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달내 분류체계 최종확정...소송불사 찬반 갈등 심화
유럽연합국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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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지은 기자] 유럽연합(EU)이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를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초안을 공개했다. 원전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이번 초안에 찬성하는 반면,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은 국가들은 반대하고 있어 최종 결정을 앞둔 EU 집행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원자력과 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적 투자로 분류하는 규칙을 담은 그린 택소노미 초안을 지난달 31일 회원국에 보냈다. 그린 택소노미는 어떤 경제활동이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환경 개선 등에 기여하는지 명시하는 일종의 기준이다. 

공개된 초안에 따르면 프로젝트가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계획, 자금 및 부지를 가지고 있다면 원자력 발전소 투자를 녹색 투자로 명시했다. 신규 원자력 발전소 투자가 녹색으로 분류되려면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하며 기존 발전소의 수명 연장도 친환경으로 간주된다.

천연가스 발전소 투자도 킬로와트시(kWh)당 270g 이하의 CO2를 배출하고, 오염도가 높은 화석연료발전소 교체,  2030년 12월 31일까지 건축허가를 받고 2035년 말까지 저탄소 가스로 전환할 계획이면 녹색 투자로 분류된다. 

유럽집행 위원회는 가스 및 원자력 발전은 완전히 지속가능하지는 않지만 배출량이 산업 평균 이하이고 오염 자산에 국한되지 않는 과도기적 활동이라는 이유로 녹색 투자에 포함시킨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초안과 관련해 낸 성명에서 “원전과 천연가스는 재생에너지가 주 에너지원이 되는 미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과학적 조언과 현재의 기술 진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회원국들의 다양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미래로 전환하는데 천연가스와 원자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성명에서 “EU의 결정은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 100%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방해하고 기후 약속에 대한 EU의 실천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필립 램버츠 유럽녹생당 공동총재도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으로 분류하는 것으로 인해 유럽 연합이 지속가능한 금융을 선도하는 시장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문제를 놓고 EU는 지난 1년간 국가들 사이에서는 견해차가 컸다. 원전 비중이 70%를 차지하는 프랑스를 비롯한 핀란드, 폴란드, 체코 등 국가들은 원자력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탈원전을 표방하는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포르투칼, 룩셈부르크 등 국가들은 반대 입장을 보여 이번 초안에 반대표를 행사할 전망이다. 특히 오스트리아는 EU 집행위가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할 경우 유럽사법재판소에 소송을 걸겠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그린 택소노미는 친환경이라는 꼬리표를 기후 친화적인 프로젝트에만 제한함으로써, 투자를 민간 자본으로부터 끌어내고,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친환경적인 면을 과대평가하는 그린워싱을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EU는 이 분류체계를 EU 자금 지원에도 적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는 어떤 사업이 공공재정투자에 적합한지도 가르게 될 전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달 가스·원자력 프로젝트를 EU '지속가능 재정 분류체계(sustainable finance taxonomy)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결정하는 규칙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27개국 회원국과 전문가 패널의 검토를 거쳐 이달 말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택소노미 초안은 대다수의 EU 회원국과 유럽 의회 의원의 승인이 필요하다. EU 회원국이나 EU 의회가 다수결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최종 결론은 아직 예상할 수 없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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