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4월 2일 KBO리그 개막…10대 그룹으로 짜본 야구팀 포지션
키스톤 콤비 롯데·신세계…포스코·GS·한화 외야, DH HD현대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KBO리그가 긴 겨울잠을 깨고 지난 2일 개막했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지난 2년간 무관중 또는 제한적으로 관중을 받았으나 올해부턴 관중석이 전면 개방돼 예전처럼 열기와 함성이 가득한 야구장을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움츠렸던 한국 경제도 올해를 기점으로 겨울잠에서 깨어나 따뜻한 봄을 맞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한스경제는 KBO리그 개막을 맞아 한국 경제를 이끄는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포지션별 라인업을 구성해봤다. 각 포지션별 역할에 맞는 기업을 선정해 배치했다. 10대 그룹 기준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바탕으로 이 중 금융사인 농협은 제외했다. <편집자>

◆ 투수 : 다양한 사업에서 글로벌 어깨 견주는 ‘에이스’ 삼성

흔히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투수진 구성이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한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야구에서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선발투수, 그것도 1선발이 갖는 상징성과 중요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들이 ‘에이스’라 불리는 이유다. 정규리그는 물론이고 포스트시즌에서도 확실한 필승 카드로 내세울 수 있는 1선발을 보유한 팀은 기세가 남다르다.

삼성 제공
삼성 제공

삼성은 10대 그룹 중에서도 명실상부한 에이스다. 해외 시장에서도 내세울 수 있는 국가대표 1선발이다. 매출과 순이익 등 실적은 국내에서 압도적으로 1위다. 가전과 모바일, IT기기, 반도체 등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자를 기반으로 건설, 플랜트, 중공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선발투수는 구사할 수 있는 구종이 많아야 긴 이닝을 끌고 갈 수 있다. 그 점에서도 삼성은 투수가 제격이다.

◆ 포수 : 내수는 물론 해외에서도 손꼽히는 ‘공수겸장’ 현대차

포수는 2루・유격수-중견수로 이어지는 센터라인의 시작점이다. 기본적으로 투수를 리드하는 역할 외에도 수비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상황에 맞는 판단력은 필수다.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 특성에 맞게 볼 배합도 맞추고 수비 위치도 조정해야 한다. 필드 위에선 사실상 포수가 감독이자 리더다. 이들이 ‘안방마님’으로 불리는 이유다. 우승팀에는 항상 좋은 포수가 존재한다.

포수는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선정했다. 포수는 수비력 못지않게 공격력도 중요하다. 수비력을 내수, 공격력을 수출로 본다면 현대차그룹은 내수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자동차와 기아, 제네시스를 보유하고 있다. 또 최근 자동차업계 전동화 흐름에 맞게 2035년까지 전기차로 완전 전환을 선언하는 등 한 박자 빠른 상황 판단력도 보유하고 있다. 수소와 배터리 등 다양한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주도해 참여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 1루수 : 다양한 분야에서 대장 역할 ‘팔방미인’ SK

1루수는 팀의 든든한 기둥 같은 존재다. 비록 악송구가 오더라도 수비 성공을 위해선 팔과 다리를 뻗어 공을 잡아줘야 한다. 수비를 잘하는 1루수가 있으면 다른 내야수들은 안정감을 느낀다. 타격에서도 힘이 좋고 한 방이 있는 선수들이 1루수를 맡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역대 1루수 중에는 이승엽(전 삼성 라이온즈), 김태균(전 한화 이글스)을 비롯해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강백호(KT 위즈) 등 굵직한 선수들이 많다.

SK 제공
SK 제공

공정위 대기업집단 3위인 SK는 계열회사수가 지난해 기준 148개로 10대 그룹 중 가장 많다. 그만큼 큰 덩치를 자랑한다. 한국 경제에서 든든한 맏형 노릇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주력사업을 한 가지만 꼽기 어려울 정도로 통신·화학·반도체·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장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그룹 전면에 내세워 활발한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 키스톤 콤비(2루수・유격수) : 내수시장 양대 산맥 ‘유통 강자’ 롯데, 신세계

2루수와 유격수는 ‘키스톤 콤비’라는 이름으로 묶인다. 공격력보다 수비로 팀을 지켜내야 하는 포지션으로 꼽힌다. 두 포지션끼리 호흡도 중요하다. 타구 방향에 따라 역할 분담이 정확히 돼야 효율적인 넥스트 플레이로 병살 등을 유도할 수 있다. 10대 그룹 중에선 유이하게 유통업 위주라는 공통점을 보유한 신세계와 롯데를 각각 2루수와 유격수로 뽑았다.

신세계 제공
신세계 제공

2루수는 다재다능의 표본이다. 공수에서 센스를 지닌 선수가 주로 2루수를 맡는다. 박정태(전 롯데 자이언츠), 박종호(전 LG 트윈스), 정근우(전 SK 와이번스), 오재원(두산 베어스) 등이 센스 넘치는 2루수로 역사를 만들었다.

신세계는 변화하는 국내 유통업계 상황에 맞춰 발빠른 전략과 마케팅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다양한 메뉴와 굿즈로 소비자를 사로잡은 ‘스타벅스’와 가성비를 앞세워 소비자를 공략한 ‘노브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이커머스 시장 2위에 오르는 등 트렌드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 제공
롯데 제공

유격수는 그 어떤 포지션보다 수비력이 강조된다. 타격 능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주전 유격수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 물론 김재박(전 MBC 청룡), 류중일(전 삼성 라이온즈), 이종범(전 해태 타이거즈) 등 유격수 계보를 잇는 선수들은 수비는 기본, 공격력에서도 특출남을 보였다.

롯데는 국내에서 ‘유통 공룡’으로 불린다. 백화점과 호텔, 제과 등 내수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수비력을 내수로 본다면 롯데가 유격수를 꿰찰 만하다. 또 최근에는 수소 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친환경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발빠른 행보를 걷고 있다.

◆ 3루수 : 위기상황에 빠른 대처 ‘선택과 집중’ LG

3루는 일명 ‘핫코너’로 불린다. 왼손 타자보다 오른손 타자가 더 많은 특성상 3루수 쪽으로 강하고 빠른 타구가 가는 경우가 많다. 3루수는 이런 타구를 빠른 판단력과 능숙한 글러브질로 건져내 1루까지 정확한 송구로 타자를 아웃시키는 게 목표다. 강하고 빠른 타구를 위기상황에 빗댄다면 그만큼 대처 능력이 중요한 포지션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공격력도 갖춰야 한다. 그래서 3루수는 주로 ‘공수겸장’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한대화(전 LG 트윈스), 김동주(전 두산 베어스), 최정(SSG 랜더스) 등이 대표적이다.

LG 제공
LG 제공

LG는 지난해 적자에 시달려왔던 모바일(MC) 사업부 철수를 결정하는 등 나름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내수와 수출 시장 모두 강점을 갖고 있는 가전 분야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로봇, 전장,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다. 특히 전장사업은 올해 첫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올해 1분기는 사상 최대 매출도 기대된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 선전하고 있는 LG를 3루수로 배치했다.

◆ 좌익수 : 철강을 넘어 친환경까지 ‘공격 선봉’ 포스코

좌익수는 외야수 중 상대적으로 수비력은 떨어지지만 타격 능력이 돋보이는 선수가 주로 배치된다. KBO리그에선 최형우(KIA 타이거즈), 김현수(LG 트윈스)와 김재환(두산 베어스) 등이 대표적인 좌익수다. 공격력이 강점인 선수가 있을 때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로 활용하는 포지션이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 제공

10대 그룹 중 좌익수에는 포스코를 위치시켰다. 포스코는 국내 1위 철강업체다. 철강 분야에서 확실한 강점이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 등 신사업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 SK 등과 수소 생태계 구축에 나서는 한편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경제의 밑바탕 산업이면서도 이 경지를 한단계 뛰어 넘으려는 포스코를 좌익수로 꼽았다.

◆ 중견수 : 사업 범위 넓히는 ‘조용한 강자’ GS

중견수는 외야 수비의 핵심이다. 발이 빠르고 타구 소리만 듣고도 곧장 반응할 수 있을 정도로 반사신경이 좋아야 한다. 외야에서 빠지는 공은 모두 장타로 연결되는 만큼 넓은 수비 범위는 물론 양 옆 좌익수와 우익수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까지 커버할 수 있는 수비력이 필수다.

GS 제공
GS 제공

GS는 정유와 건설업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며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보톡스 1위 기업 휴젤을 인수해 의료바이오사업에 발을 들였고 포스코그룹과 함께 이차전지 리사이클링·수소사업에도 손을 뻗었다. 전통 산업 위주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는 GS가 중견수에 적합해 보인다.

◆ 우익수 : 태양광·우주 투자 넓히는 ‘저격수’ 한화

우익수의 필수 요소는 강한 송구 능력을 갖춘 ‘강견’이다. 득점권에 위치한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는 걸 막거나 주자의 진루를 저지하기 위해선 강한 어깨가 필요하다. 흔히 ‘저격수’로 부르기도 한다. KBO리그에선 양준혁(전 삼성 라이온즈), 이진영(전 LG 트윈스), 추신수(SSG 랜더스) 등이 유명하다. 이들이 외야에 있으면 주자들은 진루에 쉽게 엄두를 못 냈다.

한화 제공
한화 제공

한화는 영위하는 사업은 많지 않지만 맡고 있는 분야에선 확실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기업의 시작인 화약제조업과 금융업을 바탕으로 석유화학 등 에너지와 태양광사업, 방위산업 등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특히 최근에는 항공·우주 등 투자에 박차를 가하며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해당 분야는 글로벌 업체와도 경쟁해야 하는 만큼 한화가 국내 대표 ‘저격수’로서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우익수로 선정했다.

◆ 지명타자 : 세계 최고 조선업 ‘한방’ 있는 HD현대

현대 야구에선 지명타자 의미가 다소 희석되긴 했지만 전통적으로는 타격 능력이 강한 선수를 지명타자에 배치한다. ‘수비가 안 되는 반쪽짜리 선수’라는 누명을 쓸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방망이 하나만큼은 믿고 쓸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그만큼 확실한 장점을 보유한 선수가 지명타자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다.

HD현대 제공
HD현대 제공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는 국내 대표 조선업 회사다.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내로라하는 조선업체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업종 특성상 HD현대가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긴 어렵다. 그래도 조선업계에선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인만큼 한 방이 필요한 지명타자에 어울린다. 최근에는 사명을 변경하고 현대가(家) 3세인 정기선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 변화를 꾀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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