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탄소중립 의지 드러낸 文정부, K택소노미서 ‘원전’ 배제, 
원전을 녹색사업으로 분류한 EU…“기후변화 해결책 아냐” 질타
‘탈원전’, ‘감원전’ 등 에너지 정책 놓고 입장 달리한 정치권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업무계획(한국판 뉴딜·탄소중립 분야)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업무계획(한국판 뉴딜·탄소중립 분야)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우승준 기자] 환경부와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 구축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놓고 우리사회 곳곳에서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한 초안을 발표한 것과도 대조된다. 

K택소노미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등 6대 환경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경제활동을 구분하고 녹색채권 등 각종 금융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향후 기업과 금융기관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투자의사결정에 반영할 때 기준점이 될 예정이다. 더욱이 친환경 경영활동에 자금을 투자하는 녹색금융은 지난해 12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녹색채권이 발행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성장세가 빠른 특징이 있다. 연장선상으로 K택소노미 포함 여부가 자금조달 등 향후 기업들의 사업 성패가 갈려 그 내용을 놓고 환경계와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돼 왔다.

이번 K택소노미에는 태양광·태양열 등 재생에너지가 포함됐으며 , ‘LNG·혼합가스 기반 에너지 생산과 ‘LNG 기반 수소(블루수소) 생산’은 전환부문 조건부로 포함시켰다. 반면 원전은 빠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이 환경부에 제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검토의견’ 때 “원전 수출 시 주요 경쟁국과 공정한 경쟁여건을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를 배제한 셈이다.

아울러 원자력업계는 그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자료를 인용해 원전 전주기(건설부터 폐기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생산전력 1킬로와트시(kWh)당 12g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로, 태양광(27~28gCO2eq)보다 적고 풍력(11~12gCO2eq)과 비슷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원전을 탄소중립을 실현할 가장 적합한 전원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원전의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을 1kWh당 66.09gCO2eq로 추산한 연구 결과 등을 제시하며 원전이 '저탄소 에너지원'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 온실가스 배출이 덜한 것과 무관하게 다른 방식으로 환경을 파괴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넣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더구나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의 반감기는 최대 수만 년에 달하다.

이처럼 이번 K택소노미에 원전을 배제한 것은 원전이 저탄소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환경단체 주장에 정부가 힘을 실은 결과다.

유럽도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앞서 작년 11월1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때 독일·룩셈부르크·포르투갈·덴마크·오스트리아·스페인·아일랜드 등 7개국은 원자력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는 것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은 환경선진국으로 정평이 난 국가들이다. 

특히 레오노레 게베슬러 오스트리아 환경부 장관은 EU집행위원회가 원전과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를 녹색사업으로 분류하기로 한 초안을 발표하자 “EU의 계획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원자력은 위험하고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EU 집행위원회가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마치 친환경 에너지처럼 취급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K택소노미를 향한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당장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놓고 각 정당 대통령 후보들이 꺼낸 에너지 정책이 이를 방증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원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탈원전 정책 폐기를 각각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대선후보는 신재생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건설 중인 원전은 계속 지어 가동하되, 신규 원전은 추가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한 감(減)원전 정책을 꺼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달 29일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아 “탈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며 현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EU 확정안에 원전이 포함될 경우 국내 사정을 고려해 K택소노미 개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K택소노미를 1년간 시범 운영한 뒤 한 차례 개정하고 다시 2~3년 운영한 뒤 재차 개정할 방침이다.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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