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 세계 농가 농부들, 비료 사용량·재배 면적 줄여
콩 재배지에 트랙터로 비료 뿌리는 브라질 농부/연합뉴스
콩 재배지에 트랙터로 비료 뿌리는 브라질 농부/연합뉴스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분쟁의 여파로 치솟은 비룟값으로 인해 전 세계 농부들이 비료 사용을 줄이거나 경작지를 줄이고 있다고 로이터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 세계 비료 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도 이미 가파른 오름세였다. USDA(미국 농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비료 가격은 2021년에 17% 증가한데 이어 올해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이어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러시아는 탄산칼륨, 암모니아, 요소 등 비료 주요 성분의 주요 수출국이다. 특히 탄산칼륨의 경우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작년 전 세계 수출량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러시아는 전 세계 암모니아 수출의 약 22%, 요소 수출의 14%, 그리고 비료 원료인 인산모노암모늄(MAP)의 약 14%를 차지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무역·금융제재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화물 선적물이 중단돼 러시아산 비료와 농작물 판매가 차질을 빚고 있다. 비료는 옥수수, 콩, 쌀, 밀 수확량을 높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이에 치솟는 비룟값을 감당하기 힘든 전 세계 농가들은 자구책을 찾고 있다. 일부 농두들은 더 적은 양의 비료를 필요로 하는 작물로의 전환을 고려거나 더 적은 면적을 경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페루는 토요일 식량 불안 우려로 농업 분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페루는 비료 가격 상승으로 8월 이후 재배 면적이 0.2% 감소했으며 페루의 동물 사료용 곡물 수입량도 비용 우려로 감소했다.

농업 강국인 브라질은 일부 농부들이 옥수수에 비료를 적게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일부 연방 입법자들은 칼륨 채굴을 위해 보호되는 원주민 땅을 개방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콩 수출국인 브라질은 칼륨이 작년 사용한 작물 영양소의 38%를 차지하는 등 수입 비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중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수입한 것이 절반이었다.

브라질 중서부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카이론 지아코멜리는 “현재 옥수수 작물에 대한 비료 사용을 이미 줄였다”며 “올해 말 콩을 심을 때도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며 그는 이번 조치로 수확량이 최소 8%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에 협상했던 비료 구매를 성사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여전히 자책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멕시코주의 농부 마이크 베리도 “작년보다 새 232%나 오른 비료값 탓에 올 봄 가축 사료용 옥수수 재배 면적을 기존 400∼600에이커에서 300에이커로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짐바브웨와 케냐에서는 소농들이 농작물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거름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짐바브웨에서는 옥수수 재배업자들이 소나 닭 배설물을 아연과 섞은 그들만의 비료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방대한 농업 부문에 비료를 수입하는 인도는 러시아 공급을 대체하기 위해 점점 더 캐나다와 이스라엘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로 일부 농부들은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경우도 있다. 캐나다 매니토바주에서 옥수수와 캐놀라를 경작하는 농부인 버트 피터는 2023년 시즌 비료를 이미 비축해 두고 있다.

그는 “최근 2023년에 필요한 비료의 80%를 사는데 50만 달러 이상을 쓰기로 합의했다”며 “비록 물가가 치솟고 있지만, 상황이 여전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주요 곡물 생산국이다. 이 둘을 합치면 전 세계 밀 수출의 약 30%, 옥수수 수출의 20%를 차지한다. 그러나 흑해를 통한 곡물 운송은 이미 중단되었고 이 두 국가에서 지연된 배송은 전 세계 식량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비료 공급난까지 겹치면 다른 지역의 농작물 재배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엔 식량 농업 기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막시모 토레로는 “비료 위기는 다른 나라의 식량 생산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더 걱정스럽다”며 “비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비료 무역이 계속되지 않는다면 내년에 식량 공급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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