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기의 강이 빙붕 표면 녹여...틈새로 다시 균열 생기며 붕괴
선명히 드러난 라르센C 빙붕의 균열/연합뉴스
선명히 드러난 라르센C 빙붕의 균열/연합뉴스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남극 빙붕의 붕괴 원인이 풀렸다. 지난 25년 동안 남극반도에서 두 개의 빙붕이 빠르게 붕괴된 것은 얼음을 불안정하게 만든 따뜻하고 습기가 가득한 거대한 공기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논문이 나온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And Environment)에 게재된 이 논문은 빙붕의 붕괴 원인으로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s)을 꼽았다. 대기의 강이란 열대 태평양 바다 위에 형성된 거대한 수증기가 대기 중에 마치 강물이 흐르듯 긴 띠 형태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1995년 라르센 A 빙붕이 붕괴됐고 2002년에는 라르센 B 빙붕이 붕괴했다. 지난달 3월에는  남극 대륙에서 가장 안정된 지역으로 여겨지는 동쪽 남극 대륙에서 작은 빙붕이 무너졌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며칠 동안 극도로 따뜻한 온도가 발생해 얼음의 표면이 녹아 갈라졌고, 바다 얼음 덮개가 줄어들어 바다의 팽창이 빙붕을 휘게 했으며 결국 빙붕이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그르노블알프스 대학의 기후학자이자 기상학자인 조나단 윌은 "우리는 대기의 강을 남극 반도의 빙붕 위에 극단적인 환경을 만들어 잠재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들은 빙붕만이 아니라 2000년~2020년까지 21개의 대형 빙산 분리(iceberg-calving)사건 중 13건 역시 대기의 강 때문임을 발견했다. 

연구진들은 “아직 대부분 온전하고 약 1만7000평방 마일에 달하는 남극 대륙에서 네 번째로 큰 빙붕인 라르센 C 빙붕이 결국 A와 B와 같은 운명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들은 “지금까지 라르센 C빙붕이 녹지 않은 이유는 다른 빙붕에 비해 남쪽이 더 멀기 때문에 더 차갑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극이 계속 따뜻해지면서 대기의 강들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라스센 C 빙붕도 이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빙붕은 남극대륙을 덮고 있는 얼음의 대부분을 막는 역할을 하는 떠다니는 얼음의 혀다. 빙붕이 무너지면, 육지 얼음이 흐름이 해양으로 가속화돼 해수면 상승 속도가 증가한다. 

남극 반도의 빙상은 상대적으로 작아 모든 빙하가 녹으면 바다가 1피트 이하로 상승이 예상되지만, 빙붕의 붕괴는 수세기에 걸쳐 훨씬 더 큰 해수면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대기의 강은 고기압의 거대한 정지 지대가 저기압 폭풍 시스템과 만날 때 발생한다. 두 기압의 합류점에서 습한 공기가 가늘게 흐른다.

만약 대기의 강이 충분히 강하다면 빙붕의 표면을 녹이게 된다. 녹은 물은 틈새으로 흐르면서 다시 얼어서 균열을 넓힌다. 결국 이러한 반복적인 과정은 빙붕을 붕괴시킬 수 있다.

또한 대기의 강은 해빙을 녹이거나 바람이 해빙을 빙붕에서 밀어내는 과정을 촉진시킬 수 있다. 그러면 바다의 파도가 빙붕을 흔들게 되고, 남극대륙의 몇몇 큰 빙붕은 따뜻한 바닷물에 의해 아래에서 녹아내려 얇아지고 있다. 

뉴질랜드 빅토리아 웰링턴 대학의 카일 클렘 연구원은 “연구 결과 육지만큼 빨리 따뜻해지지 않는 남극의 다른 지역들도 결국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대기의 강이 운반하는 열과 습기의 양은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지 않을 때보다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극 대륙으로 밀려드는 기단은 훨씬 더 따뜻하다. 그리고 빙붕 붕괴는 바로 이러한 극단적인 사건들의 예시”라고 강조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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