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가스 포함하면 택소노미 신뢰성 훼손되고 목표 약화될 것”
원전투자는 '녹색사업'?…규정 초안에 유럽연합 분열/연합뉴스
원전투자는 '녹색사업'?…규정 초안에 유럽연합 분열/연합뉴스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기후변화에 관한 기관 투자자 그룹(IIGCC, Institutional Investors Group on Climate Change)이 유럽연합(EU) 회원국의 대표들과 의원들을 대상으로 가스가 택소노미 녹색 투자 분류 시스템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IIGCC는 “EU집행 위원회가 초안한 택소노미에 가스가 포함되면 친환경 투자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과학에 기반한 표준을 설정하려는 EU의 목표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IIGCC는 블랙록과 뱅가드 등 370개 투자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총 50조 유로 이상 운용자산이 넘는 지속 가능한 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단체다.

IIGCC의 최고경영자인 스테파니 파이퍼는 EU 회원국들과 EU 정책 입안자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우리는 가스 배출이 택소노미의 적용범위에 포함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EU 집행위원회가 지속 가능한 금융 의제의 초석으로서 가스를 포함하면 2050년까지 기후 중립성에 대한 EU의 약속뿐만 아니라 택소노미의 신뢰성도 훼손될 것”이라며 비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2월 31일 회원국들에게 원자력과 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적 투자로 분류하는 규칙을 담은 그린 택소노미 초안을 보냈다. EU 집행위원회 측은 가스와 원자력은 화석에 기반한 전력보다는 친환경적인 에너지 시스템이며 전환을 촉진하는데 필요한 과도기적 에너지원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 EU 집행위원회는 가스와 원자력을 EU 택소노미 체계에 따라 녹색 투자로 포함하는 것에 대한 협의가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EU 집행위원회는 초안에 가스가 포함된 것에 대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에서 가스를 공급하거나 낮은 배출량을 요구하는 등 엄격한 조건 하에서만 택소노미에 분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천연가스는 발전소에서 연소될 때 석탄 배출량의 약 절반만 배출하기 때문에 일부 EU 국가들은 석탄에 대한 의존도를 억제하는 열쇠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가스 산업은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강력한 가스인 메탄의 유출과 관련이 있다.

택소노미 초안이 만들어질 때 전문가들은 가스 공장이 kWh당 배출 제한을 100g 이하로 충족시키지 않는 한 녹색 투자로 분류하지 말 것을 위원회에 권고했다. EU 집행위원회 최초 제안서에는 그러한 제한이 포함돼 있었으나 폴란드와 헝가리를 비롯한 몇몇 국가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현재 공개된 초안에는 천연가스 발전소 투자가 kWh(킬로와트시)당 270g 이하의 CO2를 배출하면 녹색 투자로 분류된다. 

IIGCC는 “전환기에 단기적으로 가스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녹색으로는 분류될 수 없다”면서 “택소노미의 근본 목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대한 EU의 약속과 완전히 양립하고 2030년까지 배출량을 55% 줄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 회사들은 205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택소노미에 ‘녹색’ 딱지를 붙여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EU국가들이 넷제로 목표에 맞추는 것을 방해해 택소노미 전체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서한은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넷제로 배출에 도달하려면 천연가스 수요가 2030년까지 2019년 보다 8% 감소해야 한다는 국제 에너지 기구(IEA)의 계산을 인용했다. IIGCC는 “천연 가스 수요는 2030년까지 2019년 수준보다 8%, 2050년까지 55% 감소해야 한다. 기존 가스 화력 발전소도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IGCC 한 관계자는 “핵 또는 천연 가스를 포함하는 것은 기후 목표와 일치하고, 심각한 환경 피해에 대한 안전장치와 관련된 명확하고 엄격한 조건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지은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