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횡재세 거둬 생활비 위기 사람들 줘야" VS "유가 오르고 기업의 투자의지 막아"
BP로고/연합뉴스
BP로고/연합뉴스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영국에서 돈벼락을 맞은 석유사들에 대한 ‘횡재세(windfall tax)’ 부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횡재세는 굴러들어온 행운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영국은 1997년 횡재세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가장 큰 논란의 대상은 에너지 대기업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다. BP는 올 1분기 영업이익만 62억달러(7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가을 이후 가장 큰 분기별 수치이며 작년 같은 분기의 26억달러와도 비교된다. 또한 리피니티브 애널리스트들의 예상했던 45억달러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이 같은 BP의 실적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고유가와 정제마진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세계정세와 맞물린 결과다. 이에 BP의 지난 화요일 주가는 5.8% 상승해 FTSE 100 지수의 가장 큰 상승세를 탄 기업이 됐다. BP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석유회사들도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치솟는 에너지가격으로 서민들은 고통을 받고 있어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에너지 기업들의 막대한 수익이 고유가와 가스 가격의 혜택을 받는 기업에 일회성 과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운동가들과 영국 노동당은 세금으로 모금된 돈이 생활비 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횡재세를 징수하면 원유 공급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부정적이던 영국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도 최근 에너지 회사들이 막대한 이윤을 적절히 재투자하지 않을 경우 횡재세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수낙 장관은 “에너지 공급에 대한 투자를 늘려 영국 경제를 지원하지 않는 에너지 기업에는 횡재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리스 존슨 총리는 “에너지 회사에 횡재세를 부과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투자를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석유와 가스 기업이 북해 투자를 포기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횡재세를 부과하면 생산할수록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가 돼 정유사들이 공급을 더 늘릴 동인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 유가가 오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의 투자 의지를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BP의 최고경영자(CEO)인 버나드 루니는 180억파운드의 영국 투자 계획 중 횡재세가 부과된다면 어느 것이 줄어들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하지 않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루니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생활비를 증가시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끔찍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며 “BP가 더 깨끗하고, 신뢰할 수 있고, 저렴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3가지 딜레마에 대해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당 출신 에너지장관 에드 밀리밴드는 트위터를 통해 “횡재세에 반대하는 정부의 모든 사례는 다름 아닌 BP의 보스에 의해 엉터리임이 드러났다”며 “그(루니)는 횡재세가 투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이 맞다, 그들의 횡재 이익은 대부분 자사주 매입에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BP는 엄청난 이익을 바탕으로 25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루니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는 동안 매 분기마다 최소 10억달러의 주식을 다시 사들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영국노총(TUC) 총무인 프랜시스 오그레이디는 "영국 전역의 가정들이 치솟는 청구서와 가격에 의해 타격을 받고 있는 이 시기에 에너지회사들의 이러한 이익은 터무니없다“며 ”정부는 더 이상 변명하지 말고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민주당 당수 에드 데이비는 ”횡재세 도입의 실패는 국가 위기의 시기의 상황에서 보리스 존슨의 용서받을 수 없는 지도력의 결여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박지은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