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후 행동 100+ 및 넷제로 자산운용 이니셔티브 가입
투자 프로세스 전반에 지속가능성 반영
스튜어드십 강화...다양성 부족은 문제점
"넷제로 달성하려면 파트너십 통해 신흥시장으로 자본 이동해야"
블랙록 자산운용/연합뉴스
블랙록 자산운용/연합뉴스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경제·산업 등 사회 전반적인 패러다임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 ESG가 기업의 비재무적 지표로 분류돼 재무적 성과와는 별개로 인식됐으나 지금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기업 경쟁력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며 인식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ESG경영에 적극적인 가운데 이제는 관망하던 기업들도 앞 다퉈 ESG 경영에 나서고 있다. ESG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지면서 ESG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스경제는 글로벌 기업들의 ESG 경영을 연중 조명함으로써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고자 한다.<편집자 주>

블랙록(Blackrock)은 운용 자산기준 세계최대의 자산운용사이지만 ESG경영에 있어서도 금융계에 선두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랙록의 CEO인 래리 핑크는 2020년 1월 연례 서한에서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지적하며 "우리의 투자 신념은 지속 가능성과 기후 통합 포트폴리오가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위험 조정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한에는 기후 변화의 위험을 논의하는 것을 넘어 포트폴리오 구축과 리스크 관리에 지속가능성을 필수적으로 만드는 것, 발전용 석탄 생산자와 같이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높은 위험을 초래하는 투자를 중단하는 것, 새로운 투자 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포함한 포트폴리오에서 취하고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설명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투자

블랙록은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의 창립멤버이며, UN 책임투자원칙에 서명권자다. 2020년에는 기후 행동 100+(Climate Action 100+)에도 가입했다. 기후 행동 100+는 기업들의 기후 관련 정보공개를 개선하고 사업전략을 파리협약의 목표와 일맥상통하도록 하기 위해 기업들에 관여하는 투자자의 네트워크다.

블랙록은 2021년 3월 뱅가드, 맥쿼리, 브룩필드 등과 함께 넷제로 자산운용 이니셔티브(Net Zero Asset Management initiative)를 발표했다. 이 이니셔티브는 지구 온도를 1.5도 이하로 제한하려는 전 세계적인 노력에 따라 2050년 또는 그 이전에 온실가스 넷제로 배출 목표를 지원하기로 한 약속이다. 블랙록의 CEO인 래리 핑크는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게 되어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에서 넷제로를 향한 동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어 고무된다"고 밝혔다.

이어 4월 블랙록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과 손잡고 2050년까지 넷제로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도 래리 핑크는 "변혁적 혁신 없이는 세계가 넷제로 목표를 충족시킬 수 없다. 탈탄소화 솔루션과 기술이 우리 경제를 변화시키려면 인내심이 있고 경영 상태가 양호한 자본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성이 고려된 포트폴리오 달성 목표

블랙록은 포트폴리오 구축에서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블랙록은 주주서한을 통해 모든 포트폴리오에서 ESG 기준을 강화하고 모든 프로세스에 ESG를 통합시키겠다고 말했다. 또 ESG ETF(상장지수펀드) 규모를 두 배로 늘리고 ESG 펀드인 iShares 버전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2020년 6월에는 ESG 특성을 가진 투자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제공하는 다양한 ESG 자산 할당 ETF인 'iShares ESG Awness Asset Allocation ETF'와 ESG 점수가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iShares ESG Advanced MSCI ETF'를 출시했다.

특히 iShares ESG Advanced MSCI ETF는 투자자에게 ESG 점수가 높은 익스포저를 제공하는 동시에 화석연료, 팜오일, 교도소 및 무기와 같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활동에 대해 광범위하게 심사한다. 또 10월에는 시장 최초의 기후위험조정 국채 ETF인 iShares Euro Govt Bond Climate UCITS ETF를 출시했다. 이어 11월에는 화석연료회사 매각에 부합하는 펀드 'iShares Developed World Fuel Screened Equity Index Fund'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화석연료 추출, 생산, 탐사에 직접 관여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화석연료 매장량을 소유한 기업들을 배제한다.

2021년 3월에는 수익금 사용이 기후나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촉진하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투자 등급 채권에 대한 익스포저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iShares Euro Green Bond UCITS ETF 와 기후 고려 사항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투자 등급 국채에 대한 익스포저를 제공하는 iShares Global Govt Bond Climate UCITS ETF를 출시했다.

이처럼 블랙록은 투자 프로세스에 지속가능성 요소와 ESG 요소들을 확대해 반영하고 있다. 블랙록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각 포트폴리오에서 ESG 리스크에 대한 익스포저를 적절히 관리하고, 이러한 고려사항이 투자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기록할 책임을 진다.

그리고 모든 투자, 거래상대방, 운영리스크에 대한 평가를 담당하는 블랙록의 리스크 분석팀이 정기적인 월간 리뷰의 일환으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들과 함께 ESG 리스크를 평가해,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투자 프로세스에서 ESG 리스크를 적절히 고려했는지 여부를 감독하고 있다.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연합뉴스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연합뉴스

◆투자 스튜어드십 활동 강조

무엇보다 블랙록은 스튜어드십(stewardship) 활동을 강조한다. 블랙록은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 스튜어드십은 신의성실 의무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대화를 통해 해당 기업이 지속가능성 관련 리스크를 적절히 공개 및 관리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해당 기업이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의결권 행사를 통해 책임을 물을 의무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블랙록은 보고서를 통해 244개 기업이 기후 위험을 비즈니스 모델이나 공시에 통합하는데 미흡하다고 파악했다. 이 가운데 53개 회사에 대해 의결권 반대 의사를 나머지 191개사는 감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충분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 경영진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감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이 반대하는 회사들은 주로 고탄소 부문에 속하는 기업들이었고 에너지, 유틸리티, 산업, 재료 순이었다.

이어 블랙록은 110개 기업을 추가 공개하고 기업들이 보고에 기후 관련 재무공시 태스크포스(TCFD) 프레임워크와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 표준을 사용하도록 장려했다. 블랙록은 그동안 진행해온 작업과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투자 리스크의 확대를 고려할 때, 기업들이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경우에는 경영진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랙록의 스튜어드십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동안 열린 주주총회에서 전체 1만3000여 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16만5000번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중 하나 이상의 제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주주총회는 42%에 이른다. 내용은 이사회 독립성 부족이 2222건, 이사회의 다양성 부족이 1862건, 임원 보수 문제가 931건, 중복선임이 758건이었다.

특히 2021년은 기후 문제에 대한 참여와 투표 노력이 증가해 기후위기 대응에 부진한 319개 기업의 이사 225명에 대해서 재선임 반대표를 던졌다. 블랙록 측은 무엇보다 이사회의 다양성이 문제점으로 나타났다고 인정하며 "지난 한 해 동안 기업들이 진정으로 다양하고, 공정하며, 포용적인 사업장을 이루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성별과 인종적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가속화 하겠다"고 밝혔다.

◆ESG 데이터 플랫폼 클래리티 AI(Clarity AI) 투자

블랙록은 2021년 1월 클래리티 AI(Clarity AL)에 처음 투자한 뒤 클래리티 AI의 기능을 투자 전문가들을 위한 알라딘(Aladdin)운영 체제에 통합해 ESG 분석을 알라딘의 핵심으로 두고 있다. 알라딘은 투자자가 기후 변화의 물리적 위험과 저탄소 경제 전환이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위험을 측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어플리케이션이다.

클래리티 AI는 순수 플레이 임팩트 평가 및 평가 기술 플랫폼으로 투자자가 포트폴리오의 영향을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에 200개 국가와 3만개 이상의 회사와 13만5000개 기금의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의 투자에 대한 지속 가능성 분석과 규정 준수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고 녹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게 된다.

블랙록의 클래리티 AI 설립자는 "블랙록의 클래리티 AI에 대한 투자는 우리의 역량과 포괄적인 ESG, 지속 가능성 및 영향 데이터를 블랙록의 알라딘 플랫폼에 통합함으로써 클래리티 AI 데이터와 분석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시 블랙록 본사/연합뉴스
미국 뉴욕시 블랙록 본사/연합뉴스

◆개발도상국 시장의 기후 인프라 투자 모금

블랙록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막고 넷제로 배출로 전환하기 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금을 신흥 시장으로 이동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블랙록 투자연구소(BlackRock lnvestment institute)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탄소배출량의 34%를 차지하고 있는 신흥시장은 2050년까지 넷제로 배출을 달성하려면 연간 최소 1조달러가 필요하다. 보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 참여를 권고하고, 선진국이 위험 부담을 분담하고, 예산 배분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나온 이후 2021년 4월 플랙록은 전 세계 18개국 이상의 주요 공공·민간 연금 기금, 보험 회사, 재단 등을 포함한 100개 이상의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48억달러 기금을 모금해 글로벌 재생전력 펀드 III(Global Renewable Power Fund III)의 최종 목표를 발표했다. 이 펀드는 에너지 저장과 분배, 전기 운송을 포함한 전 세계 재생 가능 전력 및 지원 인프라에 걸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어 2021년 12월에는 넷제로 경제로의 글로벌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개발도상국 시장의 기후 인프라 투자를 목표로 하는 기후 금융 파트너십을 위해 6억7300만달러를 모금했다. 모금에는 정부와 자선단체, 기관투자자 등 22개사가 참여한 글로벌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래리 핑크는 "2050년까지 넷제로 경제로의 전환을 달성하려면 장기적인 계획과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간의 긴밀한 조정이 필요하다"며 "이번 파트너십은 정부와 자선단체, 기관투자자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에 가장 많이 노출된 신흥시장에 대규모 자본을 동원할 수 있다는 증거다"라고 강조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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