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진칼 인수자금 규모 7000억 이상…"보유 유동성으로 충당 가능할 듯"
단순투자 이상 사업적 효과 고려했을 가능성…경영권 분쟁 재개 '촉각'
호반건설 사옥. / 호반건설 제공
호반건설 사옥. / 호반건설 제공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사모펀드 KCGI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며 한진칼 2대 주주로 올라선 호반건설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호반건설이 지분취득 목적으로 '단순투자'를 명시했지만 투자금융(IB)업계에선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분위기다.

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진칼 지분인수 자금지출에 따른 호반건설 신용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호반건설은 지난달 28일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로부터 한진칼 보통주 940만주를 5640억원에 취득하고 보통주 161만4917주와 신주인수권 80만주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보유한다고 공시했다. 취득 목적은 ‘단순투자’라고 밝혔다.

한신평은 “이번 지분인수 대금 5640억원을 포함해 보통주와 신주인수권 매도청구권 행사 등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인수할 경우 호반건설 총 자금지출 규모는 7000억원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6000억~7000억원 내외로 예상되는 한진칼 지분인수 대금은 호반그룹이 보유 유동성을 통해 충당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호반건설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각각 6.0%, 44.6%로 우수한 수준이다. 단기간 내 현금화 가능한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8587억원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재무부담은 더욱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말 기준으로도 1조원 이상 유동성자금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서는 호반건설의 한진칼 지분 인수 목적은 단순투자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한신평은 “이번 지분인수는 호반건설 보유 유동성의 50~60% 정도가 소요되는 대규모 투자고 그동안 호반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온 점을 감안하면 단순투자 이상 사업적 효과를 고려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호반건설 제공
호반건설 제공

실제 호반건설은 지난 2018년 리솜리조트, 2019년 서서울 컨트리클럽(CC) 인수 등 리조트·레저부문 중심 인수합병(M&A)을 활발히 진행해왔다.

한신평은 “이번 한진칼 지분인수로 호반그룹 호텔·리조트부문과 한진그룹 항공부문 단순 사업연계부터 호반건설의 직접적인 항공사업 참여까지 다양한 사업 확장 가능성이 내재돼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호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 인수를 검토한 바 있는 만큼 호반건설이 항공사업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호반건설이 한진칼 항공사업에 직접 참여하려면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해야 한다. 배당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일반투자’나 경영 참여 목적인 경영참여와 달리 단순투자는 주주총회 의결권만 갖는다.

한진그룹 측은 호반건설이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로 밝힌 만큼 당장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3대 주주인 반도건설과 ‘합종연횡’ 여부다. 호반건설이 투자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고 반도건설과 힘을 합칠 경우 두 건설사 합산 지분은 30%대 중반으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 한진그룹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어쨌든 호반건설은 “투자 목적은 공시한 그대로”라는 입장이다. 반도건설도 아직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조원태 회장 승리로 끝나는 듯했던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재개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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