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SEC "상장사 스코프 3포함해 기후 공시 밝히도록 할 계획"
일부 정치인과 재계 "비용증가 시키고 SEC 권한만 커져" 반발
SEC 게리 겐슬러 위원장/연합뉴스
SEC 게리 겐슬러 위원장/연합뉴스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바이든 정부의 환경 정책 중 하나로 상장사들이 온실 가스 배출에 대한 정보를 보고하는 기후 공시 제안서 초안을 발표했다. 상장사들이 직면한 기후 위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하고, 특히 경우에 따라 스코프(scope) 3 배출량을 포함한 기업의 기후 발자국을 상세히 기술한 지표도 포함될 것으로 보여 기업과의 갈등이 전망된다. 스코프 3는 해당 기업이 아닌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모두를 말한다.

이번 제안서 발표는 1년 넘게 추진돼 왔다. SEC은 지난해 2월부터 일관된 정보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 증가를 이유로 기후변화 위험과 관련된 공시를 위한 공기업 의무에 대한 위원회의 지침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어 7월에는 SEC 게리 겐슬러 위원장이 위원회가 연말까지 기업의 의무적인 기후 위험 보고 규정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위원회에서 세부 사항에 대한 검토가 늦춰지면서 올 봄으로 연기됐다.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이번 제안이 채택되면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일관성 있고, 비교 가능하며, 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발행주체들에게는 일관되고 명확한 보고 의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번 제안서는 △회사 이사회 및 경영진의 기후 관련 위험 감독 및 거버넌스 △식별된 기후 관련 위험 영향 전략 △비즈니스 모델 및 전망 △기업이 리스크를 식별·평가·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프로세스에 대한 정보 등을 포함한다.

아울러 이행 계획을 채택한 기업들은 물리적인 위험과 이행 위험의 식별과 관리에 사용되는 지표와 목표를 포함한 계획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시나리오 분석을 사용해 기후 관련 리스크에 대한 회복력을 평가하는 기업의 경우 매개변수·가정·분석적 선택 및 시나리오에서 예상되는 재정적 영향을 포함해 시나리오에 대한 정보가 포함된다. 또 내부 탄소 가격 사용에 대한 정보와 가격 및 책정 방법에 대한 정보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은 심각한 기상 현상과 같은 기후 관련 사건의 재무제표 항목에 미치는 영향과 규제·시장·경쟁 변화와 같은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과 관련된 위험에 대한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새로운 규칙에 따라 기업은 스코프(Scope) 1 및 2 배출량뿐만 아니라 직접 운영 및 에너지 구매를 통해 간접적으로 생성된 배출량인 스코프 3 배출을 각각 보고해야 한다. 

스코프 3 배출량은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기업에서 발생하는 기후 발자국의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추적, 측정 및 처리하기가 가장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서는 소규모 회사에 스코프 3 보고 요구 사항을 면제하고 스코프 1 및 2 공시에 비해 더 긴 단계적 도입 기간을 활용하고 스코프 3 배출 공시에 대한 책임에 세이프 하버를 적용키로 했다. 세이프하버란 규제 당국이 제시한 요건이나 기준을 충족하면 해당 규범을 준수한 것으로 인정, 더 이상 위법한 것으로 취급하지 아니한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 SEC의 제안서는 일부 정치인과 재계의 거센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 미국 상공회의소는 이번 제안서가 너무 일방적인 방식이고 투자자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자료들의 제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화당 패트릭 투미 상원 의원은 “SEC의 임무에서 너무 많이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이에 공화당과 일부 산업 단체들은 이런 규정들이 비용을 증가시키고 SEC의 권한을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하며 로비를 시작했다. 

반면 SEC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이 같은 제안이 투자자의 요구에 의해 추진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투자자들은 자신이 소유하거나 매입할 수 있는 회사의 기후 위험을 이해하기를 점점 더 원한다”며 “수십조 달러에 달하는 크고 작은 투자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투자, 매수 또는 투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정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자신의 필요에 맞는 회사에 돈을 투자할 수 있도록 일관되고 비교 가능하며 결정에 유용한 정보 공개를 찾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번 제안서는 초안으로, SEC는 대중의 의견을 수렴한 후 올 하반기에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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