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바뀐 22개 중역 중 21개가 모두 남성...부장급 인사도 25% 불과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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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지은 기자] 유럽 은행들의 성편향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급 임원 대부분을 남성들이 독차지하고 있어 여전히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로이터는 자산 기준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25개 은행 가운데 지난 2년 동안 22명의 최고경영자와 의장이 바뀌었지만 22개의 중 21개가 모두 남성에게 돌아갔다고 최근 보도했다. 

현재 영국 낫웨스트(Natwest)에 여성 CEO가 1명 있고 스페인의 산탄데르(Santander) 네덜란드의 라보뱅크(Rabobank)만이 여성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로이터는 세계 여성의 날에 나온 이번 발표는 은행 중역들 사이에서 남녀평등을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나야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또 유럽이 C-Suite(C로 시작하는 직책을 뜻하는 회사의 중역) 다변화에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경쟁 우위를 제공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월스트리트에 뒤처져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가 고위 경영진, 이사진, 투자자, 학계 등 24명 이상의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한 결과, 직장 상사들이 늦게까지 일하는 직원들을 선호하는 등 오랫동안 남성이 지배하는 무형의 근무 문화가 남녀평등을 막는 완강한 장애물로 지적됐다. 

부장급 여성 인사도 약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CEO 아래에 10~20명의 부장급 인사로 구성된다. 로이터는 부장 직급 여성은 약 25%를 차지하고 있으나, 여성 비율이 30%에 달하는 JP모건(JP MOrgan) 씨티그룹과 같은 미국 은행에 비해서는 아직 뒤쳐져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은행에서 여성이 가장 많이 맡는 일반적인 임원은 최고 인사책임자(CHO)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직책이 미래의 CEO나 의장 자리에 오르는 데 필요한 운영 경험 수준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남성에게 유리한 유연하지 않은 근무 시간과 끈끈한 남성 중심의 네트워크도 문제로 지적됐다. 

투자매니저인 나인원의 스테파니 니븐 글로벌 지속가능성 에쿼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다양성 부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쟁력이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회의실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넓히면 의사 결정의 이해와 맥락을 넓히게 된다”고 말했다. 

전 BNP 파리바 임원 클레어 고딩은 “일부 경영진들은 여성들이 도전해야하는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지 못한다”며 “대부분의 은행은 유리천장이 하나가 아닌 두 개 이상 존재하고 있어서 중간 경영진 여성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간다”고 토로했다. 

유니크레딧 최고경영자 CEO 안드레아 오르셀은 은행들이 사고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우리는 의미 있는 진전이 성별 쿼터제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업 내에서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확립하는 데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 약속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 은행 이사회에서 여성 비율은 약 37%에 달해 고위직 임원에 비해 사정이 그나마 나았다. 이는 이사회 감독관들이 정책 입안자들과 투자자들의 거버너스 조사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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