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업간 M&A 등 투자 다양화
기술력 갖춘 바이오벤처, 자금·인력 문제 해소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대기업들이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하면서 업계 생태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활발한 M&A(인수합병) 진행은 물론, 자금과 인력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향후 10년간 약 2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지주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BMS(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인수를 의결했다. 규모는 1억6000만 달러(약 2000억원)다. 최소 2억2000만 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CMO(위탁생산) 계약도 포함돼 공장 인수가 완료된 후에도 BMS와 협력 관계를 이어갈 예정이다.

공장 인력은 약 420명이며, 총 3만5000ℓ(리터)의 DS(항체의약품 원액)를 생산할 수 있다. 롯데그룹은 신규 제품 수주 및 공정 개발 등 역량 강화를 위해 시러큐스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 미국 법인 설립과 10만ℓ 이상 규모의 생산공장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롯데그룹 이외에도 여러 대기업들이 제약바이오·헬스케어 회사 인수 및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이같은 이유로 관련 산업에서 M&A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기술혁신)이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GS그룹은 국내 보툴리눔 톡신 1위 기업인 휴젤을 인수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또 오너 4세인 허서홍 GS 부사장과 이태형 GS 전무(CFO) 등이 휴젤 기타 비상무이사로 합류해 미래 먹거리로 성장시킬 것이란 의지를 내비쳤다.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를 매각하며 제약바이오 사업에 손을 뗀 CJ그룹은 5년 만에 재진출을 선언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7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바이오기업인 천랩을 인수하고, 올 초 ‘CJ바이오사이언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네덜란드의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위탁개발생산) 업체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바타비아)의 지분 약 76%를 2677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점찍었다. 지난해 말 ‘암크(AMC)바이오’를 설립한 데 이어 헬스케어 기업 ‘메디플러스솔루션’을 인수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를 통해 마이크바이옴 신약을 만드는 바이오벤처 고바이오랩에 지분 투자를 했다. 양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OCI그룹은 중견 제약사 부광약품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11%(1461억원)를 사들였다.

일찌감치 제약바이오 사업을 영위한 삼성과 SK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CMO CAPA(캐파·생산능력) 1위로 성장했고, 올해 연매출 2조 클럽 가입이 유력하다. 게다가 지난달 23억 달러(약 2조8000억원)을 투자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공식 편입, 자체 신약개발 역량까지 장착했다.

SK그룹의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개발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시켰다. 국내사가 전주기 독자 개발해 미국 진출에 성공한 것은 SK바이오팜 최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벡스 코로나 백신 CMO로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알렸고, 현재 자체 개발 코로나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SK팜테코를 통해 지난 1월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기업 CBM에 3억5000만 달러(약 4200억원)를 투자했다. 작년에는 프랑스 CGT CDMO 기업 이포스케시 지분 70%를, 2017년 BMS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을, 2018년 미국 앰팩(AMPAC)을 각각 인수하는 등 약 2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기존 제약사가 바이오텍 기업의 지분이나 기술에 투자하는 방식이었다면 대기업이 진출함에 따라 투자 방식이 다양해지는 등 산업 생태계가 변할 것”이라며 “기업 간 기업 인수뿐 아니라 그간 암묵적으로 금기였던 적대적 M&A도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화이자는 지난 2000년 약 121조원을 투자해 워너 램버트를 적대적 인수했다. 당시 업계 14위에 불과했지만 이 M&A를 통해 블록버스터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를 확보, 단숨에 업계 3위로 올라섰다. 이후 파마시아(약 66조원), 와이어스(약 70조원)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켜 세계 최대 규모 수준의 빅파마가 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이 진출한다면 R&D(연구개발) 능력이 있는 국내 바이오벤처의 경우 자금·인력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면서 “선순환 역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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