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원자재 가격 상승·반도체 공급난 겹치며 생산목표 대폭 하향
리비안 시가총액 4분의 1로 ‘뚝’…루시드 주가도 61% 급락
전기차 경쟁 격화에 성장 가능성 불투명…자금력은 아직 여유
리비안 전기트럭 R1T. /사진=리비안 홈페이지
리비안 전기트럭 R1T. /사진=리비안 홈페이지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제2의 테슬라’로 주목 받던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루시드가 원자재 가격 급등과 반도체 공급난 등 악재 여파로 기업가치 폭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도태되지 않기 위해 빠른 기간 내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영업실적을 낼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리비안과 루시드모터스의 주가는 각각 37.02달러 21.97달러로 장을 마쳤다. 최근 하락장이 지속되던 가운데 전일 대비로는 3.32%, 1.95%씩 반등에 성공했지만 차세대 전기차 기대주로 기대를 모으던 지난해 11월 각각 172.01달러, 55.52달러까지 올랐던 데 비하면 리비안은 78.5%, 루시드는 60.4%가량 곤두박질 쳤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리비안은 지난해 11월 기록한 1530억달러에서 333억1200만달러로, 루시드는 899억달러에서 363억3900만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당시 미국 1위 완성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시총까지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지만 4개월여 만에 기업가치가 반토막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리비안과 루시드의 기업가치 하락 원인 중 하나로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과 니켈 등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 꼽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적인 물가상승이 나타난 데 더해 최근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원자재 가격을 더 밀어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자동차와 전자제품업계 전반을 강타한 반도체 부족 사태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이들 전기차 스타트업의 차량 생산 및 상용화 등 경영 계획이 발목을 잡혔다. 지난해 1100달러선을 돌파했던 전기차 선도 기업 테슬라도 생산 차질을 겪으면서 주가가 766.37달러까지 빠졌지만 본격적인 영업에 발을 떼지도 못한 신생 기업 리비안과 루시드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리비안은 전기 픽업트럭과 SUV 모델을 개발해 시장 진출에 나섰고 전기차 시장을 선도한 테슬라의 대항마로 꼽히며 아마존, 포드 등으로부터 100억달러 이상 투자를 유치했다. 주주인 아마존이 리비안에 배달용 전기밴 10만대를 선주문하고 포드도 리비안과 전기차 개발에 협력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아마존이 리비안 외에 스텔란티스로부터도 전기차를 공급받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포드도 협력 계획을 철회하고 자체 전기차 브랜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돌아서면서 리비안의 시장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특히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망 차질 등 비용 증가를 이유로 사전예약 물량에 대한 차량 가격 인상을 시도했다가 소비자 반발에 물러서는 등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주기도 했다.

생산 계획이 틀어지면서 리비안의 지난해 매출도 5500만달러에 그치고, 영업손실은 24억54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배가량 적자폭이 늘었다. 투자 비중이 큰 초기 사업 단계를 고려하면 불가피한 적자라는 해석도 있지만 올해 생산 목표치를 당초 5만대에서 2만5000대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에 의구심을 키웠다.

루시드 에어. /사진=루시드모터스 홈페이지
루시드 에어. /사진=루시드모터스 홈페이지

루시드는 2017년 첫 콘셉트카를 선보인 이후 고급차 시장을 겨냥한 고가 전기차 루시드에어를 공개, 1만7000건 이상의 예약을 받았지만 실제 생산 진행은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소량의 차량이 인도되며 매출은 2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약 578%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약 25억8000만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생산 목표는 기존 2만대에서 1만2000~1만4000대 수준으로 낮췄으며 후속 전기 SUV 출시 일정도 2024년 이후로 미뤘다.

리비안과 루시드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폭스바겐, GM, 현대차, 스텔란티스, 메르세데스 벤츠, BMW, 볼보 등 완성차업체들은 자체 전기차 라인업을 속속 선보이며 테슬라가 장악하고 있던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들 대부분이 2025~2030년경까지 라인업 전반의 전기차 전환 전략을 세우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만큼 후발주자인 리비안과 루시드의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아직 리비안과 루시드의 자본력에 여유가 있어 대량생산 체제가 돌아갈 때까지 버틸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다. 리비안은 대규모 투자 유치와 기업공개(IPO)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현금과 현금성자산 약 184억달러를 확보한 상태며, 루시드도 62억6300만달러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안은 미국 일리노이주 미쓰비시 공장을 인수해 연간 15만대 생산력을 확보하고 있다. 루시드는 애리조나주에 연 3만대 이상 생산이 가능한 시설을 보유했으며 이를 단계적으로 증설해 연간 최대 40만대까지 생산량을 늘리고 중국·중동 등에 추가로 생산 거점을 가동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연 100만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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