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재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개인적인 시각(獨)으로 이야기(說)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29일 제49회 상공의 날 기념식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됐습니다. 상공의 날은 우리나라 상공업의 진흥을 촉진하기 위해 지정된 날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매년 상공의 날 기념식을 개최합니다.

상공의 날은 원래 ‘상공인의 날’로 시작했습니다. 날짜는 1953년 대한상공회의소 설립공고일인 10월 31일로 정하고 1972년 첫 상공인의 날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다 1973년 상공인의 날은 발명의 날·중소기업의 날·계량의 날·전기의 날과 ‘상공의 날’로 통합됐고(발명의 날은 1999년 독립돼 국가기념일 됐습니다), 날짜는 10월 31일로 지정했습니다. 

1984년부터는 상공의 날을 매년 셋째 수요일로 변경하고 기념식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총 53개의 국가기념일이 지정돼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가기념일은 대부분 날짜로 지정됐지만, 7개는 특정 요일로 정해져 있습니다. ‘상공의 날(3월 셋째 수요일)’, ‘서해수호의 날(3월 넷째 금요일)’, ‘예비군의 날(4월 첫째 금요일)’, ‘성년의 날(5월 셋째 월요일)’, ‘정보보호의 날(7월 둘째 수요일)’, ‘문화의 날(10월 셋째 토요일)’, ‘금융의 날(10월 마지막 화요일)’이 요일로 정해진 국가기념일입니다.

상공의 날이 매년 첫 요일 기준 국가기념일입니다.

그런데 올해 상공의 날 기념식은 3월 셋째 수요일인 3월 16일 아닌 3월 29일에 개최됐습니다. 지난해 제48회 상공인의 날 기념식도 3월 셋째 수요일이 아닌 3월 31일 열렸습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제49회 상공의 날 행사에 참석한 김부겸 국무총리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제49회 상공의 날 행사에 참석한 김부겸 국무총리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상공업의 진흥을 촉진하고 상공인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한 자리인 만큼 의미가 중요하지 날짜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2년 연속 국가가 지정한 날짜가 아닌 날 기념식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치’ 때문입니다.

올해 상공인 날 일주일 전인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있었습니다. 대선 때문에 제대로 된 준비가 안 돼 상공의 날이 밀리게 됐습니다.

지난해 상공의 날이 밀린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해 날짜를 조율하다 3월 마지막 날 기념식을 치르게 됐습니다.

두 해 연속 ‘정치’에 ‘경제’가 밀린 셈입니다. 아니면 ‘경제’가 알아서 ‘정치’에 맞춰준 것이죠.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경제의 지속발전을 위해서는 민관의 협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기념식이지만, 날짜가 오락가락 하는 것도 (다른 의미지만) 민관의 협력이라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앞으로 5년 주기로 3월 둘째 수요일에 대선이 진행됩니다. 그러면 5년마다 국가기념일인 상공의 날도 날짜가 조정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 아닌 걱정을 해봅니다. 또 이미 대통령 참여 문제로 기념식 날짜가 조정됐는데 앞으로도 그러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빨간 날’이 아닌 기념일은 관계자가 아니면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날짜마저 오락가락 하면 기념일을 지정해 지키는 의미가 있을까요. 5년 마다 이렇게 변경할 것이라면 차라리 날짜(또는 요일)을 바꾸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역대 많은 대통령과 정부는 모두 경제 우선을 외쳤습니다. 그경제가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정치의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치에 의해, 정치 때문에 경제가 뒷전으로 밀리지 않아야겠죠. 

오는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이에 앞서 5월 31일은 바다 관련 산업의 중요성과 의의를 높이고, 관계 종사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바다의 날’입니다. 정치 때문에 바다 관련 산업과 종사자들이 소외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성욱 산업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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