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반값 아파트로 100년 이상 가는 좋은 아파트 공급 가능
강남브리즈힐 시세차익 11억원...온전한 자산가치 우려 없어
반값 아파트 찬성한 국토부·민주당, 법 개정 위해 움직여야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반값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고 있습니다."

미소를 띈 김헌동 SH공사 사장의 얼굴에선 반값 아파트가 성공할 것이란 확신이 엿보였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SH공사 본사에서 만난 김헌동 사장은 인터뷰 시작부터 현재 부동산 문제에 대한 분석과 견해를 막힘없이 쏟아냈다. 2000년대 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몸 담은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대한민국 부동산 해법으로 '반값아파트(토지임대부주택)을 외쳤다. 지난해 11월부턴 SH공사 수장이 돼 자신의 이론을 현실에서 펼쳐내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 

대담=김성욱 산업부 부국장
정리=서동영 기자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지난 14일 한스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반값 아파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근현 기자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지난 14일 한스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반값 아파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근현 기자

◆ 건물만 분양하는 반값 아파트, 공급부족 해결 위한 획기적 방법

- 취임 이후 ‘반값 아파트’가 최대 이슈다. 반값 아파트 제안이 나온 배경은 무엇인가.

△반값 아파트 주장을 한 것은 오래 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몸담고 있을 때인 2004년 판교신도시 개발 때부터다. 땅은 빼고 건물만 분양하면 그만큼 낮은 가격에 주택을 보급할 수 있다. 1970~80년대 강남 또는 목동 개발 때부터 건물만 분양했다면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처럼 집값 걱정 없는 나라가 됐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주택보급률이 110%다. 매년 40만~50만호씩 20년간 1000만호 가까이 늘어났음에도 늘 주택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새 아파트로 옮겨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서울만 해도 현재 400만 가구 중 60~70%가 새 아파트를 원한다. 그래서 항상 공급부족 문제가 발생한다. 늘 토지와 건물을 함께 분양하다 보니 끊임없이 새로운 택지개발을 해야 한다.

- 반값 아파트가 이를 어떻게 해결한다는 것인가.

△아파트 가격에는 토지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 토지에 대한 재산권 행사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왜 토지까지 껴서 매매를 해야 하나. (거품이 낀 토지를 빼고) 대신 건축비를 늘리면 그만큼 좋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30년 만에 철거하는 아파트가 아닌 100년 이상 가는 좋은 아파트가 가능하다. 건물만 소유해도 얼마든지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는데 꼭 토지가 필요한가. 

김헌동 사장이 지난 2월 24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값 아파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SH공사 제공
김헌동 사장이 지난 2월 24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값 아파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SH공사 제공

- 하지만 일반적으로 토지 소유에 대한 욕구가 높은 사람들이 많다.

△모든 사람들이 억지로 반값 아파트를 분양받으라는 것이 아니다. 건물은 물론 땅까지 사고 싶은 사람은 그런 아파트를 사면 된다. 반면 적은 돈으로도 좋은 집에서 오래 살고 싶다면 반값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된다.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하면 된다. 하지만 반값 아파트가 많아지면 집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토지까지 비싸게 사려는 수요는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지금도 10억원 이상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크게 줄지 않았나. 

- 토지가 빠진 반값 아파트가 나중에도 온전한 자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LH가 2010년 지은 토지임대부 주택인 강남구 자곡동 강남브리즈힐을 예로 들겠다. 브리즈힐은 전용 84㎡ 기준 토지를 제외한 건물만을 2억2000만원 정도에 분양했다. 현재 시세는 13억원으로, 시세차익은 약 11억원 정도다. 자산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너무 많은 사람이 반값 아파트를 사겠다고 할까 봐 걱정이다.(웃음)

◆재산권 행사 불가한 토지 집착할 필요 없어

- 지난 3월 고덕강일 지구에서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부지 확보 상황은.

△SH공사엔 고덕강일, 마곡, 위례는 물론 그 외에도 서울 이곳저곳에 땅을 꽤 많이 갖고 있다. 제도개선 진행상황 및 서울시 등 관련기관 협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올해 상반기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상반기 중 고덕강일 분양 사전예약을 실시할 계획이다. 2년 후 입주할 수 있도록, 반값 아파트 약속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헌동 사장이 한스경제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김근현 기자
김헌동 사장이 한스경제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김근현 기자

- 반값 아파트 공급을 위해선 주택법 개정을 비롯해 국토부 등 관련 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한데. 

△제도 정착을 위해 여러 가지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소관 부서를 신설하고 제도개선 및 모델 등을 서울시와 협의 중에 있다.

사실 반값 아파트는 지난 2020년 12월 당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취임하면서 발표했다. 지난해엔 박영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역시 평당 1000만원짜리 반값 아파트를 5년 동안 30만호 짓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 민주당에서도 법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1년 이상 지났음에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법 개정에 대해 다들 국토부나 국회가 아닌 SH공사 사장인 나한테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다.(웃음)

◆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1955년 충남 부여 출신으로 1981년부터 쌍용건설에서 근무한 뒤 1997년부터 경실련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진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을 맡으면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반값 아파트와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15일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SH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후 SH공사 소유 아파트 분양원가를 계속해서 공개하고 반값 아파트 건설에 착수하는 등 오래전부터 외쳤던 자신의 이론을 현실에서 적용 중이다.     

<김헌동 SH 사장 “분양원가 공개, 시민·건설사 모두가 이득" ② 계속…>

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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