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SG, 신경제 이끌 게임체이저...공공영역까지 확장
환경·사회 뒤에 숨은 지배구조...ESG워싱 우려
ESG 대통령 선출...대전환·대통합 가속화
(사진=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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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양세훈 기자] 2022년 임인년(壬寅年). ESG 대한민국, 대전환의 시대가 열렸다. 기후·환경위기에 더해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로 갈등과 분열이 팽배한 지금, 우리 사회에 회오리처럼 다가온 ESG가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며 대전환의 기틀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그 뿌리가 더욱더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서 공공(정부)으로 ESG영역이 확대되고 관망하던 기업과 공공이 이제는 앞다퉈 ESG 경영과 정책을 내놓으면서 촘촘한 ESG 기틀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다.

올해 난제는 현재 진행 중인 팬데믹 위기다. 1990년대 후반 IMF사태, 2000년대 후반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또 다시 2019년 후반에 시작된 감염병 공포가 2년 넘게 우리사회를 괴롭히고 있다.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위기에 우리는 매번 언제 그랬냐는 듯 극복했고 이번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위기의 시대에 ESG는 더욱 빛을 발한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들이 ESG를 도입했듯이 같은 의미로 올해 대선은 ESG에 적합한 대통령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다. 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세 축이 조화를 이루듯 새로운 지도자는 우리사회의 대통합을 이끌어야 할 막중한 책무를 짊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ESG에 기반을 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제 시선은 위기 이후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다. 메타버스 수소경제 등의 신기술과 양극화의 핵심인 부동산, 그리고 위드코로나와 남북관계, 대선, 미중갈등 등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 그리고 펼쳐질 주도권 다툼에서 신경제 질서를 이끌 게임체인저가 바로 ESG인 것이다. 그리고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ESG의 탈을 쓴 ESG 워싱(washing)이다. 

◆ 올해 정부·공공기관까지 ESG 확산...“살아남으려면 변화하라” 

ESG의 확장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과거 ESG가 기업의 비재무적 지표로 분류되면서 재무적 성과와는 별개로 인식돼 왔으나 지금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기업 경쟁력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며 인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ESG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ESG 전도사로 알려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2021 CEO세미나’에서 “이제 ESG를 기반으로 더 큰 결실을 거둬 이해관계자와 나누는 새로운 그룹 스토리를 만드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각 사가 치열하게 '딥체인지(Deep Change·근원적 변화)'를 실행한 결과 파이낸셜 스토리에서 일정 부문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후 “이를 통해 ‘빅립(Big Reap 더 큰 수확)’을 거두고, 이해관계자와 함께 나눠야 한다”고 밝혔다. 살아남으려면 변화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그 변화가 곧 ESG인 것이다.

이제 ESG가 공공의 영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처음 ESG가 우리나라에 도입될 당시만 해도 ESG는 민간기업의 수익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됐다. 그래서 ESG는 오롯이 기업 경영의 한 축으로 치부됐고, 민간(기업)이 주도해야 하는 영역으로 오해했다.  

하지만 이제 ESG는 공공부문에서도 필요한 시기가 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작년 말 K-ESG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도 정부가 ESG를 주도할 수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됐다. 여기에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ESG 관련 지표에 관한 정보공시를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정부기관을 비롯해 공공기관들도 ESG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ESG행복경제연구소에서 국내 최초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ESG 평가 지수'와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ESG 평가등급'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ESG가 기업을 넘어 사회공동체 지속발전을 위한 공공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은 “지방자치단체 ESG 평가지수는 향후 '중앙정부→지자체→기업'으로 이어지는 ESG 선순환 구조를 이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고, 이재율 전 경기도 제1부지사(전 행정안전부 재난실장)도 "지자체 ESG 평가로 광역단체를 비롯해 기초단체에서도 ESG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향후 지자체가 친환경으로 가는 장기지속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글로벌 금융투자사들의 강력한 ESG 요청으로 전 세계 주요 기업 내 ESG 경영이 빠르게 확산했던 최근 트렌드가 앞으로는 정부 및 공공기관으로까지 폭넓게 확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따라서 공공부문에서 ESG 평가지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ESG 성과를 어떻게 관리, 확산시킬 것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지배구조 개선 없이 ESG도 없다...ESG 대통령 선출 기대 

“ESG는 착한경영이 아니라 정도경영이다.”

ESG행복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이 같은 말로 ESG를 올바르게 수익을 창출하고 이익을 사회적가치로 창출하는 경영방식이라고 설명했다. ESG를 세발자전거에 비유하기도 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조화롭게 나가야 하지만 지배구조가 앞바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과 사회적 책임 이행에 앞서 의사결정은 지배구조가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ESG를 착한경영이라고 착각하면서 환경활동과 사회공헌활동은 부각하는 반면 정작 지배구조 개선에는 소홀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우리나라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ESG 분야는 환경(60.0%), 사회(23.3%), 지배구조(16.7%) 순이었다. 정작 가장 중요한 지배구조는 ESG에서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국내 몇몇 재벌기업의 지배구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심화하고 있다. 지배주주나 총수일가가 이사회 및 그 하부 위원회와 같은 공식적인 의사결정기구를 좌지우지하거나 무시하는 일은 흔하다. 더구나 책임과 권한이 모호한 ‘무보수·비상근’ 지위로 회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ESG를 단지 홍보 수단으로만 인식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 횡행하듯 ESG워싱 또한 가장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ESG 중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지배구조”라며 “한국 기업들이 ESG에서 가장 덜 강조하는 것 역시 지배구조라는 점에서 현재 ESG가 ESG워싱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제 경제, 산업, 정치 등 모든 패러다임이 ESG로 재편되고 있다. 결국 오는 3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ESG 정책을 주도하고 실천하는 후보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다. 대한민국 대전환과 대통합은 최초 ESG 대통령의 탄생으로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양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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