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네이처 "온난화로 인한 서식지 이동으로 이종간 접촉 및 바이러스 감염 위험 증가"
미국 조지타운대 연구팀은 28일(현지시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기후변화로 2070년까지 사람-동물 간 바이러스 교차감염이 1만5천 건 이상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2070년 이종 간 바이러스 교차감염 위험이 높은 야생동물의 예상 서식지와 인구 밀도가 높은 적도 인근 아프리카와 중국 남부, 인도, 동남아시아 등이 상당 부분 겹치는 모습./연합뉴스
미국 조지타운대 연구팀은 28일(현지시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기후변화로 2070년까지 사람-동물 간 바이러스 교차감염이 1만5천 건 이상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2070년 이종 간 바이러스 교차감염 위험이 높은 야생동물의 예상 서식지와 인구 밀도가 높은 적도 인근 아프리카와 중국 남부, 인도, 동남아시아 등이 상당 부분 겹치는 모습./연합뉴스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기후 위기가 전염병 확산을 부채질해 향후 50년 동안 적어도 1만5000 건의 사람·동물 등 이종간 바이러스 교차감염이 급증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네이처에 실린 이 논문은 무엇보다 서로 마주치지 않았던 이종들 사이에 질병을 퍼뜨리게 함으로써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는 요인으로 기후 변화를 지적했다. 

논문에 따르면 지구가 뜨거워짐에 따라 많은 동물 종들은 적절한 조건을 찾기 위해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들은 기생충과 병원균을 가지고 와서 이전에 상호작용을 하지 않았던 이종들 사이에 퍼지게 된다. 

연구진은 이렇게 되면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가서 잠재적으로 코로나19의 규모의 또 다른 팬데믹을 촉발시키는 이른바 동물성 전염병(zoonotic) 확산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문은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는 최소 1만 종의 바이러스가 야생 동물 집단에서 조용히 순환되고 있지만 동물이 인간과 접촉 기회가 많지 않아 비교적 최근까지 이러한 교차 감염은 드물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농업과 도시 확장을 위해 더 많은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감염된 동물들과 접촉하게 돼 바이러스 교차감염의 위험도 커졌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특히 박쥐는 먼 거리를 이동하는 능력 때문에 질병 확산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우한에서 감염된 박쥐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의 시작의 원인으로 의심되고 있으며, 이전의 연구에서는 박쥐 개체군 사이에서 이미 3200여 종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동하고 있다는 추정도 나왔다. 

연구진은 “세상이 변함에 따라, 질병의 얼굴도 변할 것”이라며 “이 연구는 앞으로 지구가 수십 년 동안 더 뜨거울 뿐만 아니라 더 아플 것이라는 더 확실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논문의 저자인 조지타운 대학의 질병 생태학 전문가인 그레고리 앨버리는 "우리는 미래에 동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고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병 발생에 대한 새롭고 파괴적인 메커니즘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 변화가 생태계를 핵심까지 뒤흔들어 이미  이종 간 바이러스 교차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며 “이제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조치만으로는 확산의 위험을 막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구진은 기후에 의한 질병의 위험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논문은 "놀랍게도, 생태학적 변화가 이미 진행 중이고, 금세기 안에 온난화를 2도로 이하로 유지한다고 해서 미래의 바이러스 확산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는 기후와 토지 이용 변화로 인해 2070년까지 3139종의 포유류 종의 지리적 범위 변화를 예측했다. 그 결과 온난화가 2도 이내로 억제되는 시나리오의 낮은 수준의 지구 온난화에도 이 기간 동안 사람과 동물 간 바이러스 교차감염이 1만5000 건 이상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팬데믹 방지 비영리 단체인 에코헬스 얼라이언스(EcoHealth Alliance)의 피터 다작 회장 역시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가 어떻게 바이러스의 확산을 촉진시킬지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중요한 진전을 나타낸다” 며 "더욱 우려되는 것은 우리가 이미 이 과정이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로 기후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화석 연료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를 주장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의료 체계 등 과정을 개선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지타운 대학의 그레고리 앨버리는 "최선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조차 예방이 불가능하며 동물과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보건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콜린 칼슨 역시 "기후 변화는 우리 주변을 수많은 위험지역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보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버드 대학의 기후·건강·지구 환경 센터의 소장인 아론 번스타인은 "백신, 약물 및 검사는 필수적이지만 서식지 보존, 엄격한 야생 동물 거래 규제, 가축의 생물학적 보안 등 1차 전염병 예방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없다면 높은 전염병 발생으로 견딜 수 없는 세상에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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