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서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는 지난 주말 시작부터 계속 감소하다가 화요일 완전히 멈춘 후 폴란드에서 독일 쪽이 아니라 반대쪽인 독일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폴란드 가스 업체 측은 독일에서 동쪽으로 돌아오고 있는 가스가 폴란드로 공급될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독점 가스 공급업체 가스프롬은 지난해 폴란드와의 장기 가스운송 계약 연장이 무산된 뒤 경매를 통해 월 단위로 야말-유럽 가스관의 수송물량을 예약해 왔으며, 이번 달엔 매일 경매를 통해 물량을 정하고 있다.

가스프롬은 최근 이 가스관의 수송량을 계속해서 줄여 왔다. 하루 수송량은 지난 17일 2700만㎥에서 18일 520만㎥, 19일 470만㎥로 줄었으며 20일에는 전체 수송 용량의 약 4.3%인 380만㎥로 줄어들었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 가스 수요의 40%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야말~유럽 가스관은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등과 더불어 러시아 가스를 유럽으로 수출하는 주요 통로 중 하나다. 규모는 길이가 2000㎞이며, 연간 최대 330억㎥를 공급할 수 있다.

러시아가 공급양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유럽가스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이에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뛰어 유럽의 에너지 대란이 다시 심화할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천연가스 지표물인 네덜란드 TTF의 가격은 전날과 비교해 22.7%나 올라 ㎿h(메가와트시)당 180.34유로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때 전날 대비 27% 오른 187.78유로로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영국 천연가스도 전날 대비 21.8% 오른 섬(1000kcal)당 453펜스에 거래를 마쳤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과 노르트스트림 2 가스관 인증 지연 속에서 의도적으로 추가 가스 공급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이번 조처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군사 긴장감 고조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나온 정치적 갈등 탓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긴장 완화를 위해 미국에 나토의 동진을 중단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에너지를 무기화하며 서방 국가용 압박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해석이다. 

노르트스트림2의 경우 미국의 반대 속에 지난 9월 완공한 뒤 최근 정치적 갈등으로 독일의 승인이 자꾸 지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러시아군 집결,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 심화 및 이에 따른 안보 위협 등을 이유로 승인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지난주 말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이 내년 상반기까지 승인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입장은 EU 에너지 규정에 따라 가스공급사와 운송사는 분리돼야 하기 때문에 가스 공급사인 가스프롬이 독일 내에 별도의 운송 자회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독일의 승인이 이뤄지더라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추가 승인을 해줘야 가스관을 가동할 수 있다.

미국과 EU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독일이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폐쇄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20일 블로그를 통해 “가스프롬이 계약상 의무는 이행하고 있지만,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량 확대와 유럽 내 자사 저장고 재충전을 거부하는 것은 EU에 대한 압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는 정치적 연관성을 부인하며 상업적 이유를 그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가스프롬은 유럽 내 높은 가스 가격으로 수요가 줄면서 공급을 줄이고 있다며 장기 공급 계약과 고객의 요청에 따른 공급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것은 순전히 상업적인 상황”이라며 “노스트스트림2와 정치적 이유와는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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