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신흥기술 민관협력 강화…글로벌 공급망 중요성 거듭 강조 
中 전문가 "한미, 군사동맹서 경제·기술 동맹으로 격상…韓 외교 방향성 조정 의미" 
바이든 환영만찬, 재계수장들 총출동…한미 16개 기업 참석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개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군사동맹을 넘어 첨단기술·공급망·글로벌 이슈를 망라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양국 간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신흥기술 파트너십 증진과 글로벌 공급망·경제안보채널 협력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환영입장을 밝힌 가운데, 중국에서는 한미정상 공동 성명의 핵심은 군사동맹을 경제·기술 동맹으로 격상한데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미정상 공동성명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 △전략적·경제·기술 파트너십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한반도를 넘어서) 등 3개 파트로 구성됐다. 

이 중 '전략적·경제·기술 파트너십'과 관련해 한미정상은 핵심·신흥기술과 원자력 협력심화·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합의했다. 

양 정상은 "우리의 번영과 공동 안보, 집단 이익 수호에 대한 핵심적인 경제·에너지 안보협력 심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며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양자기술·바이오기술·바이오제조·자율로봇을 포함한 핵심·신흥기술을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합의를 기반으로 양 정상은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급망 생태계 내 당면한 도전과 장기적 도전에 대응하기위해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양 정상은 핵심기술의 외국인 투자 심사·수출통제 협력 강화에도 합의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 정상은 "선진기술의 사용이 우리의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침해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기술 관련 해외 투자심사 및 수출통제 당국간 협력을 제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한반도를 넘어선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 필요성도 공감했다. 

성명은 "민주주의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촉진, 부패 척결 및 인권 증진이라는 양국 공동의 가치에 확고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한미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해서는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저해하고 불안정을 야기하거나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한다"며 "국제사회와 함께 단결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일방적인 추가적 공격을 반한다"고 명시했다.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긴밀한 협력도 약속했다. 성명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협의체인 '쿼드'에 대한 윤 대통령의 관심을 환영했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중국에선 한미 양국이 군사 동맹을 경제·기술 동맹으로 격상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제문제 평론가인 류허핑은 21일 선전위성TV와 인터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한미간 기존 군사 동맹을 경제·기술 동맹으로 격상한 점"이라며 "한미관계의 전면적인 업그레이드와 재편을 의미할 뿐 아니라, 한국 외교 전략의 방향성이 크게 조정될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도 이날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가 경제안보동맹으로 발전하게 됐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통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기업 간 반도체·배터리·청정에너지 등 핵심 분야에서의 기술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상호 호혜적인 번영을 이루는 비전도 공유했다"고 평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논평에서 "한미 동맹이 한반도에만 국한되지 않고 안보·경제·공급망을 망라한 글로벌 동맹인 '포괄적인 전략동맹'으로 격상된 것에 대해 적극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논평에서 "한미 양국이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협력은 물론, 첨단기술 분야에서까지 전략적 공조를 확대하기로 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양국은 IPEF 가입을 통해 견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안보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군사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기술동맹으로까지 넓힌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CJ그룹 회장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SK그룹 회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CJ그룹 회장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SK그룹 회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이날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주최한 바이든 대통령 환영만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재계 수장들과 SK그룹 회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만찬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이 양국 간 국장급 산업협력대화를 장관급 '한미 공급망·산업 대화'로 격상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매년 경제안보 이슈를 논의하기로 했다. 

양국 장관이 주재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한미 16개 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반도체·전기차 배터리·디지털·청정에너지 등 분야에서 한미 공급망 협력을 위한 실질적인 실천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이재용 부회장과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대표의 만남이 주목 받았다. 퀄컴은 미국의 대표적인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이자, 세계 최대 모바일통신칩 업체로 삼성전자와는 서로 주요 고객사 관계다. 삼성이 한미 간 반도체 동맹의 핵심으로 부상한 만큼, 삼성과 퀄컴 간 협력관계도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부는 "러만도 상무장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방한한 유일한 장관"이라며 "이는 미국이 반도체·이차전지 등 핵심 분야에 대해 한국과의 협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한국 방문 후 첫 일정으로 윤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을 시찰하고, 한미 간 공급망 협력이 "두 나라가 함께 더 번영하고 국민들이 21세기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장기적인 회복력을 강화하는 방법"이라며 "이것이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첫 아시아 순방 때 한국에 온 이유"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면담했다. 현대차는 전날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맞춰 미국 조지아주에 6조3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 거점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모든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 도쿄로 출국한다. 24일 일본에서 열리는 IPEF 출범 선언 정상회의에는 윤 대통령도 화상으로 참석해 역내 협력에 주도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힐 예정이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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