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 떼고 ‘르노’ 브랜드 강조…드블레즈 신임 대표 부임
라인업 부족은 여전…경쟁 치열한 세단 SM6 1종 뿐
지난해 내수 판매 6만1096대로 벤츠·BMW에 뒤져
부산공장서 中 길리 하이브리드차 생산해 2024년 출시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CEO.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CEO.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사명에서 '삼성'을 떼어내고 수장까지 교체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지만 부족한 신차 라인업이 여전한 약점으로 지적된다.

르노코리아차는 지난 16일 부산공장에서 새 사명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는 ‘뉴 스타트 뉴 네임’ 행사를 열었다. 새로운 회사 이름과 함께 보다 심플하게 새로 디자인된 로고를 공개했으며 향후 국내 소비자 안목에 부합하도록 경쟁력을 재정비하고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1일에는 스테판 드블레즈 신임 CEO(최고경영자)가 지난 4년 4개월 동안 국내 사업을 이끌어온 도미닉 시뇨라 전 대표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드블레즈 신임 대표는 르노 남미시장 차량 개발 총괄부터 C(준중형)·D(중형) 세그먼트 신차 개발 프로그램 디렉터 등을 거쳐 르노그룹 선행 프로젝트 및 크로스 카 라인 프로그램 디렉터를 맡아왔다. 

드블레즈 대표는 새로운 사명을 공개하면서 “새로운 회사 이름과 새롭게 디자인된 로고와 함께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역동적 시대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명 변경에서 26년 만에 ‘삼성’이 빠진 것은 삼성과의 브랜드 계약 만료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1995년 설립돼 2000년 프랑스 르노그룹에 인수된 삼성자동차 이미지를 빼고 수입차 르노의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로고는 기존 ‘태풍의 눈’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2D 형태로 단순화 해 보다 현대적인 인상을 주도록 했다.

르노코리아의 SUV XM3.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코리아의 SUV XM3.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하지만 이 같은 일련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제품 라인업 전략은 드러나지 않아 새로운 도약이 가능할지는 확언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르노삼성차는 국내 시장에서의 라인업 부족을 지적받아 왔고 완전 또는 부분변경 신차 출시 주기도 길어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영향력이 약한 상태였다.

현재 르노코리아 제품 라인업은 SUV QM6와 XM3, 중형 세단 SM6, 소형 전기차 조에, 경형 전기차 트위지, 상용차 마스터 6종이다. 르노의 차량을 기반으로 브랜드 로고와 옵션을 국내 시장에 맞춰 판매하는 모델들이다. 전체 라인업 수도 경쟁사 대비 적지만 가장 큰 판매 시장을 가진 세단이 1종뿐이다. 과거 SM7, SM5, SM3로 차급이 나눠졌던 라인업은 전부 단종되고 SM6 하나로 단순화 됐다.

그나마 최근 SUV 시장이 확대되면서 쿠페형 SUV XM3가 판매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만큼 특정 차종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에서 XM3 비중은 55.2%에 달하고 QM6가 39%를 차지할 정도다. 특히 지난해부터 SM6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해 올 1월과 2월 각각 124대, 283대에 불과한 월간 판매량을 기록했다. 경쟁 차종인 현대 쏘나타는 월 4000대, 기아 K5는 월 2000대 이상이 판매되는 것과 대비된다.

전체 판매 실적도 2010년 글로벌 27만1479대 판매고를 올렸지만 지난해 13만2769대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6만1096대로, 7만6152대를 판매한 메르세데스-벤츠, 6만5669대를 판 BMW에도 추월당했다. 대중적인 브랜드의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고가 라인업인 프리미엄 브랜드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신차 출시 주기를 봐도 2020년 XM3 출시 이후 세부 옵션을 조정한 연식변경 모델만 선보일 뿐 신차 효과를 누릴 모델을 선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도 XM3 하이브리드 모델 추가 외에 신차 계획은 알려진 바 없다.

SM6도 2016년 출시 이후 4년 만인 2020년 부분변경이 이뤄져 상대적으로 모델 변경 주기가 길다. 경쟁사들은 통상 약 3년 내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고 6년 정도면 완전변경 신차를 출시한다. SM6은 이미 모델 변경 주기가 다 됐지만 르노가 해외에서 원 모델인 탈리스만을 판매 부진과 전동화 등을 이유로 단종하기로 한 만큼 후속 출시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르노의 수입차 정체성 강화 효과도 장담할 수 없다. 이미 시장에서는 르노삼성차가 초창기 일본 닛산, 이후 프랑스 르노 차량을 들여와 판매한다는 사실이 충분히 인식된 상태고 비슷한 사례인 경쟁사 쉐보레도 뚜렷한 반등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앞서 2020년 르노 캡처가 국내명 QM3로 변경 없이 그대로 출시됐지만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해 최근 단종 수순을 밟았다.

르노코리아자동차 '뉴 스타트 뉴 네임' 행사 장면.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코리아자동차 '뉴 스타트 뉴 네임' 행사 장면.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실적 만회를 위한 드블레즈 신임 대표의 전략 중 하나로는 최근 수요가 급증한 친환경 신차 출시가 꼽힌다. 최근 중국 지리차와의 협업 하이브리드차량을 국내 부산공장에서 생산, 국내 시장에도 선보이기로 한 만큼 실적 만회와 친환경차 라인업 강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길리홀딩스 산하 볼보그룹의 CMA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되는 이 모델은 2024년 출시될 예정이다. 볼보도 현재 CMA 플랫폼 기반으로 순수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르노그룹은 지난해 체질 개선을 위한 ‘르놀루션’ 경영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모빌리티산업 시대를 맞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수익성 등 가치창출에 집중하며 테크, 에너지,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하는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이 일환으로 프랑스 플랑과 스페인 세비야 공장을 순환경제 공장으로 변환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르노코리아도 당장 신차 라인업을 크게 늘리기보다 지속가능성과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는 동시에 경영효율 극대화를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차량 개발 및 신차 프로젝트 관리를 맡아온 드블레즈 대표의 경력을 고려하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부터 지리까지 확보 가능한 신차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가능성도 크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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