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의선, 전기차·로보틱스 등 105억달러 투자 발표
바이든 "美, 현대차 실망시키지 않을 것"
LG엔솔·SK온·삼성SDI 배터리3사 북미 17조 투자
바이든, 삼성반도체공장 시찰 후 '기술동맹' 강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환담을 가진 후 국내외 언론을 대상으로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환담을 가진 후 국내외 언론을 대상으로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새 정부의 '경제활력' 기조와 한미 관계의 '기술·경제안보'가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됨에 따라 대외 경제 정책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렸다.

글로벌 경제 협력의 대전환 시기를 맞아 재계 총수 역할론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 투자 시계도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중 가장 가시적인 투자 보따리를 선물했다. 

정의선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마지막 날인 22일 브리핑에서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생산 거점 설립에 이어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산업에 50억달러(약 6조3000억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발표한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하는데 쓰이는 55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포함하면 미국에 총 105억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하게 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 회장과 단독 면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미국) 모빌 섹터의 변화에 참여하는 현대에 너무 고맙다"며 "(현대차가) 미국을 선택해준 데 대해 감사하며 미국은 현대차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번 방한 기간 중 바이든 대통령과 단독으로 면담한 국내 기업은 정 회장이 유일하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방한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행사장을 떠나며 정 회장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다. /사진=현대차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방한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행사장을 떠나며 정 회장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다.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는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인 21일(현지시간 20일)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지역에서 '현대차그룹·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투자 협약식'을 열고 신공장 건설 계획을 공식화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를 위해 배터리셀 공장도 지을 계획이다. 신규 공장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세 번째 공장이자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이다. 신공장은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내년 착공한다.  

조지아주 정부는 현대차의 공장 설립 및 운영 안정화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과 향후 지속적인 제반 지원을 약속했다.

자국 내 배터리 공급망을 현지화하는 것도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배터리 수급 부족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최근 일본 배터리업체가 세계 무대에서 고전하면서 한국 배터리업체가 더욱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2025년까지 북미에 17조원을 투자하는 등 미국 내 배터리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3사는 합작법인 공장 7개, 단독공장 4개를 지을 예정이다. 미국 에너지부(DOE) 발표에 따르면 2025년까지 미국 내에는 13개 대규모 배터리 생산설비가 구축된다. 이 가운데 국내 3사 시설이 11개나 포함돼 있어 한미 배터리 동맹이 가시화되는 대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첫 날인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첫 날인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한 것과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선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첫날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 캠퍼스를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직접 안내를 받으며 삼성전자가 보유한 최첨단 설비를 둘러봤다. 반도체 공장 시찰을 마친 후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가 기술동맹을 통해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술적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두 나라가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칩을 만들어내는 것은 글로벌 경제에 아주 핵심적인 역할이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유독 삼성을 각별히 챙긴 데에는 글로벌 공급망 협력과 경제안보 공조를 염두한 것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해선 공급사의 다각화가 필요한데 삼성전자가 TSMC의 대항마로 꼽히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론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잠행이 해제되고 현장경영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과 연이은 바이든 방한을 계기로 기업인에 대한 예우가 확연히 달라졌다"며 "윤 대통령이 기업을 국정 운영의 주요 축으로 삼고 친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재계 리더들도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으로 화답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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