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최태원 회장

[한스경제 송진현] 1950년대 초 출범한 SK그룹은 섬유 산업이 근간이었다.

1960년대까지 섬유 산업에 머물러있던 SK그룹을 재계의 핵심으로 키워낸 주인공은 2대 총수인 고 최종현 회장(1998년 사망)이다.
최태원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은 1973년 회장 취임 후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을 잘살게 만들겠다는 대표적인 애국 기업인이었다.

그는 회장 취임 후 곧바로 석유화학 사업 진출 의사를 밝혔다. 당시 상황으로선 쉽지 않아보였으나 최 회장은 한국이 향후 먹고 살 산업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쳐 198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을 인수해  제2의 도약 기틀을 마련했다. 최 회장은 2차 석유 파동 때(1979년)에는 회장 취임 후 석유사업 진출을 위해 친분을 쌓아두었던 사우디 왕실과 접촉, 사우디로부터 하루 15만배럴의 원유를 공급받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2차 석유파동은 OPEC(석유수출기구)가 이스라엘에 협력하는 나라에는 석유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고 한국을 석유 수출 금지국으로 지정하면서 빚어진 위기였다.

최종현 회장은 늘 미래를 꿈꾸던 기업인이었다.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따낸 그는 1984년 미국에 미주경영실을 설립했다. 최 회장은 이를 통해 정보통신 분야의 중요성을 인지한 뒤 이 분야 진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 산업계에선 누구도 예상치 못한 행보였다. 1990년 미국 IT업체와 합작해 선경텔레콤을 설립한 것도 이동통신 진출을 위한 포석이었다. 최태원 회장도 후계자 수업 초창기에 선경텔레콤에서 근무했다.

최종현 회장의 이동통신 산업 진출 꿈은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를 통해 마침내 이뤄졌다.

최태원 회장은 이같이 미래를 예측하며 한국을 먹여 살릴 산업을 구상하던 부친의 모습을 보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부친의 갑작스런 타계로 1998년 38세의 나이로 SK그룹 회장직에 오른 최태원 회장은 그룹의 운영 상황을 체크하면서도 부친의 길을 쫓아 미래 먹거리 구상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외국 출장을 떠날 때마다 선진국 기업인들과 만나 산업의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에 핵심으로 떠오를 분야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10~20년 앞을 내다보기 위해 영어로 된 관련 서적도 늘 탐독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 임원들로부터도 향후 세계 시장을 주도할 미래 첨단 산업에 대한 보고를 수시로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가 2000년대 초반부터 집중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분야가 반도체와 바이오 산업이다.

최 회장의 반도체 꿈은 2011년 3조5000억원에 하이닉스 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닻을 올렸다.  당시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를 두고선 내부 반대도 만만치 않았고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팽배했다.

하지만 미래 먹거리로 일찌감치 반도체를 점찍고 있었던 최 회장은 망설임 없이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수 당시만 해도 적자기업이었던 하이닉스는 SK그룹의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D램분야 세계 2위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하이닉스가 거둔 영업이익만도 12조원에 달한다.

최태원 회장의 SK그룹이 마침내 재계 2위로 올라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하이닉스다.

최근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올해 SK그룹의 자산 총액은 291조969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9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257조439억)를 제치고 재계 2위로 도약했다. 재계 2위는 그룹 창립 후 사상 처음이다. 지난 2006년 3위에 오른 후 16년 만에 한 계단 점프했다.

최 회장이 지난 2016년 이후 그룹 차원의 ESG 경영을 강력히 추진한 것도 자산 증가에 단단히 한 몫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기업 중 ESG에 관심을 갖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최 회장은 일찌감치 ESG 경영이 세계 경제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보고 ‘딥 체인지’를 통한 ESG 경영을 추진해왔다. 가장 모범적으로 ESG를 구현하는 그룹으로 꼽히는 곳이 SK그룹이다.

최종현 회장에 이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심혈을 기울여 온 최태원 회장이 한국을 대표하는 CEO로 우뚝 서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송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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