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엑손모빌, 쉐브론, 쉘, BP 등 기후위기 언급 급증...실제는 화석연료 생산량↑
미국 루이지애나의 엑손모빌 정유소/연합뉴스
미국 루이지애나의 엑손모빌 정유소/연합뉴스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글로벌 석유회사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PLOS One 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는 1965년 이후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엑손모빌, 쉐브론, 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기록을 조사했다. 연구원들은 최대 12년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연례 보고서에서 기후 관련 키워드에 대한 언급은 2009년에서 2020년 사이에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쉘과 브리티시 페르톨리엄(BP)의 연례 보고서에서 ‘기후’, ‘저탄소’, ‘전환’에 대한 언급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기후 전략에 대한 실천 공약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BP의 ‘기후 변화’ 사용은 22건에서 326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조치는 드물었다. 재무 분석에 따르면 청정에너지에 대한 미미하고 불투명한 지출과 함께 화석 연료에 대한 지속적인 사업 모델 의존이 드러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는 석유 회사들의 주장이 탐사를 줄이기보다는 늘리는 것을 포함해 행동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BP와 쉘은 화석 연료 추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줄이기로 약속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양사는 새로운 탐사를 위해 면적을 늘렸다. 그리고 쉘, BP, 쉐브론은 연구 기간 동안 화석 연료 생산량을 증가시켰다. 

또 어느 기업도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 데이터를 직접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탄소공개 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에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연간 자본 지출 중 엑손모빌이 0.2%, BP가 2.3%에 불과해 낮은 평균 수준을 보였다.

연구원들은 “전략과 행동 측면에서 기업들이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보다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약속만 하고 목표만 설정하고 있다”며 “석유 회사들의 행동과 투자행태가 목표에 부합될 때까지 그린워싱에 대한 비난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석유 회사들은 투자자로부터 기후 목표에 맞게 비즈니스를 조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아왔으며 이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목표를 약속해왔다. 

엑손모빌은 “우리는 에너지 전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한편 탄소 포집, 수소 및 바이오 연료와 같은 진화하는 기회 포트폴리오에 걸쳐 투자 유연성을 유지해 주주 수익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셰브론도 “우리는 사업에서 탄소 집약도를 낮추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저탄소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는 2028년까지 100억달러의 저탄소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쉘 역시 “쉘의 목표는 사회에 발맞춰 2050년까지 순수 배출 제로 에너지 사업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장단기 강도 및 절대목표는 1.5도 목표인 파리협정과 일치한다”고 밝혀왔다. 

일본 교토대 그레고리 트렌처 교수는 “매우 구체적인 진전이 있을 때까지 석유기업들이 녹색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매우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석유 회사들의 약속은 매우 훌륭해 보이며 많은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있지만, 우리는 이들 석유 회사의 행동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에게 다음 주에 숙제를 다 하겠다고 약속한 장난꾸러기 학생 같지만 실제 학생은 한번도 숙제를 열심히 한 적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지적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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