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쌍방울, 특장차 계열사 광림 앞세웠지만 접점 미미
KG스틸 강판·소재는 쌍용차 경쟁력 강화 효과 의문
쌍용차 글로벌 경쟁력 확보 관건은 ‘자금력’
쌍용자동차의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의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 /사진=쌍용자동차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쌍용자동차 재매각이 추진되면서 새로운 인수 대상자로 떠오른 기업 주가가 연일 출렁이고 있다. 쌍용차 인수에 따른 시너지(상승효과)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쌍용차는 14일 서울회생법원 허가에 따라 재매각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지난해 6월 매각 공고를 시작으로 올해 1월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와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회생계획안을 제출했지만 에디슨모터스의 인수대금 잔금 미납에 따라 계약이 해제됐고 재매각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에디슨모터스와의 계약 해제 직후 쌍방울그룹이 적극적으로 인수 도전 의향을 밝혔고 이어 KG그룹이 가세했다. 최근에는 이전 인수전에서 에디슨모터스에 밀려났던 사모펀드 파빌리온 프라이빗에쿼티(PE)까지 사전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며 뛰어들었다.

인수 가능성이 타진되면서 쌍방울그룹과 KG그룹의 관련 계열사 주가는 널뛰기를 시작했다. 쌍방울은 지난달 31일부터 3거래일간 108.3% 뛰었다가 재무적투자자로 나섰던 KB증권이 발을 뺀 이후 급락했다. KG그룹이 인수전에 앞세운 KG스틸(KG동부제철)은 인수전 참여 소식에 지난 6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주가 움직임은 쌍용차 인수에 따른 기업가치 향상 등을 기대한 투자 자금이 급격히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오랜 기간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와 설비 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5대 완성차업체 중 하나인 만큼 인수자의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쌍방울그룹의 경우 특장차 계열사인 광림을 앞세워 인수를 추진, 보유한 특장·상용차 기술력과 쌍용차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G그룹은 KG스틸의 자동차용 강판 등 사업에서 쌍용차와의 접점을 찾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구상이 쌍용차의 경쟁력 확보와 회생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광림은 상용차사업이 없는 쌍용차와 직접적인 시너지 창출이 쉽지 않고 양사 모두 전기차 전환이 시급한 만큼 우선 각자 역량부터 강화해야 하는 입장이다. KG스틸은 현재 쌍용차가 사용하는 포스코 강판 대비 품질 경쟁력이나 신소재 역량 등이 우월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즉 이들 기업으로의 매각이 성사됐을 경우 쌍용차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쌍방울·KG그룹 쪽의 기대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쌍방울그룹은 승용차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고 KG그룹은 KG스틸의 강판 공급처를 확보하고 수직계열화까지 노릴 수 있다. 또 쌍용차가 중국 BYD와 맺은 전기차 배터리 협업 관계성이나 기존 보유한 기술력·설비 등을 가져갈 수도 있다.

이는 당장 인수자의 기업가치 제고로 비춰지지만 문제는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로벌 브랜드와 직접 경쟁하는 완성차업계에서 쌍용차가 경쟁력 확보를 통해 반전을 꾀하지 못하면 경영 상황은 더 악화되고 결과적으로 인수 기업 측에도 재무적 부담이 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진=쌍용자동차
사진=쌍용자동차

현재 쌍용차는 약 8000억원 규모의 채권 상환을 비롯해 향후 운영자금 등에 최소 1조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의 차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과거 쌍용차는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 2010년 인도 마힌드라가 인수해 든든한 자금줄이 됐음에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차 디자인 및 연구개발(R&D)뿐 아니라 부족한 해외 판로 확보에 막대한 자금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쌍방울그룹은 이스타항공 인수전 당시 마련한 1200억원에 컨소시엄을 통해 추가 자금을 조달한다는 방침이지만 자금력에 대한 의문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KG그룹은 지난해 기준 약 36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KG ETS 환경에너지 부문 매각 자금으로 약 5000억원이 더해질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KG그룹의 자금 상황이 낫지만 재무적투자자(FI)의 추가 지원 없이는 쌍용차가 여유를 되찾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KG그룹은 2019년 동부제철을 사들여 흑자 기업으로 돌려놓으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쌍용차가 다수의 인수 의향자와 접촉 중이라고 밝힌 데 대해 해외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쌍용차와 협력 관계에 있고 전기차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온 BYD가 거론된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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