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테슬라, 기가팩토리 4곳 갖추고 연 200만대 생산 예정
현대차, SW·생산능력 동시 강화…2030년 187만대 목표
현대 아이오닉5 전기차. /사진=현대자동차
현대 아이오닉5 전기차.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전기차 대중화가 본격화된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그동안 시장을 선도해 온 테슬라와 주도권 경쟁에 나선다. 테슬라는 비약적인 공급량 확대를 통해 선두 자리를 지키려 하고 현대차는 생산능력부터 소프트웨어(SW) 등 기술력까지 전방위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추격을 꾀한다.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인 테슬라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 기가팩토리 개소 기념식을 열고 공장 가동 개시를 알렸다. 2020년 7월 ‘세계에서 가장 큰 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문을 연 것이다. 이에 맞춰 테슬라 본사도 세금 감면 혜택이 있는 오스틴으로 이전했다.

테슬라 오스틴 기가팩토리는 전기 SUV 모델Y를 주로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가 가동을 시작했으며 기존 미국 캘리포니아, 중국 상하이까지 테슬라는 총 4개의 기가팩토리 공장을 운영하게 됐다.

지난해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와 상하이 공장에서 약 93만6000대(104만5072대·한국자동차산업협회 추산)의 차량을 생산했다. 여기에 독일과 텍사스 오스틴 기가팩토리가 더해지면서 올해 연간 생산량은 총 150만~2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달 28일부터 현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정책으로 상하이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지만 목표치에 근접한 증산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모델S.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 모델S.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의 생산능력은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전기차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2000년대 판매량이 총 수 천대에 불과했고 2015년에야 누적 판매량 10만대를 겨우 넘겼던 것이 2017년 연산 10만대를 돌파하더니 2018년 25만대, 2019년 37만대, 2020년 50만대를 거쳐 지난해 2배가량 성장을 이룬 것이다.

미국 국적의 테슬라는 2012년 처음 선보인 대형 전기 세단 모델S가 흥행하면서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전기차 대중화를 이끈 기업이다. 독일 폭스바겐, 중국 BYD 등이 입지를 키우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북미를 비롯한 세계 전기차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 등 영향으로 올해는 신차를 내놓지 않았지만 내년 이후 ‘사이버트럭’, ‘로드스터’ 등 신모델을 추가하며 재도약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0년 후 연산 2000만대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인 토요타의 연간 총 판매량은 1000만대 규모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전기차 SW 경쟁력과 다수의 차체 부품을 하나의 주조품으로 찍어내는 ‘기가 프레스’ 등 혁신적 공법을 감안하면 이 같은 목표도 무리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완성차업체 중에는 현대차가 공격적으로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앨라배마 몽고메리 공장의 전동화 생산라인 구축에 3억달러를 투자하고 제네시스 GV70 등 전기차 생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달러를 투자한다는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계획의 일환으로 현대차가 미국에서 순수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번 투자는 테슬라의 안방인 미국 시장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선두 추격에 나섰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2030년까지 17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고 연간 판매량 187만대, 점유율 7%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기차 부문 영업이익률 10% 이상의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3%대 초반이었으며 기아까지 합산한 현대차그룹 판매량은 25만2719대로 약 6% 수준을 기록, 세계 전기차 판매량 5위에 올라있다. 현대차의 계획대로면 2030년 그룹 차원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2%까지 오르고 연 판매량은 307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올 1분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는 7만6801대로 전년 동기 대비 73% 성장했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의 중장기 전기차 전략은 수요 집중 지역 내 생산 확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과 배터리 모듈화, 하드웨어와 SW를 아우르는 상품성 강화 등이 골자다. 특히 2025년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과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S’ 등 신규 플랫폼 2종을 도입하고 2030년까지 12조원을 투자해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등 전사적인 SW 역량을 강화한다. 이를 포함한 총 미래사업 투자금은 95조5000억원 규모다.

특히 고급화 브랜드 제네시스는 2030년까지 전 라인업의 완전 전동화를 이뤄 2040년까지 모든 주요 시장에서 100% 전동화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견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차와  제네시스가 2030년까지 선보일 전기차는 현대차가 11종, 제네시스가 6종 이상이 될 예정이다. 단일 브랜드 테슬라에 비해 다양한 고객층에 특화된 상품 전략을 펼 수 있는 현대차의 강점이다. 2030년 제네시스 전기차 판매량과 점유율 목표는 각각 35만대, 12%다.

현대차는 지난해 선보인 ‘아이오닉5’에 이어 올해는 ‘아이오닉6’, 2024년에는 ‘아이오닉7을 차례로 내놓는다. 2030년 현대차 단독 연간 전기차 판매량 목표는 152만대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아이오닉5가 북미, 유럽 등지에서 주요 시상식을 휩쓸며 다져진 브랜드 경쟁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는 제조 혁신 플랫폼으로서 전기차를 비롯한 차량 생산 시스템 전반의 효율화를 지원한다. 이곳을 시작으로 선진 물류 시스템과 유연한 생산 구조를 확립해 모든 공장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9개 생산 거점 중 한국과 체코를 중심으로 하는 현대차의 생산기지는 지속 확대될 예정이며 최근 가동을 시작한 인도네시아 공장이 연내 전기차 현지 생산을 시작한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연간 약 25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아세안 지역 공략을 위한 전기차 생산 거점 역할을 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 외에도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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