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평 아파트 건축비 2억원, 원가공개로 누구나 알 수 있어
SH공사, 초우량 알짜기업...좋은 주택 공급 위해 민간과 경쟁할 것
<'김헌동 SH 사장 “반값 아파트, 자산가치 하락 걱정 안해도 된다" ①' 에 이어…>
"제 기력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의 단호하고 당찬 목소리엔 확고한 자신감과 소명감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지난해 11월 SH공사 사장에 취임한 김헌동 사장은 반값 아파트와 함께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건설업계의 불만이 쏟아졌지만 김 사장은 “더 좋은 아파트를 짓기 위해” 분양원가를 공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서울을 고급 건축물이 있는 명품 도시로 만들고 집 걱정 없는 나라를 위해 매진하겠다는 뜻을 적극 피력했다.
대담=김성욱 산업부 부국장
정리=서동영 기자
◆ 서울 25평 아파트 건축비 2억원이면 충분
- 반값 아파트 품질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서울형 건축비’ 도입을 밝힌 바 있다.
△보통 아파트는 건설 후 30~50년 뒤엔 재개발, 재건축을 해야 한다. SH공사는 한번 지을 때 1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도록 튼튼하고 품질이 좋은 ‘명품주택’을 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가 정한 기본형 주택비 내에선 고품질 장수명 주택 구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본형 건축비보다 설계비, 시공비, 자재비를 더 주는 서울형 건축비를 연구 중인데 얼마나 상향할지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서울형 건축비의 사전 단계는 분양원가 공개인데.
△취임 후 한달 뒤인 지난해 12월 15일 고덕강일 지구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수익률은 30%이고 건축비는 평당 700만원으로 25평 짓는데 1억8000만원 정도 소요됐다. 이어 오금 지구는 물론 송파, 강남, 세곡, 서초 등 강남4구 역시 25평 기준 1억5000만원 정도 들었다. 이처럼 공사비를 투명하게 공개, 대한민국 초등학생 이상이면 서울에 25평 아파트를 지을 때 2억원이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게 하기 위한 것이 분양원가 공개다. SH공사는 서울시민이 주인인 회사다. 주인들이 회사가 어떻게 공사를 해서 얼마의 수익을 얻어 회사를 얼마나 알차게 운영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공개했다.
- 민간 건설사는 '자신들도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냐'며 불만이다.
△민간 건설사에 원가를 공개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분양원가는 민간 건설사에게 돈을 더 주기 위해 공개하는 것이다. 공사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건설사는 더 많은 공사비를 받을 수 있어 지금보다 더 튼튼하고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 한편으론 민간 건설사와 SH공사가 더 좋은 아파트를 짓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해보자는 목적도 있다. 단 LH 등 다른 공기업에는 분양원가 공개를 제안할 수 있다.
◆ 장점 많은 SH공사,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해 안타까워
- 오랫동안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가 지난해 11월 15일 SH공사 수장이 됐는데 5개월 지난 소감은.
△장점이 많은 기관인데 서울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더라.
- 안타깝다는 SH공사의 장점을 홍보해 본다면.
△SH는 2007년 4월 20년 장기 전세 주택 3만채를 공급했다. 공공기관으로선 전 세계 최초다. 그때 한 채당 2억원에 지은 아파트가 지금은 10억원으로 올라 SH공사 자산은 총 30조원이 됐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면서도 초우량 알짜 기업이다. 현재 SH공사는 아파트만 10만채를 갖고 있는데 시세로 환산하면 80조원이다. 공기업 평가 시 이를 반영해줬으면 좋겠다. 서울시민들이 이런 점을 잘 알지 못한 것 같아 늘 언론과의 인터뷰 때마다 우리 공사에 대해 자랑하고 있다.(웃음) SH공사 사장에 지원한 것도 이러한 좋은 정책이 많기 때문이다.
- 사장 임기 동안 목표가 있다면.
△20년 동안 시민운동을 하면서 5000만 국민이 어떻게 하면 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대안을 꾸준히 제안했다.
지금은 1000만 서울시민이 주인인 공기업 사장으로서 어떻게 하면 집 걱정 없는 명품도시 서울을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SH공사가 짓는 공공주택이 어떻게 하면 세계 주요 도시 건축물이나 아파트보다 더 잘 지은 주택을 공급할지, 이를 위해 SH공사와 민간 건설사가 끊임없이 잘 짓기 경쟁을 펼쳐 건축・건설 강국을 만들고자 한다. 서울에 명품 건축물 고급 건축물이 들어선 명품도시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플랜을 갖고 있다.
3년의 임기가 끝나도 내 기력이 쇠할 때까지 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매진할 것이다.
◆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1955년 충남 부여 출신으로 1981년부터 쌍용건설에서 근무한 뒤 1997년부터 경실련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진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을 맡으면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반값 아파트와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15일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SH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후 SH공사 소유 아파트 분양원가를 계속해서 공개하고 반값 아파트 건설에 착수하는 등 오래전부터 외쳤던 자신의 이론을 현실에서 적용 중이다.
서동영 기자 westeast0@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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