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자연흡기 엔진의 완벽에 가까운 동력성능과 차체 조화
RPM 올릴수록 불편함 사라지고 전율 느껴져
사진=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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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정우 기자] 전기모터로 소리 없이 폭발적인 가속을 즐길 수 있는 전기차가 대중화됐다. 내연기관 차들은 다운사이징 추세에 따라 엔진 배기량을 줄이고 터보차저를 더해 연비와 토크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시대다. 이 가운데 9000RPM에 달하는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을 품고 레이싱카의 소리를 토해내며 달리는 포르쉐 911 GT3는 멸종 위기의 야생마 모습을 연상케 한다.

911 GT3는 포르쉐가 60여년에 걸쳐 갈고 닦은 대표 모델 911이 기반이지만 여느 모델과 달리 레이싱부서의 손길을 거쳐 태어난다. 이번 GT3는 심장부터 레이싱에 특화된 드라이섬프 윤활 방식의 4리터 수평대향 6기통 박서 엔진을 품고 동력 손실이 거의 없는 7단 PDK(듀얼클러치) 또는 6단 수동 변속기를 통해 510마력에 달하는 출력을 노면에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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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의 최대토크는 48kg.m로 터보차저를 적용한 요즘 차량과 비교하면 인상적이지 않은 수치다. 낮은 RPM부터 터져 나오는 두터운 토크가 폭발적으로 차량을 밀어주는 터보와 달리 회전수를 끌어올릴수록 마력이 살아나 차체를 밀어주는 성격이다. 가속페달과 변속기 조작에 따라 세밀하게 반응하는 날카로움이 터보엔진으로는 대체 불가한 매력이다. 찢어지는 고회전 엔진의 비명소리로 대표되던 페라리마저 터보차저와 하이브리드로 돌아선 시대에 911 GT3는 마니아들에게 몇 남지 않은 선택지로 가치를 더한다.

911 GT3는 외관부터 일반 911 카레라 모델들과 차별화 된다. 서킷 주행에 특화된 모델답게 공기가 차량의 뒷부분을 눌러줄 수 있도록 하는 커다란 리어 스포일러가 눈길을 끈다. 후면 아래쪽으로는 가운데로 몰린 GT3 전통의 트윈 배기구가 실제로 기능하는 리어 디퓨저 중앙에 자리 잡았다. 전면부에서도 공기역학적으로 다듬어진 범퍼 위로 후드 앞쪽에 공기가 빠져나가며 앞머리를 눌러줄 수 있는 에어덕트가 뚫려있다. 측면에도 하단에 널찍한 사이드스커트 에어로파츠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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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세히 살펴보면 앞쪽 차폭이 카레라 대비 48㎜ 넓어져 911 특유의 널찍한 리어와 함께 보다 슈퍼카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수동 조절식 리어 스포일러도 기존과 달리 ‘스완넥’ 형태의 마운트가 위쪽에서 고정하는 형태인데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할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이전 세대 모델들보다 덜 투박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보여준다. 카본 재질의 후드와 루프, 경량화 소재를 사용한 유리와 배기 시스템, 센터락 방식의 휠과 카본세라믹 브레이크가 디스크가 적용된 PCCB 옵션 사양 등도 ‘일반도로 주행이 가능한 레이싱카’라는 GT3의 성격을 이어받고 있다.

911 GT3는 이처럼 강렬한 슈퍼카 또는 레이싱카 다운 면을 더했지만 동시에 현행 992세대의 911과 같이 앞 휀더 패널 안쪽에 위치한 원형 헤드램프, 도어 위에 자리 잡은 사이드미러 등이 1990년대를 주름잡은 993세대의 전통적 디자인을 계승한다. 충성도 높은 911 소비자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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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현행 911과 기본적으로 동일하지만 알칸타라 내장재와 다소 얇게 쥐어지는 레이싱 타입 스티어링휠, 911과 달리 전통적 수동변속기 형태의 PDK 변속 레버, 삭제된 뒷좌석, 곳곳에 자리한 노란색 포인트 등이 GT3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계기판 일부와 센터에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적용됐지만 엔진 회전수를 표시하는 타코미터와 각종 물리 조작 버튼들을 유지한 점에서 직관적인 사용을 중시하는 포르쉐의 의도가 읽힌다. 시승차에는 옵션 사양인 카본 버킷시트와 롤케이지가 적용되지 않았고 스포츠드라이빙과 안락한 주행을 동시에 만족하는 14웨이 전동식 스포츠시트가 탑재됐다.

일단 시동을 걸면 레이싱 컵카에 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직접적인 엔진 진동이 전해지고 RPM을 살짝 올리면 배기부터 내장재까지 떨리는 소리가 제법 난다. 쾌적성·안락함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첫인상이다. 그러면서도 가속페달이나 스티어링 조작은 무겁거나 신경질적이지 않아 부담 없이 시내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스티어링은 미세한 조향까지 정확하게 읽어낼 정도로 정교하지만 부드럽고 가벼워 스포츠 드라이빙의 기능성과 일상주행에서의 편의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인상적인 세팅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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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큰 엔진음과 단단한 서스펜션, 널찍한 차폭 때문에 일상주행에 적합하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이지만 스포츠카 중 최고 수준인 포르쉐 특유의 탁 트인 시야와 완벽에 가까운 시트 포지션, 부담스럽지 않은 조작감은 ‘이보다 일상주행에 적합한 슈퍼카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500마력대 고회전 엔진과 앞뒤 255㎜, 315㎜에 달하는 공격적인 미쉐린 컵2 타이어를 장착한 911 GT3의 비현실적인 성능 한계를 잊으면 일상에서 주행하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이 재미있다.

하지만 역시 911 GT3의 본색은 성능을 끌어올릴 때 드러난다. 낮은 영역에서는 비교적 얌전하지만 회전수가 오를수록 소름이 돋을 정도의 쾌감을 선사하는 직관적이고 날카로운 엔진 반응은 물론이고 발끝의 조작에 따라 정확하게 최적의 단수를 선택하고 RPM을 유지하는 PDK 미션의 빠르고 정확함이 감탄을 자아낸다. 엔진과 미션의 파워트레인만 놓고 보면 ‘완벽하다’는 표현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폭발행정에 따라 돌아가는 내연기관 엔진의 출력을 이렇게까지 정교하고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의 발전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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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동력 성능은 510마력,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시간) 3.4초라는 수치에 부족함 없는 가속력으로 환산되며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엔진음까지 더해져 체감으로는 제원상 성능을 웃도는 만족감까지 준다. 물론 이는 터보엔진과 달리 적극적으로 엔진 회전수를 사용할 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저속 구간에서 시끄럽고 불편했던 소음과 진동은 회전수와 속도가 붙을수록 멋진 음색과 부드럽고 유기적인 차체의 조화로움으로 변한다.

더 인상적인 부분은 코너링에서의 거동이다. 어지간히 속도가 붙은 채 코너에 진입해도 타이어 접지력 한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쉽게 돌아나간다. 넓어진 차폭과 함께 더블 위시본 방식으로 변경된 프론트 서스펜션이 완벽에 가까운 차량 제어권을 운전자에게 선사한다. 전통적으로 뒤쪽에 무게가 실리는 911의 리어 엔진 구조상 앞쪽 접지력이 다소 불안해지거나 하중 이동을 예상하기 어려웠던 특성은 거의 전혀 느낄 수 없게 됐다. 엔진 위치도 뒤 차축까지 앞쪽으로 이동해 사실상 미드십 엔진과 같은 무게 배분을 갖게 된 영향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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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식 스티어링은 과거 유압식보다는 다소 아쉬운 감각이지만 정확하고 부드럽게 제어 가능하며 롤링을 느낄 수 없는 플랫 라이딩 감각으로 원하는 만큼 코너를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같은 구간에서 타이어 한계를 계산하며 하중과 사투를 벌이던 다른 스포츠카의 경험이 무색해질 정도다. 일상주행 영역에서는 전방에 방해 요인이 없다면 제동 없이도 사실상 대부분의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는 수준이다.

완벽에 가까운 동력 성능이 레이싱 서킷이 아니고서는 한계를 가늠할 수 없는 차체에 얹어져 있다는 점에서 911 GT3는 그야말로 일반도로에서 주행 가능한 레이싱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전기차 시대로 진입하는 문턱에서 자연흡기 내연기관 엔진의 정점에 달한 기술력·감성이 담겼다는 점에서 911의 상징성과 함께 가치를 더하는 모델이다. 또 성능과 존재감에서 이 정도 만족감을 주면서도 일상에서 쉽게 운전 가능한 차량을 찾기 힘들다는 점도 911 GT3의 매력이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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