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사우디 가스처리시설·UAE 해저 송전공사 등 대형 사업 기여
"국제유가 상승으로 중동 발주 회복 가능성… 탄소중립 주목"
롯데건설·현대ENG, 연초 인도네시아 대형 프로젝트 수주
인도네시아 라인(LINE) 프로젝트 EPC 계약 체결식. /롯데건설 제공
인도네시아 라인(LINE) 프로젝트 EPC 계약 체결식. /롯데건설 제공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건설이 코로나19 위기에도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며 선방했다. 올해도 여전히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 등 불안 요소가 내재해있지만 중동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점차 회복세를 띄고 있어 지난해보다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3일 해외건설협회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306억달러로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300억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비록 2020년(351억달러) 대비 13% 감소한 수치지만 목표였던 300억달러를 넘겼다.

총 501건을 수주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처리시설(28억8000만달러), 호주 도로터널 건설사업(23억8000만달러), 아랍에미리트(UAE) 초고압직류 해저 송전공사(22억7000만달러) 등 대형 사업 기여도가 컸다.

지역별로는 주력 시장인 중동과 아시아가 전체 67%를 차지했다. 단 수주액은 전년과 비교해 줄었다. 중동지역 수주는 2020년 133억달러에서 16% 감소한 112억2000만달러, 아시아는 2020년 116억달러에서 20% 감소한 92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69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중남미지역 수주는 14억달러에 그쳤다.

반면 기존에 비중이 적었던 유럽과 북미·오세아니아지역 비중은 증가했다. 북미·태평양지역 수주는 2020년 5억5000만달러에서 지난해 39억3000만달러로, 아프리카·유럽지역 수주는 2020년 28억달러에서 48억달러로 72% 늘었다.

공종별로는 플랜트부문이 179억달러로 전체 수주의 58.5%를 차지했다. 다만 2020년 98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던 토목부문 수주는 58억5000만달러로 40% 이상 급감했다. 건축부문도 전년 대비 48% 감소한 26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52% 급증한 전기부문(30억9000만달러)은 UAE 초고압직류 해저 송전공사 영향이 컸다.

최근 몇년새 우리나라 해외건설 실적은 크게 하락했다. 지난 2016~2021년 연평균 수주액은 295억5000만달러로 2010~2015년의 연평균 수주액인 621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 해외건설시장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손태홍 건산연 연구위원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 통화정책 긴축 전환, 공급 병목 현상 및 인플레이션 지속 등 불확실성 확대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주력 시장인 중동지역 경제 상황이 조금씩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서다.

손 연구위원은 “점진적인 세계 경제 회복세를 기반으로 하는 해외건설 시장 환경 개선 가능성은 크다”며 “지연된 사업의 발주 정상화, 이란의 핵합의 복원 가능성, 하방압력이 줄어든 국제유가 등은 국내 주력 시장인 중동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한국신용평가도 해외건설시장에 대해 “코로나19 장기화, 주요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집중 등으로 수주 규모가 감소했다”며 “다만 최근 국제유가 상승을 감안할 때 중동 산유국 발주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손 연구위원은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사우디, UAE, 카타르 등이 탈석유화 구축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탄소중립과 ESG 확대는 올해뿐 아니라 향후 해외건설 시장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요인으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출발도 나쁘지 않다. 롯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9일 초대형 규모 인도네시아 ‘라인(LINE) 프로젝트’ 수주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라인 프로젝트는 롯데케미칼이 자회사 롯데케미칼타이탄과 합작해 인도네시아 찔레곤지역 약 99만여㎡ 부지에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는 것으로 사업비는 총 39억달러(약 4조7000억원) 규모다.

롯데건설은 16억3200만달러(약 2조원) 규모 초대형 설계·조달·시공(EPC)을 수행하며 현대엔지니어링은 7억5700만달러(약 9120억원) 규모 나프타 분해 플랜트(NCC)를 건설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번 수주로 향후 주력 시장인 동남아지역 석유화학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라인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동남아 석유화학 EPC 사업 진출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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