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묵호항 역사를 담은 '논골담길'
동해 바다 매력 가득한 '추암‧한섬 해수욕장'
폐채석장이 관광 명소로 '무릉별유천지'
해안사구 신비로움을 담은 '망상 해수욕장'
무릉별유천지 전경 / 동해=이수현 기자

[한스경제(동해)=이수현 기자] 애국가 첫 소절에 등장하는 도시인 강원도 동해는 매년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한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실제로 광활한 바다 너머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 큰 감동을 준다.

하지만 동해의 매력은 해돋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4월 찾아간 동해는 여러 즐길 거리가 가득한 활기 넘치는 도시였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부터 산불을 극복하고 재개장한 망항오토캠핑장까지.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동해는 새로운 매력을 한아름 품고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논골담길에서 바라본 묵호항 / 동해=이수현 기자
논골담길에서 바라본 묵호항 / 동해=이수현 기자

◆묵호항 역사 그대로... '논골담길''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묵호항은 1936년 무연탄을 실어 나르는 작은 항구에서 시작해 1941년 국제 무역항으로 개항했다. 이후 명태와 오징어 등 어획량이 풍부하고 시멘트와 석탄 등을 실어 나르기 용이해 호황을 누렸고 항구 주변 산에 어부와 그 가족들이 많이 거주해 밤에는 산 전체가 하나의 고층 빌딩처럼 보였다고 한다.

지금은 그 위상을 잃었지만 새로운 볼거리가 묵호항에 자리 잡아 관광객을 맞이한다. 그중 2010년대부터 조성된 '논골담길'은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묵호등대를 중심으로 조성된 벽화마을길이다. 등대오름길, 논골1길, 논골2길, 논골3길 네 골목으로 구성된 이 길은 묵호항의 향수와 추억을 느낄 수 있는 각양각색 벽화로 가득하다.

지폐를 물고 있는 강아지 / 동해=이수현 기자

벽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지폐를 물고 있는 강아지 그림이 눈에 띈다. 초보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 그림은 과거 동해시의 풍요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한다. 강아지가 지폐를 물고 놀 정도로 돈이 흔했고 도시는 만선의 꿈을 품은 이들로 활기가 넘쳤다는 것이다. 이처럼 논골담길 벽화는 방문객에게 그 시절 추억을 함께 선사하고 있다.

논골담길의 옆에는 2021년 6월 개방한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째비는 '도깨비'의 방언으로 도째비골은 어두운 밤 비가 내리면 푸른빛들이 보여 도깨비불처럼 보였다는 구전이 전해지는 장소다. 그 말처럼 길 곳곳에 설치된 도깨비 조형물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으며 위아래가 거꾸로 된 집은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에서 바라본 풍경 / 동해=이수현 기자

해발 59m 높이의 스카이밸리는 묵호항 등 주변 전경을 바라보기에 최고다. 그리고 하늘 위를 자전거를 타고 횡단하는 '스카이 사이클', 총 87m 길이 미끄럼틀로 약 27m를 내려가는 '자이언트 슬라이드'가 조성됐다.

 

추암 해수욕장 석림=이수현 기자

◆동해 바다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추암 해수욕장''한섬 해수욕장'

애국가 첫 소절에 등장하는 촛대바위로 유명한 추암 해수욕장은 지금도 해돋이 명소로 유명하다. 촛대바위 등 독특한 형태로 솟아오른 바위들이 모여 만들어진 석림은 라피에(lapies)라고 부르는데 석회암이 지하수에 의해 녹으면서 형성된 암석기둥을 뜻한다. 추암 해수욕장에는 촛대바위뿐 아니라 토끼와 거북이 바위 등 여러 바위가 곳곳에 숨어있어 찾는 재미가 있다.

조선 세조 때 이곳을 방문한 한명회는 풍경이 마치 미인의 걸음걸이 같다고 하여 능파대(凌波臺)라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조선 중기 화가 김홍도는 1788년 정조의 어명으로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그린 '금강사군첩(金剛山畵帖)' 중 능파대라는 제목으로 이곳 풍경을 그렸을 정도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이다.

한섬 해수욕장 전경. 뒤로 제임스 본드 섬이 보인다. / 동해=이수현 기자
한섬 해수욕장 전경. 뒤로 제임스 본드 섬이 보인다. / 동해=이수현 기자

추암 해수욕장에서 북쪽으로 가면 한섬해수욕장이 나온다. 추암 해수욕장과 비교해 한적한 느낌을 주는 이 장소는 동해 시민들이 많이 찾는 숨겨진 명소다.

해안가를 따라 2.2km 길이의 한섬감성바닷길이 마련됐다. 길 중가 마련된 한섬빛터널은 사진 찍기 좋은 명소이며 태국에 있는 제임스 본드 섬과 닮아 이름 지어진 제임스 본드 섬도 관찰할 수 있다.

몽돌해변에서 바라본 바다 / 동해=이수현 기자
몽돌해변에서 바라본 바다 / 동해=이수현 기자

해수욕장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보는 눈이 즐거웠지만, 해수욕장 옆 몽돌해변을 방문한다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된다. 한섬몽돌해변은 동해안에서 흔치 않은 몽돌해변으로 강한 파도가 칠 때마다 들리는 몽돌 굴러가는 소리는 놓치기 아쉬운 구경거리다.

 

◆폐채석장에서 관광 명소로... '무릉별유천지'

1968년부터 쌍용양해공업(현 쌍용C&E)이 석회석을 캐던 무릉별유천지는 쌍용 측에서 부지를 기부채납하면서 2021년 10월 본연의 임무를 마치고 새로운 체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계단식 암벽과 두 호수 청옥호와 금곡호가 어우러진 풍경은 '펜트하우스', '호텔 델루나' 등 여러 드라마를 촬영할 정도로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무릉별유천지 / 동해=이수현 기자
무릉별유천지 / 동해=이수현 기자

시설을 방문했다면 체험시설을 즐겨볼 것을 추천한다. 독수리 모형으로 제작된 왕복형 글라이딩 놀이기구 '스카이 글라이더'와 시속 40km 속도로 움직이는 '알파인코스터', 채석장으로 쓰일 당시 사용되던 임시도로를 재활용한 '오프로드루지'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단지 가장 높은 곳에는 '두미르전망대'가 자리 잡았다. '사랑의 불시착'을 촬영한 장소로 알려진 이곳은 부지를 제공한 쌍용C&E에 감사하는 뜻으로 '쌍용'을 순수 우리말로 표현했다. 전망대는 단지 전체를 한 번에 관찰할 수 있고 날이 좋다면 동해안까지 보인다.

 

망상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해돋이 / 동해=이수현 기자
망상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해돋이 / 동해=이수현 기자

◆ 해안사구의 신비로움 담은 '망상 해수욕장'

동해 시내 북쪽으로 떨어진 망상해수욕장과 기곡해수욕장에는 망상오토캠핑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2019년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후 2021년 12월 7개 타입 객실과 자동차를 활용한 오토캠핑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춰 재개장했다. 그리고 시설 내부에는 망상사구생태관을 세워 산불 예방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캠핑장은 해안에 인접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 해돋이를 보기에 최적의 장소다. 그리고 해수욕장을 따라 마련된 산책로를 걷다 보면 총 해안사구 보호지역을 볼 수 있다. 사구는 바다에서 밀려오는 모래들이 쌓인 공간으로 일반적인 생물이 살기 척박한 환경이라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됐다고 한다.

망상해안 사구 / 동해=이수현 기자
망상해안 사구 / 동해=이수현 기자

일부 구역은 사구식물 보호지역으로 접근이 제한됐지만 또 어떤 구역은 방문객에게 개방돼 사구 사이를 직접 걸어볼 수 있다. 4월 중 찾아갔던 사구에는 꽃이 피지 않았지만 작은 잎들이 꽃을 피우고자 솟아오르는 모습은 볼 수 있었다. 모래와 바다 사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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