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BMW 기술 기반으로 옛 수프라 정체성 구현
사진=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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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정우 기자] 토요타 ‘수프라’는 20세기 후반 일본 스포츠카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 중 하나다. 당시 환경 규제를 이유로 출력에 제한을 뒀지만 개조(튜닝)를 통해 1000마력대 이상의 출력도 뽑아낼 수 있는 괴물 같은 차량으로 자동차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고 자동차 레이싱을 소재로 하는 각종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도 등장했다.

1978년 처음 생산된 수프라는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릴 4세대 모델을 마지막으로 2002년 생산이 중단됐다가 17년 만인 2020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간 수프라의 부활을 바라던 수많은 자동차 애호가들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다. 토요타는 이번 수프라에 자신들의 모터스포츠 브랜드 ‘가주레이싱’을 뜻하는 ‘GR’ 배지를 달았다.

GR 수프라는 토요타의 레이싱 역량을 담아 완성됐지만 이번에는 BMW의 기술을 빌려왔다. BMW 2인승 로드스터 ‘Z4’와 같은 차대를 공유하고 3.0리퍼 직렬 6기통 터보 엔진 역시 BMW의 것을 사용했다. 때문에 실내 레이아웃부터 엔진 성능 수치까지 Z4와 같은 모습을 보여 토요타 수프라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BMW Z4와 유사하다는 점을 제쳐두고 보면 긴 후드와 한껏 뒤로 물러난 캐빈의 ‘롱노즈 숏데크’ 디자인으로 과거의 수프라를 연상시키는 외관을 하고 있다. 여기에 한껏 멋을 부린 곡면과 절개선 등은 차기 수프라 디자인으로 기대를 모았던 FT-1 콘셉트카의 모습과 비슷한 요소들이다. 또 6개의 LED 헤드램프와 직경 100㎜의 듀얼 머플러, 19인치 알로이 휠, 후면의 GR 엠블럼 등이 시각적인 포인트가 된다.

얇고 단단한 그립의 스포츠 스티어링휠과 스포크 버킷 시트를 제외하면 실내에서 크게 인상적인 부분은 없다. BMW 대시보드와 센터콘솔 배치는 익숙하고 무난한 실내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인조가죽과 플라스틱이 대부분인 내장재는 고급감과는 거리가 멀고 스포티한 감성으로 구성됐다.

사진=김정우 기자
사진=김정우 기자

스포츠카인 만큼 달리기 성능은 실망시키지 않는다. 직렬 6기통의 부드러운 엔진 회전을 올리면 듣기 좋은 음색의 엔진음과 함께 한껏 과장된 배기음이 운전자를 자극한다. 반응이 즉각적인 8단 자동변속기의 변속 시점마다 터지나오는 배기음과 함께 등 뒤를 밀어주는 약 380마력의 출력과 토크감이 출중한 가속력을 선사한다.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단단한 편이며 공차중량 1500kg대의 차체를 단단하게 잡아준다. 짧은 댐핑 스트로크는 일반 도로에서 다소 통통 튀는 승차감을 주기도 한다. 단단한 차체 강성과 서스펜션이 어우러지며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아주는 유럽산 스포츠카보다는 댐핑 압력을 높이고 단단한 스프링을 사용한 애프터마켓 튜닝용 서스펜션의 느낌에 가깝다. 6기통 터보엔진의 토크와 이 같은 하체 세팅은 과거 수프라의 ‘튜닝카’ 감성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휠베이스가 짧고 엔진을 최대한 뒤로 밀어 앞뒤 무게중심을 맞춘 프론트 미드십 구조인 만큼 회두성은 매우 우수하다. 다소 예민하게 느껴질 정도로 회전 기어비가 타이트하게 잡힌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순식간에 앞코를 돌리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뒤쪽이 빠지는 전형적인 앞 엔진 뒷바퀴 굴림 스포츠카의 성격을 보여준다.

스포츠카로써의 운동 성능은 나무랄 데 없지만 전위적인 외관은 자세히 뜯어보면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후드와 휀더 등에 공기구멍처럼 보이는 부분들은 전혀 공기가 드나들 수 없는 순수한 장식이며 한껏 과장된 사이드 볼륨은 차문을 열어보면 하나의 금형이 아니라 위에 한겹의 철판을 덧대어 연출한 모양이다. 첫인상은 FT-1에 버금가게 강렬하지만 대부분의 주요 디자인 요소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땜질이라는 느낌을 준다.

실내에서도 각종 물리 조작 장치가 뚜렷한 조작감을 주지 못하고 다소 얕고 가벼운 느낌이라는 점이 아쉽다. 특히 기어레버는 수동 모드와 D 모드 사이 고정되는 느낌이 단단하지 못해 살짝만 건드려도 원치 않게 넘어가는 상황을 발생시킨다.

세부적인 만듦새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지만 강렬한 첫인상을 주는 디자인과 그에 따른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운동 성능은 스포츠카로써 충분히 매력적이다. BMW의 색을 지울 수 없지만 동시에 수프라의 디자인 및 성격적 정체성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차다.

특히 토요타는 수프라 외에도 ‘86’ 등 운전 재미에 초점을 맞춘 스포츠카를 꾸준히 만들고 있으며 수프라에 수동 변속기 모델을 추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와 스포츠카 매니아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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