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주주연합 “법적 대응 불사…‘범죄 실체 밝혀야”
기심위 위원장, 거래소 간부 출신 경쟁사 임원
“코스닥 시장위 참여 배제해야…규정 위반”
신라젠 CI. /신라젠 제공
신라젠 CI. /신라젠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될 코스닥시장위원회(시장위)가 18일 열린다. 회사 측과 개인투자자들은 거래재개를 요구하며 한국거래소를 연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상장폐지를 결정한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 위원 상당수가 시장위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소액주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거래소는 이날 2심 격의 시장위를 열고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를 가린다. 관련 심사 절차는 코스닥의 경우 3심제(기심위→1차 시장위→2차 시장위)로, 코스피는 2심제(기심위→상장공시위원회) 구분된다.

신라젠은 개인투자자만 16만5246명으로 알려졌고, 예상 피해 규모 추정액은 7500억원 수준이다. 만약 시장위가 상장폐지를 결정하면 해당 주식들은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된다.

투자자, 손병두 이사장 포함 거래소 관계자 고발

신라젠 주주연합을 비롯한 개인투자자들은 거래소 및 기심위의 미공개중요정보 유출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까지 나선 상황이다.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YK(와이케이)는 지난 4일 남부지법에 기심위 과정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했다. 주주들은 지난달 18일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의 신라젠 상장폐지 결정이 공시 이전에 유출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포함한 거래소 관계자들을 미공개중요정보 유출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고, 15일 강제수사(압수·수색)를 촉구하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YK 측은 “사회적 책무가 있는 기관(거래소)에서 미공개중요정보를 미리 유출해 신라젠 최대주주인 엠투엔 주식을 보유한 일부 기관들의 손실을 회피하도록 했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한 피해는 개인투자자와 다른 기관투자자들이 전부 부담하게 됐고, 대한민국 자본시장 신뢰도 저하됐다는 것이다.

미공개중요정보 유출 의혹에 대한 정황으로 신라젠 기심위가 열린 지난달 18일, 상장폐지 결과 발표 이전 엠투엔 주식대량매도 주문이 쏟아진 점을 제시했다. 실제 이날 회의는 오후 2시부터 열렸는데, 시작 20분 후부터 평소 거래량의 10~100배인 185만주가 순매도 됐고, 이로 인해 주가는 약 11%포인트 폭락했다.

신라젠 주주연합 관계자는 “기심위 당일 엠투엔 최고가가 1만3300원이었고, 종가는 1만1600원이었다”면서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미공개 정보를 취득한 기관투자자들은 적어도 31억원의 손실을 방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YK는 “수많은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거래소의 업무(상장폐지 결정)에 정보 사전유출이라는 행위를 한 것은 투자자들의 사익을 침해함은 물론, 자본시장 질서 저해라는 중대한 공익도 침해한 위법 행위”라며 “범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신속한 강제수사가 이뤄져야만 한다”고 비판했다.

거래재개를 요구하며 한국거래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신라젠 소액주주들. /연합뉴스
거래재개를 요구하며 한국거래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신라젠 소액주주들. /연합뉴스

기심위 위원장, 시장위 참여 배제해야

이와 함께 YK는 시장위 구성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라젠 상장폐지를 결정했던 기심위 위원장인 임모 씨가 거래소 상무까지 역임한 것은 물론, 경쟁 제약사 부회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신라젠 상장 시 심사에 관여했고, 상장식도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YK 측은 “임 씨는 신라젠과 동종업계 회사의 임원으로서 전문가라는 명분으로 기심위에 참여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면서 “이러한 행위는 심사 및 의사결정을 하는 위원회 구성의 객관성·공정성을 위한 내부 규정조차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거래소 전문가회의 운영지침 제7조는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의 임원인 경우 등 심의에 공정을 기대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전문가회의 위원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평가대상업체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력이 있는 경우 역시 결격사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래소에 기존 기심위 구성에 절차적 하자가 존재함을 지적(임 씨 결격사유 해당)하고, 향후 시장위원을 구성함에 있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라젠 주주연합 관계자는 “시장위가 열리는 18일 거래소 현장 시위 등 오프라인 행동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법적 대응과 거래소 공공기고나 재지정 서명운동 등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 등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 발생으로 2020년 5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2020년 11월 기심위는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이 시기 경영진을 교체하고, 지난해 6월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엠투엔에 인수됐다. 추가로 400억원의 투자유치를 통해 총 1000억원에 달하는 운영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기심위는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신약 후보물질 펙사벡 임상시험을 계획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판단해서다.

변동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