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통신사 소극적·보완·인식 부족 등 e심 상용화 우려
과기부, 올 9월 상용화 목표 480억 투입
삼성 갤폴드4·플립4, 애플 아이폰14부터 u심 탑재
"이통사 개통주도권↓·수익↓ 도입 제한적일 수"
세컨드폰 활용이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e심이 미주·유럽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올 하반기 e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세컨드폰 활용이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e심이 미주·유럽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올 하반기 e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Z폴드4와 Z플립4에 e심(eSIM·내장형 가입자 식별 모듈)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사생활 보호, 국내용·해외용, 개인용·업무용을 구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는 세컨드폰 활용이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단말기 하나로 전화번호 두 개를 사용할 수 있는 e심 기능이 미주와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올 하반기 e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와 제조사의 소극적 참여, 보완 우려,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오는 8~9월 선보일 예정인 갤럭시Z폴드4와 Z플립4가 국내 출시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가운데 e심을 탑재한 첫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국내 e심 상용화를 앞둔 올 9월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하반기 출시 제품인 4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신작부터 e심을 지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아직 출시 전 제품이라 정확한 확인은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출시된 갤럭시S20 시리즈부터 해외판 플래그십 제품에 한해 e심 기능을 탑재해 왔다. 지난해 출시된 해외판 갤럭시S21도 e심을 탑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올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e심 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480억원을 투입해 e심 서비스 확산에 나서고 있다.

e심이 상용화되면 단말기 구입 비용이 절감되고, 소비자 편익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으로 개통하는 알뜰폰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신사와 제조사의 소극적 참여로 초기 확산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통사는 △e심 교체로 인한 수익 감소(kct 이동통신 3사 워치류 기준 e심가 약 2750원, 유심가 약 7700원) △통신사 이동 자율로 인한 개통 주도권 약화(e심에 통신사 프로파일 다운로드 가능으로 번호 이동·가입·해지 등 용이) △요금 경쟁 과열 등 이유로 e심 상용화에 미온적인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서 e심 전용 요금제를 출시한 업체는 알뜰폰 사업자인 한국케이블텔레콤(kct) 한 곳뿐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e심이 도입되면 소비자의 자유로운 통신사 이동이 이뤄질 것이고 이는 통신사 간에 치열한 경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통사와 긴밀한 협력 관계인 제조사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제조사는 단말기를 출시하는 통신사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해외에서 신규 출시되는 고가 플래그십폰에만 e심을 장착 중으로 보급폰은 미정이다. 소비자 인식 부족도 관건이다. 해킹 우려도 높아 보안성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세계 3위 통신업체인 독일 통신회사 도이치텔레콤의 유심(USIM)칩부터 최근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있는 e심(eSIM)칩(맨 우측). /사진=도이치텔레콤
세계 3위 통신업체인 독일 통신회사 도이치텔레콤의 유심(USIM)칩부터 최근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있는 e심(eSIM)칩(맨 우측). /사진=도이치텔레콤

GSMA(세계이통사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 세계 69개국 175개 통신사가 e심을 도입했다. e심은 GSMA 주도로 2016년부터 표준화 규격이 발간됐다. 애플은 2018년 출시한 아이폰XS 시리즈부터 듀얼심 기능을 장착했고,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14 시리즈부터는 e심만으로 구현하기 위해 미국 내 통신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스마트폰의 50%에 e심이 탑재돼 e심 지원 기기의 누적 출하량이 60억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부터 시장 봉쇄가 해제돼 이통사간 이동 제한이 완화되면서 e심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u심을 없애고 e심 전용으로 전환할 경우 삼성전자, 샤오미 등 경쟁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국내 시장의 e심 상용화를 이끄는 이통사의 잇권이 걸린 만큼 e심 도입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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