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PA, PFAS에 살충제 및 의약품 화학물질 제외...냉매 및 PSAF가스도 미포함
과학계 "EPA는 산업계 편...PFAS 확대 적용해야"
미시건주 워츠스미스 공군기지 인근에서 배출된 과불화화합물/연합뉴스
미시건주 워츠스미스 공군기지 인근에서 배출된 과불화화합물/연합뉴스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자연환경에서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이라고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의 정의를 놓고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오염 방지 및 독성 사무소(Office of Pollution Prevention and Toxics 이하 독성 사무소)와 과학계가 대립하고 있다. 정의에 따라 일부 PFAS를 허용하거나 제한 할 수 있어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PFAS는 물·얼룩·기름이 배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데 가장 자주 사용되는 화합물이다. 화장품은 물론 테이크아웃 컵의 코팅제, 세척제, 페인트, 바닥용 광택제, 식품 포장재, 조리기구, 방수 등산복 등 코팅 기능이 필요한 수많은 소비재에 사용된다.

하지만 쉽게 분해되지 않고 축적되는 성분으로, 신체와 환경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종종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 인체나 환경에서 분해되지 않는 화학 물질)로 불린다. 암, 선천적 기형, 면역력 감소, 높은 콜레스테롤, 신장 질환, 그리고 다른 심각한 건강 문제들과 관련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EPA의 독성 사무소와 과학계의 PFAS를 포괄하는 정의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독성 사무소의 PFAS에 대한 작업 정의(working definition)는 많은 과학자들의 의견과 상충될 뿐만 아니라 다른 EPA 부서에서 사용하는 정의보다 더 좁다.

독성 사무소는 PFAS에 의약품과 살충제의 화학물질을 포함하지 않는다. EPA는 지난 12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발견된 일부 PFAS 오염에 대한 조치를 거부했을 때 이 정의를 인용하기도 했다. 

EPA 내에서의 논의는 EPA가 전체 화학 물질 등급을 크게 제한해야 한다는 압력이 증가함에 따라 이뤄졌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화학 물질 제조업체, 국방부 및 산업계에만 혜택을 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 EPA 과학자이자 국립 독성학 프로그램 책임자인 린다 번바움은 “산업계가 사용하는 정의와 국제 과학계가 사용하는 정의에는 실질적인 차이가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EPA가 사용하는 PFAS의 정의는 산업계와 훨씬 더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EPA는 널리 사용되는 화합물 중 일부를 제외하는 PFAS의 새로운 정의에 따라 일하고 있다. EPA 관계자는 새로운 정의가 약 1년 전에 개발돼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EPA의 새로운 화학 부서 관리자들이 PFAS가 덜 독성을 갖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위험 평가를 변경했다는 내부 고발자들의 고발에 의해 드러났다. 

EPA는 여기에 대한 질문에 즉시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의 가디언이 입수한 기관 문서에는 새로운 정의가 “환경과 인간 노출에 대한 지속성과 잠재력을 기반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PFAS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제안한 가장 널리 사용되는 PFAS에 대한 포괄적인 정의는 불소화탄소 원자가 1개인 모든 화학 물질이다. 여기에는 시중에 유통되는 수만 가지의 화학 물질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EPA는 “한 개의 탄소는 완전히 불소화되고 다른 하나는 적어도 부분적으로 불소화된 적어도 두 개의 인접한 탄소 원자”로 작업 정의를 작성했다. 여기에는 약 6500개의 PFAS를 포함하고 있으며 PFAS 오염을 억제하기 위한 로드맵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EPA는 살충제 및 의약품의 화학 물질 외에도 좁은 정의에서는 일부 냉매 및 PFAS가스를 포함하지 않는다. 

제외된 PFAS 화합물 중 일부는 환경에서 분해되거나 인체에 대사되면서 PFOA 및 PFOS와 같은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로 변한다. 그리고 일부 제외된 PFAS를 생산하려면 더 위험한 PFAS 화합물을 사용해야 한다.

전 EPA 과학자이자 국립 독성학 프로그램 책임자인 린다 번바움은 “신체에서 대사되거나 환경 변화를 겪은 후 PFAS가 되었을 때 PFAS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PFAS의 또 다른 논쟁 또한 화학 물질의 지속성 문제다. 

이 주제에 대한 논문을 공동 저술한 스톡홀름 대학 PFAS 연구원인 이안 커즌은 “완전히 불소화된 탄소 원자를 포함하는 대부분의 화학 물질은 완전히 분해되지 않으며 이러한 화합물 중 일부는 지구 전체에 축적되고 있다”며 “우리는 환경에서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을 때 문제가 되는 PFAS라는 물질을 방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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