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지은 기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할 경우 기후 재앙 가능성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sleepwalking to climate catastrophe)고 경고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사태로 각국이 러시아 석유, 가스, 석탄을 자국의 더러운 에너지로 대체해 기후 목표를 더욱 저해하고 있다고도 경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1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주최한 지속가능성 서밋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이처럼 말했다.
11월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 세계 지도자들은 기후변화를 막겠다고 약속했고, 처음으로 가장 더러운 화석 연료인 석탄을 ‘단계적으로 감소’(phase down)시킬 계획을 세웠다.
100개국의 지도자들은 2030년까지 삼림 벌채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유럽, 그리고 다른 100여 개 국가들도 2030년까지 석유 및 가스 사업에서 생산되는 강력한 온실 가스인 메탄 배출량을 30%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글래스고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기후변화를 막겠다는 약속은 거의 진전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후 정상회의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야심차게 한 약속은 ‘천진난만한 낙관론’(naïve optimism)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여러 국가들은 금세기 말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한다는 목표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1.5도는 과학자들이 말하는 재앙적 영향의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고 말하는 임계값이다. 그러나 지구는 이미 평균 섭씨 1.1도 상승을 기록했다.
이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구를 위험하게 온난화 시키고 있는 오염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2020년대에 전 세계 배출량은 14% 증가할 것이며 석탄 배출량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5도의 목표는 생명 유지 장치와 같다. 우리는 지금 중환자실에 있다. 기후 재앙의 가능성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며 “우리가 이대로 간다면 1.5도에게도 작별키스를 하고 2도 이상도 넘어 설 수 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이번 연설이 유럽연합이 러시아 석유 및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고, 미국과 같은 국가들이 에너지 시장 안정화를 위해 화석연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유럽 지도자들은 단기적 수요는 위험한 온실 가스 배출을 일으키지 않는 풍력, 태양열 및 기타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하려는 장기 비전을 망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구 오염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부유한 국가들은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 치솟는 이자율 및 부채 증가로 인해 고통받는 최빈국이 청정 에너지를 개발하도록 도와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동시에 그는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 충격을 줘 기후 목표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요 경제국들이 러시아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선택된 모든 것’(all-of-the-above)이라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어서 단기적 조치가 장기적인 화석연료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며 “국가들이 석유, 가스, 석탄의 격차를 메워야 할 즉각적인 필요성에 너무 집중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무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는 미친 짓"이라며 ”화석연료에 대한 집착은 확실한 상호 파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연설에서 부유한 국가들은 2030년까지 석탄 기반 시설을 완전히 폐기해야 하며, 나머지 국가들도 2040년까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 중단과 새로운 석유 및 가스 탐사 중단을 요구했는데 특히 석탄에 대한 민간 부문의 자금 조달이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석탄에 대한 지원은 세계의 기후 목표를 희생시킬 뿐만 아니라, 어리석은 투자이며 수십억 개의 좌초자산(시장 환경 변화나 사업 여건 변화로 수익이 나지 않거나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을 뜻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석탄발전소·석유시설 등이 대표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박지은 기자 park@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