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SEC, 온실가스 배출 공시위한 규칙 제정 난항 
환경운동가·투자자와 기업간 논쟁 이어져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TF “스코프3 배출량 공개 권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연합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연합뉴스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미국 환경운동가·투자자들과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 범주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환경운동가들과 투자자들은 제품의 생산·판매·폐기 등 전주기에 걸친 공급망까지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기업들은 소송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로이터는 20일(현지시간) 환경운동가 및 투자자들과 기업간에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할 온실가스 배출 범주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 

SEC는 지난해부터 미국 상장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기후 변화가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공시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새로운 규칙을 마련 중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보다 50~52% 줄이기 위한 조 바이든 행정부 목표의 일환이다. 당초 지난해 10월까지 초안 발간이 목표였으나 견해차가 심해 아직도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쟁점은 스코프3(Scope 3) 포함 여부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은 스코프 1~3으로 나눠 분류한다. 스코프1은 기업이 생성하는 배출가스고 스코프2는 전기를 사용해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배출물을 포함한다. 스코프3은 공급자와 고객을 포함한 기업의 가치 사슬에서 발생하는 배출물을 포함한 가장 넓은 범위다.

스코프3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은 환경 운동가들과 투자자들이지만 그 이유는 조금 다르다.  환경운동가들은 기업이 책임져야 하는 모든 배출량을 밝힐 판도를 바꾸는 규칙(game-changing)을 발표하기를 바라지만, 투자자들은 기후변화 및 관련 정책 조치에 대한 기업의 노출을 완전히 평가하기 위해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기업들은 스코프3 배출량을 산정하는 합의된 방법론이 없고, 그 정도의 세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공급자와 파트너의 간접 배출량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은 정보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제삼자와 투자자의 소송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상공회의소 톰 쿼드먼은 “가장 큰 논쟁은 스코프3 배출에 관한 것인데 이것은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활동”이라며 “미국 기업들은 그런 세부 사항에 대해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SEC 내부에서도 기업들의 우려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SEC 직원들은 스코프3 공시가 기존의 법적 세이프 하버(safe harbor)에 해당하는지 또는 새로운 세이프 하버가 생성될 수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이브 하버는 규제 당국이 제시한 요건이나 기준을 충족하면 해당 규범을 준수한 것으로 보아 더 이상 위법한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 원칙을 말한다.

로이터는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옵션은 스코프1·2 및 일부 스코프3 데이터를 공식적으로 공개하고 공급업체 및 파트너에 대한 민감한 스코프3 데이터는 SEC에 비공개로 제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로이터는 “미국 기업이 스코프3 공개를 의무화하면 미국은 유럽과 ‘기후관련 재무정보 공개 TF’(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의 자발적 표준보다 더 앞서가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후관련 재무정보 공개 TF’는 G20의 금융안정위원회(Financial Stability Board)가 만든 것으로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TF 대변인은 “모든 기관이 스코프3 배출량을 공개할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고 밝혔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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