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터보 단점 보완한 동력성능과 믿음직한 하체 갖춰
주행능력에 초점 맞춘 다운사이징…배기음은 아쉬워
사진=마세라티
사진=마세라티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내연기관 엔진에 터보차저 과급기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배기량을 낮추는 이른바 다운사이징 추세가 본격화 됐다. 스포츠카 브랜드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앞세운 전동화 흐름에 따라가는 분위기다.

이탈리안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 마세라티도 브랜드의 전동화 첫걸음을 알리는 모델로 지난해 ‘기블리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2.0리터 4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해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45.9kg.m의 준수한 성능을 뽑아내는 차량이다. 350마력을 발휘하는 V6 가솔린 엔진 모델과 비슷한 수준의 성능이며 580마력의 트로페오, 430마력 4륜구동 SQ4, V6 모델에 이어 기블리 라인업의 엔트리 포지션을 맡는다.

사진=김정우 기자
사진=김정우 기자

외관은 기존 기블리와 큰 차이점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프론트 휀더의 에어벤트, C필러에 자리한 마세라티 세타 로고 일부,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에 파란 색상으로 포인트를 줘 하이브리드 차량임을 강조하고 있다. 테일램프에는 3200 GT와 알피에리 콘셉트카에서 영감을 받은 부메랑 모양의 LED 라이브 클러스터가 더해졌다.

전면부 그릴에 마세라티 튜닝 포크 모양의 바와 트라이던트 로고가 자리해 우아한 멋을 연출하고 공격적인 형태의 헤드라이트가 마세라티의 스포츠세단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측면에서도 5m에 육박하는 전장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의 비율, 리어 휀더의 볼륨감이 강조된 라인 등이 역동적인 자세를 잡고 있다.

사진=김정우 기자
사진=김정우 기자

내부에 들어서면 부드러운 피에노 피오레 가죽과 묵직한 느낌의 라디카 오픈포어 우드 트림 등 고급스러운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한 화려한 인테리어가 맞이한다. 그란루소 트림의 에르메네질도 제냐 인테리어 적용에 따른 것으로 도어 패널, 시트, 루프 라이닝 등에 그레인 레더와 멀버리 실크 인서트를 결합한 패브릭 질감이 사용됐고 A필러를 덮은 부드러운 스웨이드 느낌의 소재도 인상적이다.

그란루소 트림은 전동 조절이 가능한 페달과 스티어링휠, 뒷좌석 전동 선블라인드, 소프트 도어 클로즈 시스템, 전자식 잠금이 가능한 글로브 박스 등을 포함한다. 도어와 대시보드 가죽에는 스티치로 한껏 멋을 냈고 시트 헤드레스트의 트라이던트 로고 장식도 포인트다. 페달과 풋레스트에 알루미늄 패널도 빠지지 않았다. 스티어링휠에도 우드트림을 둘렀는데 직경이 작지 않아 전체적인 디자인은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을 준다. 뒤편에 자리한 알루미늄 패들시프트는 스포츠 드라이빙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며 도어래치 등과 통일감 있는 소재감을 제공한다.

센터 콘솔에는 기어 시프트 레버와 드라이빙 모드 버튼, 인포테인먼트 콘트롤 다이얼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컵홀더, 12V 파워 소켓, SD 카드 리더 연결 장치, 휴대전화 거치 공간, A·C타입 USB와 AUX 단자가 있어 부족함이 없는 구성을 보여준다. 트레이 타입의 휴대전화 거치대는 대화면 스마트폰까지 무리 없이 수납할 수 있지만 무선 충전이 기능하지 않아 의아했다.

센터 터치 디스플레이는 기존 8.4인치에서 10.1인치로 크기를 키웠고 HD 화질이 적용됐다. 기본 적용되는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은 깔끔한 음색을 제공하지만 전체적인 사운드가 다소 앞쪽에 몰린 느낌이 있다. 보다 상위 사양으로 15개 스피커와 1280W 앰프로 구성된 바워스 앤 윌킨스 서라운드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다.

여유로운 앞좌석 공간은 큰 체형까지 편하게 잡아줄 것 같은 시트와 함께 안락함을 제공한다. 반면 뒷좌석은 앞좌석에 두꺼운 시트까지 공간을 많이 할애하고 등 뒤로는 꽤 깊은 트렁크까지 배치한 데 따라 레그룸이 협소하고 전체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 뒷유리 전동 선블라인드라는 사치스러운 옵션이 다소 무색한 부분이다.

사진=김정우 기자
사진=김정우 기자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감성을 담고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아쉬운 점들이 나타난다. 센터 콘트롤 다이얼이나 공조장치, 오디오 볼륨 등 패들시프트와 도어래치를 제외한 대부분의 물리 조작 장치에 약간씩 유격이 있어 견고한 소재감과 어울리지 않고 센터 콘솔과 글로브박스 수납공간은 부드럽게 열리지만 그 속도가 균일하지 못하다.

디자인적 만족감을 주는 대시보드 스티치도 앞 유리에 선명하게 비치고 센터 수납공간 내부의 조명도 수납한 물건의 재질에 따라 반사돼 야간에 시야를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스티어링휠은 손에 쥐는 양쪽 뒷면에 패들시트프와 별개로 미디어 콘트롤 버튼을 배치한 것 때문인지 필요 이상으로 두꺼워져 손끝이 휠에 제대로 감기지 못한다. 전반적인 품질은 나쁘지 않지만 사용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흔적이 있다. 센터 터치스크린은 무난한 조작감을 구현했지만 아직 반응속도 등에 개선의 여지가 있고 화면 크기에 비해 제공하는 기능도 제한적이다.

스티어링 칼럼 왼편의 버튼으로 시동을 걸면 배기량 대비 다소 과장된 배기음이 차의 성격을 드러낸다. 실내의 자잘한 단점들은 손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조향감과 가속페달을 밟을수록 살아나는 가속력에 묻혀 보이지 않게 된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이 같은 요소들은 모두 강화된다.

기블리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저회전 영역에서부터 일정한 토크를 발생시키며 엔진의 토크 부족 구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터보 엔진 특유의 스로틀 반응 지연현상(렉)은 느낄 수 없고 저회전부터 꾸준하게 터져 나오는 토크감만 오롯이 느낄 수 있다. e부스트 시스템이 1500rpm부터 최대 토크의 80%, 1750rpm에서 90%를 발생시켜 공차중량 2030㎏에 달하는 육중한 차체를 무리 없이 밀어준다. 출력은 3리터대 자연흡기 엔진 수준이지만 터보와 전기모터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토크를 보완, 무거운 차체를 견인하기 적합한 동력 성능으로 거듭났다.

여유로운 토크는 마세라티의 콰트로포르테, 르반떼 차량과 동일한 토크컨버터 방식 ZF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전달된다. 듀얼클러치 만큼 즉각적이지는 않지만 출력의 낭비 없이 부드러운 변속이 이뤄지며 패들시프트를 이용한 수동 변속에도 무난하게 반응해 스포츠드라이빙에 부족함이 없다.

사진=김정우 기자
사진=김정우 기자

엔진 회전수를 더 끌어올리면 4000rpm 이상부터 한층 공격적인 엔진·배기음과 가속력이 살아난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 최고 회전수에 도달하면 추가적인 부스트를 제공해 저회전 영역에서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엔진 회전 질감이 날카롭지는 않지만 토크감이 두터운 만큼 중고속 영역까지 배기량을 초월하는 폭력적인 가속력을 보여준다.

강력한 동력 성능을 여유롭게 받아내는 단단한 하체도 인상적이다. 시승차에는 선택 사양인 스카이훅 시스템이 아닌 기본형 서스펜션을 적용, 스포츠카에 버금갈 정도의 단단함으로 육중한 차체를 뒤뚱거림 없이 잡아준다. 반면 승차감이 지나치게 딱딱해 고급 세단의 이미지와는 다소 이질감이 느껴진다. 댐핑 압력을 조절해 단단함과 고급스러운 주행감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스카이훅 서스펜션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단단한 하체와 묵직한 스티어링휠에 더해 차 뒷부분에 배터리를 배치해 보다 이상적인 전·후 무게 배분을 구현, 코너와 직선주로 모두 안정적인 주행감을 제공한다. 짧지 않은 휠베이스와 전륜 245㎜, 후륜 275㎜의 광폭 타이어까지 더해져 후륜구동이면서도 다루기 어렵지 않은 거동을 보여준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프론트 6피스톤 캘리퍼와 360㎜ 디스크가 적용된 브렘보 듀얼 캐스트 브레이크가 묵직한 차체의 속도를 순식간에 제압한다. 회생제동 기능까지 더해진 브레이크는 저속 구간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해 부드러운 제동을 위해서는 세심한 조작이 필요하다. 차 뒷부분에 배터리를 배치해 보다 이상적인 전·후 무게 배분을 구현했고 적당한 휠베이스와 전륜 245㎜, 후륜 275㎜의 광폭 타이어에 힘입어 후륜구동이면서도 다루기 어렵지 않은 거동을 보여준다.

사진=김정우 기자
사진=김정우 기자

드라이빙을 즐길 때 아쉬움이 나오는 부분은 소리다. 다소 과장된 배기음은 이 차의 스포츠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만 4기통 터보엔진의 전형적인 음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엔진음도 저회전 영역에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고배기량 엔진의 카리스마는 없지만 스포츠 모드에서 고회전을 사용하면 엔진·배기음이 공격적으로 변하고 변속 시 터지는 사운드가 더해져 운전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대형 세단보다는 고성능 해치백에 어울리는 소리지만 4기통 엔진으로는 최선의 세팅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기블리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스포츠 드라이빙 성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연비 경제성 매력은 크지 않다. 국내 인증 복합연비는 리터당 8.9㎞며 복잡한 도심과 자동차 전용도로를 주행한 결과 트립상 평균 연비는 리터당 6㎞를 나타냈다. 6기통 내연기관 스포츠카들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차 무게를 감안하면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밖에 기블리 하이브리드에는 △능동형 드라이빙 어시스트(ADA) △차선 유지 어시스트(LKA) △능동형 사각지대 어시스트 (ABSA)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전방 충돌 경고 플러스(FCW Plus) △어드밴스드 브레이크 어시스트(ABA):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ADAS)이 충실하게 적용됐다.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장단점이 모두 분명한 차량이다. 마세라티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이탈리안 감성과 강력한 주행성능이 매력인 반면 다소 힘이 빠진 배기음과 곳곳에 개선 여지가 보이는 사용자 환경이 아쉬움을 자아낸다. 성능 지향적이면서도 일반 내연기관 모델의 카리스마와 재미는 다소 포기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브랜드의 탄소배출 규제 만족을 위해 다운사이징이라는 타협점을 찾은 모델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가격은 트림에 따라 1억1450만원부터 1억2050만원으로 책정됐다. 보다 편안한 고급 세단이나 더 강력한 출력을 원하는 경우에는 다른 브랜드의 대안적 선택지도 많은 구간이다. 적당히 탄탄한 주행성능과 마세라티의 감성을 동시에 원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차량으로 평가된다.

김정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